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자신한 삼성 로봇청소기, 로보락 넘을 수 있을까[이상현의 전자수첩]
[편집자 주] 반도체부터 다양한 가전 신제품, 전자 산업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수첩에 옮기듯 기록하는 코너입니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궁금했던 신제품의 후기나, 기술·산업의 뒷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당연히 1등이 목표입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나온 이 한마디는 다소 이례적으로 들렸다. 삼성전자는 2026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를 공개하며, 중국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 구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1등’을 자신한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이 강조한 메시지의 방향이었다. 신제품에는 10W 흡입력, AI 액체 인식, 45㎜ 문턱을 넘는 기능 등 기술적 개선이 담겼지만, 발표장의 중심에는 ‘보안’과 ‘안심’이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등장했다. 집 안을 돌아다니는 카메라 기반 기기라는 특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녹스 보안 체계와 전국 서비스 인프라를 강조한 대목은 단순한 스펙 경쟁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부분을 집요하게 연구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는 현재 국내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로보락의 제품 교체 주기가 도래한 만큼, 로보락을 비롯한 중국 브랜드에 불만족을 느낀 소비자들을 최대한 많이 빼앗아 오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로봇청소기 시장은 이미 몇 년 사이 급격히 판이 바뀌었다. 한때 국내 가전 브랜드의 보조 제품으로 인식되던 로봇청소기는 이제 150만원이 훌쩍 넘는 프리미엄 가전으로 자리 잡았고, 그 중심에는 중국 브랜드가 있다.
특히 로보락은 강력한 흡입력과 자동 세척·건조 도킹 시스템, 빠른 신제품 출시 주기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과거 로봇청소기가 눈앞의 사물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던 한국 소비자들의 편견을 빠르게 깨면서 ‘신혼필수템’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로보락의 큰 역할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로봇청소기의 스펙이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 된 만큼, 이제는 디테일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디테일에서 승부수를 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삼성전자가 “진공도는 흡입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설명한 대목 역시 흥미로웠다. 이는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의 흡입력 수치를 따라잡는 것이 아닌, 그동안 중국 브랜드 위주로 자리잡았던 기준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보안 역시 마찬가지다. 로봇청소기는 집 안 구조를 학습하고,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공간을 인식한다. 그동안 일부 중국 브랜드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보안 우려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전자가 ‘녹스 볼트’와 같은 물리적 보안칩, 연결 기기 간 상호 모니터링 체계를 반복해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 스펙 경쟁이 아니라 ‘집 안을 맡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화두를 옮기려는 전략으로 보였다.
삼성전자의 발표에 로보락 역시 즉각 반응했다. 자사 제품의 보안 등급을 강조하는가 하면, A/S 서비스망도 개선하면서 삼성전자를 상당히 의식한 모습을 보였다.
로보락의 반응은 시장의 긴장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성능 수치와 자동화 수준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해왔다. 하지만 보안과 서비스 영역이 본격적인 경쟁 요소로 부상한다면, 경쟁의 무게중심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 소비자들은 청소를 하면서 양말을 집어드는 로봇청소기 보다는 조금 더 편리하고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시장의 소비자들은 이미 여러 세대를 거치며 제품 경험을 축적해왔다. 맵핑 정확도, 장애물 회피 능력, 물걸레 세척 완성도, 소모품 비용과 같은 세부 요소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보안과 A/S가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로봇청소기의 사용 체감 성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패러다임 전환’은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소비자의 판단 기준이 어디에 놓이느냐다. 지금까지 시장은 수치와 자동화 기술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삼성은 여기에 ‘신뢰’와 ‘국내 생태계’라는 변수를 추가하려 한다. 그 전략이 통한다면 로봇청소기 시장의 경쟁 구도는 한 번 더 재편될 수 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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