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카페서 두 시간 기다려 버스 겨우 탔어요" 외국인 관광객은 지쳤다 [K관광 2000만 시대]
여행지 대중교통 배차 시간 등 정보 부족
서울에선 지도 앱 활용에 어려움 겪기도
언어, 화장실, 암표 등도 문제로 꼽혀

열세 살 때 드라마 '도깨비'를 본 리칭(20)은 수많은 한국 드라마를 접하며 중국 황강사범대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전공하고 있다. 그가 7년 동안 마음에 품어온 곳은 도깨비 촬영지인 강원 강릉시 영진해변이다.
7일 리칭은 드라마의 상징 같은 빨간 목도리를 중국에서부터 챙겨 과 동기인 자오첸(20)과 함께 당일치기 강릉 여행에 나섰다. 두 사람은 오전 8시 30분~11시 30분 세 시간 동안 강릉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관광 택시를 이용했다. 이 택시는 강릉시가 이용 요금 6만 원 중 3만 원을 지원한다. 관광객이 원하는 곳으로 코스를 짤 수 있는데 두 사람은 방탄소년단(BTS)의 '봄날' 뮤직비디오 촬영지인 주문진 해변과 영진해변을 중심으로 둘러봤다.
그런 다음 두 사람은 중국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슈'에 소개된 정동진역 카페로 향했다. 강릉역에서 정동진역으로 향하는 KTX는 하루 세 차례만 운행했다. 버스 '112'와 '113' 역시 배차 간격이 약 두 시간이었다. 결국 편도 2만6,000원을 내고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오후 6시 서울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 강릉역으로 돌아가는 교통편을 알아봤다. 그러나 카페 인근 버스 정류장의 시간표는 닳아 내용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버스정류장과 카페에 놓여있는 '강릉 대중교통 여행 가이드'의 큐알(QR) 코드에 접속해도 중국어로 된 안내가 없었다. 설상가상 '네이버지도' 애플리케이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두 시간을 기다린 뒤 인천공항에서 사 둔 티머니 교통카드로 버스를 탔다.
리칭은 "교통비를 아낄 수 있게 이동 방법을 알려주는 정보를 많이 제공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강릉 같은 지방에선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니는 장소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곳을 돌아다니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 트렌드가 바뀌면서 바라는 점도 달라지고 있다. 주로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오던 과거와 달리 가족, 지인끼리 소규모로 찾는다. 또 이름난 관광지가 주요 목적지였지만 요즘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도시 구석구석을 다니거나 지방 소도시 등 전국 곳곳을 다니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 부산, 강릉 등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강조한 것은 접근성이었다.
대도시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많다. 아내와 함께 서울 명동을 여행 중인 스웨덴 출신 후안 디에고(32)는 "한국에 와서 구글맵을 주로 쓰는데 종종 실제 위치와 차이가 있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폴란드에서 온 버스 기사 아드리안(47)은 "한국에 오기 전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을 설치했지만 외국인이 쓰기엔 어려웠다"며 "길을 찾기 힘들 때는 경찰에게 물었다"고 전했다.
네이버지도는 2024년 12월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이용한 '네이버 지도 활용 가이드' 페이지를 공개했고 카카오맵도 영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이 구글맵보다 정확하지만 이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한국관광공사나 기업들이 더 적극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언어 장벽도 여전하다. 명동에서 만난 대만인 관광객 티위(49)는 "지하철로 이동하고 싶어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택시를 탔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 온 세바스티안(21)도 "주요 관광지에서 통역 서비스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공 화장실 정보 등을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 강남 한 PC방에서 만난 대만에서 온 창요유(25)는 "화장실이 기차역이나 쇼핑몰에만 있는 줄 알았다"며 "화장실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K팝(POP) 관련 시상식에서 만난 필리핀 출신 조셉(34)은 "한국에는 암표상이 많아 좋아하는 그룹의 콘서트나 팬미팅 티켓 구하기가 어렵다"며 "지나치게 비싼 값을 치르려다 보니 한국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상 속으로, K관광 2000만 시대
-
① 두피 관리실, 점집까지 찾는다
- • "한국 사람처럼" 사주 보고, 물멍 하고, 편의점 먹방 찍는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515260001023) - •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 연다... 1월 방한 외국인 13% 증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318400001630) - • "돼지국밥 먹으러 배 타고 왔다"… 외국인 5명 중 1명은 부산 간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313360005928) - • 10년 전 '도깨비' 보고 강릉까지 왔다… BTS 정류장 가고 길감자 먹고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111050001064)
- • "한국 사람처럼" 사주 보고, 물멍 하고, 편의점 먹방 찍는다
-
② 외국인 관광객이 지갑 여는 이유
- • '최애의 나라'서 춤추고 꾸민다... 요즘 K팝 팬이 한국을 즐기는 법[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409380003263) - • 몽골선 갑상선 들어낼 뻔, 한국 오니 "암 아냐"... 가로수길엔 '붕대쇼핑족' [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409370005646) - • "개점 이래 이 정도 외국인 처음"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백화점 [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308450003256) - • 외국인들, 올리브영 찍고 여기 간다… 반년 새 명동에 우후죽순 생긴 이 업종 [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009580003375)
- • '최애의 나라'서 춤추고 꾸민다... 요즘 K팝 팬이 한국을 즐기는 법[K관광 2000만 시대]
-
③ 한국 또 오게 하려면 이걸 바꿔야
- • "정동진 카페서 두 시간 기다려 버스 겨우 탔어요" 외국인 관광객은 지쳤다 [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318210001580) - • 바가지 씌우면 곧장 영업정지… 정부, 바가지요금 근절 대책 발표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511290003574) - • 공항·역엔 잘 왔지만 목적지 가기 막막… '라스트 마일' 빠진 지역관광 대책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510460001174) - • K관광 롱런하려면…"지방 소도시의 특색 살려야 외국인 다시 온다"[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205280001348)
- • "정동진 카페서 두 시간 기다려 버스 겨우 탔어요" 외국인 관광객은 지쳤다 [K관광 2000만 시대]
강릉=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강릉=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명절 귀성용 애인 대행 찾아요" 베트남 MZ도 결혼·출산 거부... '황금인구' 종말까지 10년-국제ㅣ
- 나이 많으니 감형?… 윤석열 판결이 재소환한 '고령 감경' 논란-사회ㅣ한국일보
- 호킹 박사가 비키니 여성들과… '엡스타인 문건' 사진 두고 논란-국제ㅣ한국일보
- 박소영 아나운서, 8살 연상 양세형과 염문... 만남 비화 고백-문화ㅣ한국일보
- 강남 수선집, 루이뷔통 이겼다... 대법 "개인 사용 리폼 상표권 침해 아냐"-사회ㅣ한국일보
- "카페서 3인 1잔"… 40억 자산가 전원주, 민폐 논란-문화ㅣ한국일보
- 대기 번호 90번, 점심은 포기… 개미 총출동에 증권사 '북새통'-경제ㅣ한국일보
- 스위스에서 스스로 떠난 엄마, 30분 더 붙잡고 싶었던 아빠-오피니언ㅣ한국일보
- 출근하며 들고 가던 가방에 1억, 김치통에 2억…세금 안 내고 호화 생활-경제ㅣ한국일보
- "유아 학원비 비싸다고? 부담 안 돼"… '영유' 신념에 사로잡힌 부모들-사회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