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밤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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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부어라 마셔라 식의 음주 문화가 저물고, 자신의 정신과 신체를 맑게 유지하며 사교를 즐기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부상했다. 소버 큐리어스는 취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소버(Sober)와 호기심을 뜻하는 큐리어스(Curious)의 합성어로 음주 없이 즐거움을 탐색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영국 출신 작가 루비 워링턴이 2018년 저서 <소버 큐리어스>를 선보이면서 대중화됐다. 금주가 인내의 영역이었다면 소버 큐리어스는 술이 없는 삶을 능동적으로 탐구하는 선택이다.
이런 흐름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술을 줄이게 된 이유'나 '금주 후 달라진 아침'을 공유하는 챌린지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술을 멀리하는 행위는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 옵션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2026 S/S 파리패션위크 기간, 파리의 베이커리 '더 프렌치 바스타드(The French Bastards)'에서는 페기 구의 디제잉이 진행됐다. 술과 담배 연기로 가득한 어두운 클럽 대신, 고소한 빵 냄새가 진동하는 한낮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커피를 들고 음악에 몸을 맡겼다. 음악과 에너지는 충분했고 파티는 어느 때보다 가볍고 개방적이었다. 유흥의 자리에 술 대신 건강한 즐거움이 들어선 것이다.
소버 큐리어스의 트렌드는 통계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최근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문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7.5%, 18.8% 감소하며 4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소주(-2.7%), 맥주(-37.3%), 와인(-6.6%) 등 전 주종이 고전을 면치 못했고, 업계 1위 하이트진로 역시 영업이익이 17.3% 후퇴했다. 또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20대 고위험 음주율이 2024년 한 자릿수(9.9%)까지 감소한 점은 세대교체에 따른 주류 시장의 판도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헬스 플레저·갓생 트렌드의 일환

소버 큐리어스가 전 세대를 관통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헬스플레저 트렌드의 확산이다. 과거 건강 관리가 고통을 참는 절제였다면 지금은 즐거운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제로 슈거뿐 아니라 알코올 프리가 힙한 건강 관리법으로 인식되면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사회적 결함이 아닌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또 갓생 열풍도 들 수 있다. 일상을 완벽히 설계하고 실천하려는 MZ세대에게 숙취로 인해 다음 날이 버려지는 것은 참기 힘든 손실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이 SNS에 기록되는 것을 일종의 리스크로 간주한다. 취기라는 통제 불능 상태를 거부하고 맑은 정신으로 평판과 컨디션을 관리하려는 욕구가 소버 큐리어스 라이프의 배경이 된 것.
뿐만 아니라 2020년 전후로 성인이 된, 이른바 '코로나 학번'은 대학의 강압적인 음주 문화나 대규모 회식의 계보가 끊긴 상태에서 사회에 진출했다. 이들에게 술은 사교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 이벤트성 콘텐츠에 가깝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니라 팝업스토어에 방문하듯 예쁜 잔과 분위기를 소비하는 대외활동의 일환으로 음주가 재정의된 것이다.
벨라 하디드의 힙한 라이프스타일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주류 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알코올 판매 수익에 의존하던 과거의 방식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이들은 발 빠르게 전략을 바꿨다.
세계 최대 맥주 기업 앤해저-부시 인베브(AB InBev)는 무알코올 및 저알코올 제품 비중을 전체 매출의 2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해왔고 하이네켄은 무알코올 맥주 '하이네켄 0.0'의 마케팅 예산을 기존 주력 맥주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국내 기업인 오비맥주 역시 무알코올 카테고리를 독립적인 브랜드로 키우며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아닌 술을 마실 수 있지만 마시지 않는 이들을 공략하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술을 파는 기업이 술 없는 삶을 광고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술을 마시지 않는 행위를 넘어 개인 맞춤형 웰니스와 결합해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술을 마시는 날과 마시지 않는 날을 스스로 구분하고, 신체적·정신적 컨디션에 따라 주류의 도수를 조절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파인 다이닝에서 와인 소믈리에만큼이나 티(Tea) 소믈리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고, 알코올 대신 천연 성분으로 고양감을 주는 어댑토젠(신체가 스트레스에 적응하도록 돕고, 생리적 균형을 유지해 주는 천연 식물 유래 성분이다. 대표적으로 홍경천, 영지 버섯, 홀리 바질, 아슈와간다가 있다) 음료 시장이 성장 중이다.

한 예로 모델 벨라 하디드는 2022년 웰니스 음료 브랜드 '킨 유포릭스(Kin Euphorics)'의 공동 창립자 겸 파트너로 합류했다. 그녀는 오랜 기간 만성 피로와 뇌 안개 증상에 시달렸는데, 아슈와간다와 가바 등을 배합해 긴장을 완화하고 기분 전환을 돕는 음료 킨 유포릭스를 마신 후 인생이 바뀌었다고.
벨라 하디드가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시는 리추얼을 선택했다고 고백하면서 소버 큐리어스는 가장 힙한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즉, 소버 큐리어스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즐거울 수 있다는 의식으로 가는 문화적 변화인 셈이다. 술이 주연이었던 사교의 장에서 이제 주인공은 맑은 정신의 나로 바뀌고 있다.
소버 큐리어스의 공간
'술 없는 술가게' 아티스트보틀클럽

논알콜·무알콜 드링크 전문 큐레이션 스튜디오. 와인·맥주·진 등 전 세계의 프리미엄 논알콜 음료를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고, 시음 이벤트도 자주 열린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22길 18 A동 1층
문의 @artistbottleclub
'티 페어링 파인 다이닝' 온지음

알코올 대신 정교하게 설계된 차(茶) 코스로 미식을 완성하는 곳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등재된 한식 공방으로,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풍미를 돋우는 차의 구성을 경험할 수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 33
문의 @onjium_restaurant
'프리미엄 티 페어링' 권숙수

2025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2스타를 받은 파인 다이닝. 한국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이며, 와인 페어링만큼이나 공을 들인 프리미엄 티 페어링 코스로 정평났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46길 27 4층
문의 @kwonsooksoo
'차문화 전파' 그린랩

서울 성수동 서울숲 근처에 위치한 웰니스 스튜디오로, 차 문화 전파에 앞장서는 곳이다. '나만의 서울숲 즐기기'라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술 없이도 온전한 휴식을 즐기길 권장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2길 18-11
문의 @greenlab_seoulforest
'고품질 논알콜 라인업' 애시드하우스

내추럴 와인 바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코펜하겐 스파클링 티 등 고품질 논알콜 음료 라인업을 잘 갖추고 있다. 애시드 러닝 클럽을 통해 이른 아침 러닝 후 커피를 즐기는 활동을 진행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16
문의 @acid.house_seoul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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