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힘 실리는 이재명標 ‘소득주도성장’
공공에 재정 풀고 민간엔 노동운동
최저임금 상회하는 적정임금 약속
노란봉투법으로 노조 협상력 강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경남 창원지역 타운홀미팅에서 임금차별 해법으로 ‘노동운동’을 제시했다. 헌법이 부여한 노동기본권을 행사해야 노동자 지위가 올라가고 사용자와 힘의 균형을 맞춰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 3권을 적극 행사해 ‘바게닝 파워’(협상력)를 높이고 더 많은 임금을 획득하라는 주문이다. 이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한 분배과정에서 자본보다 노동 쪽 몫을 높여 소비진작을 통해 경제성장에 나서야 한다는 것으로 소득주도성장론과 맥을 같이한다.
노동소득분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재정을 풀어서라도 충분한 임금은 못 주더라도 공공부문에 대해 최저임금이 아닌 적정임금을 주겠다”고 말했다. “‘돈이 남아 도냐’,‘세금을 그렇게 막 쓰면 되냐’ 같은 비난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해야 된다”고도 했다. 소득주도성장 요건의 또 다른 축인 정부의 재정 투입도 약속한 것이다. 공공부문은 재정을 풀어 임금을 올리고 민간부문은 노동운동을 통해 제몫을 찾도록 하겠다는 것은 노동소득분배율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이 대통령은 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소득주도성장’을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소득주도성장은 노조의 막강한 협상력이 필수요소다. 그래야 자본으로부터 노동의 몫을 더 많이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을 통해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일 제도적 토대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 노동쟁의 범위 확대, 사용자성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 법은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정도로 노조의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놓았다. 벌써부터 현장의 많은 하청노조들은 다음달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더 많은 임금을 받아내기 위해 원청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워낙 컸던 탓일까. 아직 이재명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공식화하기보다 각개격파식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문 정부 때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수단인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소상공인 등의 지불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시행하다가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은 중도에 소득주도성장 포기선언까지 해야했다. 많은 경제학자들로부터 “소득주도성장은 경제학에서 족보도 없는 이론”이란 혹평을 받던 터여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이 가져가야 할 몫을 늘려야 소비가 촉진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이론으로, 후기 케인지언을 중심으로 한 좌파경제학자들이 논리다. 문재인 정부 때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했던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외환위기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의 급격한 하락이 내수시장을 위축시키고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소득주도성장 추진 배경으로 들었다. 당시 자본의 몫이 증가했지만 투자는 늘지 않았고 그렇다고 노동 몫 감소로 인해 무역수지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재명표 소득주도성장론이 문 정부 때의 실패와 달리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질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임금상승을 성장의 결과로 여긴다. 생산성과 이윤이 증가하고 더 많은 고용이 이뤄질 때 임금도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자본의 몫, 다시 말해 이윤분배율 증가만이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자본의 몫을 높여야 저축률과 설비투자, 총수요 증가로 이어져 경제의 성장동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수시장 규모가 큰 국가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한국과 같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는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국제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소득과 소비감소를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좌파경제학자들은 노동소득분배 증가는 소비탄력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소비와 총수요 증가로 이어져 투자는 물론 경제성장과 총이윤에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온다는 논리를 편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에서는 장기간의 임금억제가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정부 개입 필요성을 주장해온 좌파경제학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K자형 양극화 성장으로 인해 임금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업에 막강한 협상력까지 보장해준 이재명 정부에서 새로운 형태의 소득주도성장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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