“전한길당에 갈 겁니다” ‘윤어게인’ 덫에 걸린 국힘

권은혜 기자 2026. 2. 26. 07: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왜 쉽사리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할까. 당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뺄셈정치 할래, 폭탄정치를 할래’라고 묻는다면, 뺄셈정치가 차라리 나은 것 아니겠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월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며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년 12월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 (···)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이 점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후 400일 만에 나온 당대표의 사과였다. 1월7일 이 발언을 계기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언론에 연일 ‘윤어게인’ 세력과 선을 긋고 있다. 2월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장 대표가 “계엄 옹호, 내란 동조, 부정선거와 같은 윤어게인 세력에 동조한 적이 없다. 외연 확장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이후 박성훈 수석대변인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2월8일 극우 성향 전 한국사 강사이자 현 유튜버인 전한길씨는 장동혁 대표를 향해 다음과 같은 ‘최후통첩’을 날렸다. “‘윤어게인 세력과는 함께 갈 수 없다’는 박성훈 대변인의 말이 장동혁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 답변에 침묵하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이겠다. 만약 그렇다면 당원과 윤 대통령을 동시에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장 대표에게 있다.”

극우 성향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2월19일 윤석열의 내란우두머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장동혁 대표는 여기에 응답하지 않는 한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금 논란이 되는 계엄, 탄핵, 절연, 윤어게인, 부정선거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전당대회 이전부터도 저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왔다(2월10일 〈문화일보〉 유튜브 ‘허민의 뉴스쇼’)” “절연 입장은 여러 차례 밝혔다. 절연보다 중요한 건 전환이 아닌가. 우리 국민의힘은 태도 전환하고 이슈를 전환하는 그런 게 필요하다(2월18일 채널A ‘뉴스A’)”라고 말했다.

거듭된 ‘절윤’ 메시지와 극우세력에 대한 무응답에도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에 ‘윤어게인과 절연한 것이 맞느냐’라는 질문이 반복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윤어게인 세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계속 벌어지기 때문이다.

전한길씨는 2월9일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 게시물에서 “(2월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장 대표가 했다는 발언에 대해)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부터 ‘장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박 대변인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전씨가 언급한 김민수 최고위원은 대표적인 친윤계로 꼽힌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2월9일 대한민국자유유튜브 총연합회 정책토론회에 참가해 “윤어게인을 외쳐선 6·3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탄핵 정국에서 52%까지 상승한 지지율은 여러분이 계속 ‘윤어게인’을 외치는 상황에서 확장은 안 되고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정선거에 대해서도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미 대한민국에서 부정선거를 10년 외쳤는데도 그 영역은 넓어지는 게 아니라 좁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한길씨는 이런 발언에 대해서도 “(김민수 최고위원으로부터) 지방선거를 이겨야만 한다. 그래야만 다시 친한(친한동훈)파를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장동혁 지도부를 튼튼하게 할 수 있다. 작전이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유튜브 생방송에서 밝혔다.

그런가 하면 2월12일 국민의힘은 원조 친박근혜 인사로 불리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정현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극우 유튜브 고성국TV에 출연해 “윤석열이 옳았다”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의 공관위원장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고성국씨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아주 잘된 인선이라고 느낀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왜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할까? 이유는 바로 자신을 당선시킨 강성 지지층의 입김 때문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 A씨는 “전한길이나 고성국 같은 윤어게인 세력이 당 밖에서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지도부가 그런 윤어게인 세력과 선을 긋고 있으니 그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현 지도부는 강성 지지층의 지지로 선출되었다. 윤어게인을 외치는 사람도 국민이다”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 지도부 관계자 B씨 역시 “전한길 같은 사람은 당과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어느 선에서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어려울까 걱정스럽다”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럴 경우 우리 강성 지지층의 극렬한 반발 때문에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의 입김 앞 복잡한 속내

국민의힘 지도부는 ‘외연 확장’이라는 말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1월29일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을 시작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대적인 친한계 숙청 작업이 일례다. 2월9일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제명되었고, 2월13일에는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배현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한 친한계 의원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도부 스스로 당을 굉장히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친한계를 배제하고 단일 대오로 지방선거를 치러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 A씨는 “한동훈 전 대표나 이준석 전 대표와 같은 (당에 분란을 일으킨) 사람들 때문에 당이 망해온 게 아니냐.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니까 몇몇 정치인이 돌아섰던 그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스팔트에서 윤어게인을 외쳤던 분들을 포함한 당원 70~80%가 정말 힘들어하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연이은 친한계 숙청이 ‘뺄셈정치’ 아니냐는 질문에, 당 지도부 관계자 B씨는 이렇게 답했다. “‘뺄셈정치 할래, 폭탄정치를 할래’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뺄셈정치가 차라리 나은 것 아니겠나. 내부에서 폭탄이 터지면 어떡하나. 윤석열 시대의 매듭과 청산은 한동훈에 대한 매듭과 청산 없이는 불가능하다. 윤석열이야 당이 필요해서 모신 분이지만, 한동훈은 윤석열이 꽂은 사람이다. 당에 와서 한 일이라고는 선거를 망치고 당에 분란을 일으킨 것밖에 없다.”

2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윤석열 지지자들이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김흥구

거리의 ‘윤어게인 세력’은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2월19일 오후 3시 윤석열의 내란우두머리 1심 재판 선고를 앞두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윤석열 무죄 요구’ 집회가 열렸다. 손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묻자 “장동혁 대표는 딱 봐도 회색이야. 의심스러워” “국민의힘 맛이 갔죠. 전한길 선생님이 당 새로 만들면 그리로 갈 겁니다” “국민의힘에도 중국 세력이 많다더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오후 4시경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지귀연 재판장이 윤석열을 향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화면이 송출되었다. “지귀연, 찢어 죽일 놈” “인정할 수 없다! 증거 하나 없이 판결을 내렸다”라는 고성과 욕설이 집회 대오에서 터져 나왔다. 사회자가 무대에서 “여러분 동요하지 마시고 장내 질서를 유지해달라”고 외쳤지만, 몇몇 사람들은 선고가 나자마자 무대에 올라 카메라를 든 언론사 취재진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 폭력을 행사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판결에 불복하는 의미로) 법원으로 가자!”라고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려 경찰에 끌려 나가기도 했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최소한의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다. 결코 왜곡과 거짓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라는 입장을 냈다.

권은혜 기자 kiki@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