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단장 국중박 서화실 첫 손님은 ‘겸재 정선’
“분기마다 교과서 속 명작 선보일 것”
9년 만의 전면 개편… 70건 공개

겹겹으로 바위가 쌓인 가파른 절벽에서 폭포수가 수직으로 떨어진다. 좌우 절벽은 짙은 먹으로 비비듯 칠해 흰 물줄기가 더 도드라진다. 먹빛과 흰빛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 명작. 겸재 정선(1676~1759)의 ‘박연폭포’다. 70대 후반에 이른 진경산수화의 거장은 개성의 박연폭포를 그리면서 실물보다 길게 확대하고, 화면 아래엔 갓 쓰고 도포 입은 선비를 점처럼 그려넣어 현장감과 스케일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겸재 정선의 말년 걸작 ‘박연폭포’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 걸렸다. 2017년 이후 9년 만에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에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5일 언론 공개회에서 “겸재 대표작을 꼽을 때 ‘금강전도’ ‘인왕제색도’와 함께 ‘박연폭포’가 늘 거론된다”며 “그간 전시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박연폭포’는 70대에 이르러 필력이 무르익은 겸재가 필법과 묵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남긴 불멸의 명화”라고 소개했다. 개인 소장자가 이번 전시를 위해 두 달간 작품을 빌려줬다.


박물관은 서화실을 대폭 개편하면서 계절마다 교과서 속 명작을 선보이는 ‘시즌제’를 도입했다. 분기별로 대표 서화가를 집중 조명하는 주제 전시를 열고, 매 시즌마다 반드시 봐야 할 작품 2~3점을 선정해 ‘이 계절의 명화’라는 이름으로 집중 조명한다. 유 관장은 “서화실 작품은 보존을 위해 빛 노출을 제한하는 원칙에 따라 3개월마다 교체해왔으나, 그간 교체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전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상설전이라는 틀 안에서 특색 있는 원포인트 기획전을 열려고 한다. 계절마다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작이 나오기 때문에 ‘N차 관람’이 필수”라고 밝혔다.

재개관을 기념하는 첫 주제 전시는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 올해 탄신 350주년을 맞은 겸재 정선이 주인공이다. 겸재의 초기작 ‘신묘년풍악도첩’(보물)과 노년의 걸작인 ‘박연폭포’가 이번 시즌 하이라이트인 ‘이 계절의 명화’로 선정됐다. 진경산수의 시작을 알리는 ‘신묘년풍악도첩’은 겸재가 1711년 벗들과 함께 금강산을 여행하고 13점의 그림을 모아 화첩으로 엮은 작품이다. 36세의 젊은 화가는 조심스럽고 꼼꼼하게 눈앞의 감동을 담았다. 반면 말년에 그린 ‘박연폭포’는 자신감 넘치는 붓질과 강약 대비로 절정의 필치를 드러낸다.

겸재의 오랜 벗이었던 관아재 조영석(1687~1761)의 ‘설중방우도’(개인 소장)도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명작이다. 겨울밤 한 선비가 눈길을 헤치고 벗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중국 고사를 소재로 삼았지만, 인물은 조선풍 옷차림으로 그려 재해석했다.


새 서화실엔 보물 10건을 포함해 전시품 70건을 선보인다. 묵향이 진하게 배어 있는 서화 1실에선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명필들의 필묵을 볼 수 있다. 추사 김정희가 직접 쓰던 붓과 벼루(보물)도 실물이 나왔다. “열 개의 벼루를 구멍 내고 붓 천 자루를 닳아 없앤” 추사의 노력을 유물로 접하는 감동이 크다. 서화 2~4실에선 겸재 외에도 김명국의 ‘달마’, 이명기와 김홍도가 함께 그린 ‘서직수 초상’(보물) 등을 공개했다. 박물관은 “앞으로도 내부 소장품뿐 아니라 다른 기관이나 개인 소장품까지 적극적으로 빌려와 전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겸재 전시는 4월 26일까지. 5월부터는 단원 김홍도로 주제 전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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