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뉴욕 센트럴파크가 0.5마일인 이유

지난해 6월 4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대 잔디(The Great Lawn) 광장에서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콘서트가 열렸다.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이 공연에선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을 비롯한 클래식 음악이 연주됐고 불꽃놀이도 진행됐다. 전 뉴욕 양키스 선수 버니 윌리엄스도 솔리스트로 공연에 참여했다.
뉴욕 필이 1965년부터 매년 6월 진행하는 이 야외 콘서트는 뉴욕의 브롱스, 맨해튼, 퀸즈 등 주요 지역에서 이뤄지는데 맨해튼은 센트럴파크의 대 잔디 광장을 사용한다. 매년 9000명 안팎의 사람이 모인다. 연인, 가족 단위로 야외용 의자와 돗자리를 들고 초여름 밤의 낭만을 즐긴다.
지금까지 1500만명 이상이 이 공연을 봤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 잔디 광장은 센트럴파크 북쪽 중앙에 있는 곳이다. 서쪽에서는 81번가 또는 86번가 쪽에서 들어올 수 있고 동쪽에서는 79번가 또는 85번가에 입구가 있는데 성인의 걸음으로 7~8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센트럴파크에는 뉴욕 필 공연뿐 아니라 록, 재즈, 인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서머스테이지(SummerStage)’ 행사 등 다양한 공연이 매년 열린다. 대부분은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공원 전체 면적은 약 3.41㎢(약 103만평) 규모로 여의도보다 크다. 그러나 웨스트 사이드(West Side)와 이스트 사이드(East Side)를 잇는 가로는 약 800m(0.5마일)에 불과해 도보로 10분 남짓이면 동서를 가로지를 수 있다. 고밀도로 개발된 웨스트 사이드와 이스트 사이드를 고려한 설계다. 이스트 사이드에 사는 사람이 웨스트 사이드에 직장이 있다면 공원을 횡단해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에도 커피를 마시며 공원 반대쪽을 산책했다 돌아올 수 있다. 경사도도 거의 없어 노인이나 휠체어를 탄 사람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서울 용산공원의 종합 기본 계획을 다섯 번째 수정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를 토대로 조성 계획도 내놓을 계획이다. 센트럴파크처럼 서울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 계획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도 있다. 이태원동에서 용산역으로 이어지는 동서의 폭이 2㎞에 달해 걸어서 30분 이상 걸린다. 출퇴근을 위해 이 공원을 가로지르거나 점심시간에 공원 반대편에 있는 잔디밭을 즐길 수 없는 구조다. 주말에 시간을 따로 내서 가야 하는 공원이 된다.
정부는 공원 내 산책로도 조성할 계획이다. 자연 지형을 이용할 계획인데 메인 포스트(북측)는 최고 90m, 사우스 포스트(남측)는 최고 60m의 고저 차를 가진 지형으로, 공원 동쪽의 경사각은 5~20°가 될 예정이다. 경사각 20°는 경사도로 환산하면 약 36%인데 스키 중급~상급 수준의 슬로프와 비슷하다. 보행자가 걸어 올라가기 힘든 매우 가파른 수준이고 휠체어는 전혀 다닐 수 없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는 휠체어 경사로의 기준을 경사도 8.33%까지로 정해 놨다. 정부의 계획대로 구릉지가 조성되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은 이 지역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뉴욕 센트럴파크가 시민의 일상에 스며드는 공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공원을 설계한 건축가 덕분이기도 하다.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1822∼1903)는 ‘모두를 위한 공원(Parks for All People)’을 모토로 인종, 성별, 연령, 자산 수준과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특히 기능적 디자인을 강조했는데 단순히 화려한 외관으로 치장된 공간보다 실용성(utility)과 공공 서비스(public service)에 충실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다. 정부도 겉치레보다는 용산공원이 시민에게 어떤 공간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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