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없어도 'KS 마크' 단다... KS표준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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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대한민국 제1호 KS(한국산업표준) 인증을 받은 백열전구는 단순한 조명이 아니었다.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해 상용화하려 해도 OEM(위탁생산)을 맡기다 보니 KS 인증을 받을 길이 없다. 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인증이 없어 납품에 애로가 있다." 이처럼 현행 제도로는 아무리 혁신적인 로봇을 개발해도 '내 공장'이 없으면 KS 마크를 달 수 없다.
60년 만에 KS 인증의 체질을 '공장 중심'에서 '산업·기술 중심'으로 바꾸는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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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대한민국 제1호 KS(한국산업표준) 인증을 받은 백열전구는 단순한 조명이 아니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며 24시간 돌아가는 공장들의 빛이자 '한강의 기적'을 이끈 제조업 신화의 시작점이었다. 60여 년이 흐른 지금도 KS는 여전히 우리 삶 가장 가까운 곳을 지키고 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 창호의 방음 성능부터 교실 책걸상의 안전성까지 KS 인증 제품이 책임진다. 외부 소음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안전한 학습환경을 만드는 숨은 공신인 셈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산업의 품질 보증수표 역할을 해온 KS 제도가 대전환을 맞았다. 대량 생산 시대에 맞춰진 공장 중심의 낡은 옷을 벗고, 첨단기술 시대를 위한 혁신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기존 KS 인증의 핵심은 '공장'이었다. 제품 자체의 성능은 물론 원자재 관리부터 제조 설비, 불량률 관리 시스템까지 공장 현장을 샅샅이 확인해 합격점을 받아야만 인증을 내줬다. 품질이 균등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야 했던 시절에는 필수 불가결한 검증 절차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소비자는 더 이상 획일적인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산업의 패러다임은 이미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개인 맞춤형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인증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제품 설계와 개발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생산 효율을 위해 제조는 전문업체에 맡기는 팹리스 기업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국가기술표준원 간담회에서 한 로봇업체 전문가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해 상용화하려 해도 OEM(위탁생산)을 맡기다 보니 KS 인증을 받을 길이 없다. 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인증이 없어 납품에 애로가 있다." 이처럼 현행 제도로는 아무리 혁신적인 로봇을 개발해도 '내 공장'이 없으면 KS 마크를 달 수 없다.
혁신 스타트업들도 까다로운 공장 심사 기준을 맞출 여력이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결국 품질을 증명할 길이 막혀 상용화와 수출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국가기술표준원은 산업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에 응답했다. 60년 만에 KS 인증의 체질을 '공장 중심'에서 '산업·기술 중심'으로 바꾸는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개편의 핵심은 '유연함'이다. 첫째, 제품 심사 방식을 신설했다. 까다로운 공장 심사 없이 제품의 성능과 기술력이 기준을 충족하고 최소한의 품질 요건을 갖추면 KS 인증을 부여하기로 했다. 인증 취득의 문턱을 공장을 보유한 제조자에서 설계자 및 개발자로 확대한 것이다. 공장이 없는 혁신 스타트업도 기술력만 있다면 당당히 KS 마크를 달 수 있게 된다. 둘째, 기업 부담 완화다. 기존 3년이었던 인증 유효기간을 4년으로 연장한다. 잦은 재심사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 기업들이 그 여력을 신기술 개발에 쏟을 수 있도록 고려한 조치다. 현장의 애로 사항을 디테일하게 검토하고 반영한 결과다.
1961년 도입된 KS 인증제도는 올해로 65세가 됐다. 사람으로 치면 정년을 넘긴 나이지만 지금 KS 인증은 어느 때보다 젊어지려 한다. 그만큼 이번 개편은 한국 산업의 향후 60년을 좌우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그동안 KS 인증이 획일적 품질관리를 위한 규제의 측면이 있었다면 미래의 KS는 첨단기술이 시장에 안전하게 연착륙하도록 돕는 성장 촉매제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우수한 원천 기술을 가진 팹리스 기업과 스타트업이 KS 인증을 무기로 시장에 안착할 길이 열렸다. 이번 개편을 통해 KS가 낡은 규제의 틀을 깨고 우리 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김대자 국가기술표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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