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거권은 지방 살리고 사회 통합할 마중물" [김광수의 참견]

김광수 2026. 2. 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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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외국인의 지방선거 투표 참여
윤종빈 한국정치학회 회장 인터뷰
외국인 참정권은 한국민주주의 대표 브랜드
지방 소멸 위기 대처, 주민 소속감 증진 기여
체제 다른 중국과 비교하는 건 민주주의 후퇴
민심 자극 선거 전략은 유권자 외면 자초할 뿐
편집자주
주저 없이 주요 이슈에 끼어들어 해법을 묻습니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명지대 정외과 교수)이 서울 서대문구 학교 연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 회장은 "국내 거주 외국인의 참정권이 지방 소멸에 대비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면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의 투표 참여를 문제 삼는 건 일부 민심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선거전략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강예진 기자

6월 지방선거를 치른다. 대선, 총선과 달리 국내 거주 외국인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자격을 갖춘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건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2006년 선도적으로 도입해 20년이 흘렀다. 그사이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 동포가 늘고 한중관계가 얼어붙자 반중 감정에 편승해 정치적 유불리를 따졌다. 우리만 투표할 권리를 주는 건 상호주의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 회장(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24일 본보 인터뷰에서 “외국인 참정권은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과 개방성을 상징하는 브랜드”라며 “특히 지역 인구소멸 시대를 맞아 외국 국적 주민들의 소속감을 높이고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마중물”이라고 강조했다. 투표할 권리로 시작했지만 지방이 흔들리는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를 떠받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반면 보수진영은 중국과의 상호주의를 지적한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체제가 다른 중국과 단순 비교해 외국인 선거권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오랜 시간 공들여온 민주주의의 후퇴를 자인하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전체 유권자에서 외국인은 극히 일부인데도 민심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선거전략일 뿐”이라며 “무엇보다 중국인 투표권과 부정선거를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중도층 유권자 다수의 상식에 어긋나 외면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선거권 Q&A. 박종범 기자

외국인 투표가 특정 지역구 당락 가른다?... "증거 찾기 어렵다"

역대 지방선거의 외국인 유권자 수와 투표율 추이. 이지원 기자

-국내 거주 외국인의 지방선거 참여가 필요한 이유는.

“민주주의의 보편성을 주도적으로 실천한 한국의 포용력을 보여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세금을 납부하며 정착한 외국인을 주민으로 인정하고 소속감을 부여해 배제가 아닌 통합의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 투표 참여를 계기로 교육과 복지, 경제분야의 외국인 대상 정책을 개발해 날로 심각해지는 지방의 인구소멸에 대비할 수 있다. 외교적으로는 해외 거주 우리 국민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들의 투표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인가.

“아직은 결정적 변수라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외국인 유권자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12만7,000명(중국 국적이 78.9%)을 넘어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는 15만 명을 웃돌 전망이다.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다만 실제 투표율은 낮다. 가령, 서울 광진구청장 선거는 4년 전 3,747표 차로 승패가 갈린 초박빙이었지만 외국인의 영향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외국인 유권자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2022년 지방선거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9%에 불과하다. 당시 투표율은 13.3%로 전체 투표율(50.9%)에 한참 못 미친다. 그마저도 2010년 35.2%, 2014년 17.6%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대선, 총선 때는 왜 투표하지 못하나.

“투표권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에 국한된 현재 수준이 적절하다. 한국의 외국인 참정권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를 앞서가고 있다. 반면 대선이나 총선에도 투표를 허용하면 국익과 직결되는 우리 외교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특히 대선에서는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많다. 특정 이슈를 타깃으로 외국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결집할 수 있다. 이들의 거주지역이 수도권에 몰려 있기는 해도 전국 각지에 비교적 흩어져 살기 때문에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표심이 산발적으로 분출하는 지방선거와 차원이 다르다.”


민주주의 선도국가 입증... 체제 다른 중국과의 상호주의만 외칠 건가

선거권 가진 외국인의 국적. 송정근 기자

-중국 국적이 국내 외국인 유권자의 절대 다수다. 하지만 중국에 사는 우리 국민은 투표할 수 없다. 불공평하지 않나.

“중국은 우리와 이념과 체제가 다른 공산당 지배 체제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수용해 발전하고는 있지만, 정치 참여의 개방성과 유권자의 참정권에 대한 의미는 민주주의 체제와 비교할 바 아니다. 상호주의를 적용할 경우 중국이 투표권을 보장하지 않는 한 우리도 외국인 참정권을 폐지해야 한다. 그로 인한 대한민국의 이미지 손상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적절한 선택이 아니다.”

(※외국인 선거권은 당초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의 참정권을 위한 조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우리가 먼저 시행했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도 호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줄곧 미뤄졌다. 이후 한국으로 건너온 중국 동포가 증가하면서 투표권 문제는 한일이 아닌 한중 간 이슈로 부각됐다.)

-하지만 상호주의는 외교의 기본원칙인데.

“상호주의를 주장하려면 처음부터 관철시켰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민주주의 선도국가로서 먼저 외국인의 투표 참여를 허용했다. 반대급부를 기대했지만 상대가 응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철회한다면 상호주의는 영원히 물 건너간다. 그간 쌓아온 국격은 물론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정부의 의지와 정책을 허무는 일이다. 여기서 후퇴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상대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근거를 왜 스스로 없애려 하나.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선거권의 초점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뀐 건가.

"당초 구상과 다른 방향이긴 하다. 2006년 외국인 참정권 도입 당시만 해도 중국 사람들이 국내에 이렇게 많이 체류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우리 지방이 이처럼 심각한 소멸 위기를 겪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20년이 지나면서 시대가 변했다. 지방의 한적한 시골 초등학교에 가면 학생 10명 중에 8명이 외국인이라고 한다. 정부가 지방을 살리기 위해 온갖 정책을 내놓으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들을 포용하고 통합해 공동체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위험수위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국적 불문하고 외국인의 지방선거 참정권을 보장하는 경우는 22개국에 불과하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대부분이다. 유럽 이외 지역에서는 한국 이스라엘 베네수엘라 정도다. 뉴질랜드 칠레 우루과이 말라위는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대선과 총선에도 외국인의 투표권을 허용하고 있다.)


참정권은 우리 사회에 융화되는 과정... 선거전략 악용 말아야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이 외국인의 지방선거 투표 참여를 주제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6월 지방선거에서 우려되는 상황은.

“부정선거-중국인-상호주의를 엮는 프레임이 우려된다. 각 대학이나 거리에 현수막을 내걸고 부정선거를 외치거나 외국인 참정권의 상호주의를 촉구하면서 중국인을 끼워 넣는 것이다. 세 가지가 서로 연결돼 있다고 각인시키려는 의도다. 아직은 뚜렷한 조짐이 없지만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고 상호비방으로 번질 경우 수면 위로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 유권자의 선택과 선거결과의 인과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방식은 과도하고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나아가 정치·외교적 파장을 조장해 갈등을 키울 뿐이다.”

-중국인 투표권이 실제 이슈로 부각된다면 지방선거 변수로 작용할까.

“한중관계 앙금을 자극하는 득표 전략으로 표심에 호소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합리성과 상식의 수준에 비춰볼 때 지방선거에서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투표과정에서 특정 국가 외국인 유권자의 쏠림 현상이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나타나는지도 불명확하다. 혹여 중국인 투표권 문제를 정당의 선거전략으로 이용하더라도 별반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결과는 다르다. 외국인 유권자의 지방선거 투표 참여에 반대 의견이 더 많다. 상식적 판단과 다른 결과인데.

“단순히 ‘상호주의인데 왜 우리는 투표권이 없나, 왜 우리만 투표권을 줘야 하나’라고 물어보면 그렇게 답이 나올 수 있다. 오히려 그런 응답이 상식에 더 부합한다. 반면 좀 더 큰 차원에서 접근해 사회 통합 필요성과 민주주의 선도국가의 위상, 지방소멸 문제를 함께 설명하면서 외국인 선거권에 대해 질문하면 답변이 달라질 것이다. 외국인 유권자의 지방선거 투표율이나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데, 관련 정보가 없다면 이들의 영향력이나 결집력을 과대평가할 수도 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중앙일보,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남녀 3,000명 대상 조사에서 ‘한국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더니 69%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는 12%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외국인 투표 관련 여론조사. 박종범 기자

-우리 내부의 시각이 서로 다르더라도 간극은 좁혀야 할 텐데.

“헌법을 개정해 1987년 체제를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주요 의제 가운데 지역 균형발전과 소수자의 기본권 강화의 경우 2006년부터 시행한 외국인 참정권 허용이 마중물 역할을 했다. 개헌 노력을 상당히 앞서간 선진적인 제도다. 지역소멸 시대에 지역의 인구 감소와 경제활동을 보완하면서 납세와 교육 의무를 다하는 소수자에 대한 사회통합의 수단으로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Study Korea 300K’ 정책에 따라 내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받아들여 세계 10대 유학생 유치국가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그들의 취업과 정주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도록 돕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퍼즐은 참정권 보장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강화해야 한다.”

윤종빈(58)은 누구
한국정치와 의회발전, 정당과 선거분야를 심도 있게 연구해온 국내 대표적 정치학자다. 2,000명 넘는 학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최고 권위의 한국정치학회 회장을 맡았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정치학회 대외협력위원장 및 연구이사, 한국의회발전연구회 이사장, 명지대 교육지원처장을 지냈다. 현재 명지대 정외과 교수로 국제교류처장과 미래정치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윤 회장은 87년 체제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할 새로운 정치체제를 모색하는데 학회의 역량을 결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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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논설위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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