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창업 숨통을 끊겠다고 덤비는 금융위

전수용 기자 2026. 2. 2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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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 위험 감수해 일군 코인시장
‘대주주 지분 제한’ 사후 룰 변경
성과보상·경영권 부정하는 관치
이런 나라에서 누가 창업하겠나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광고. /뉴스1

역대 정부가 내세운 핵심 산업 정책에는 늘 스타트업 코리아가 있었다. 제2 벤처 붐을 위해 수조 원 예산을 쏟아붓고, 청년에게 실패도 자산이라면서 위험을 무릅쓰는 창업 정신을 주문해 왔다. 이재명 정부 역시 스타트업과 벤처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면서 대규모 재정 지원과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혁신 아이디어로 시장에 진출하려면 낡은 규제가 가로막는다. 간신히 규제 문턱을 넘어 시장에 안착할 즈음이면 게임 룰을 바꾸는 사후 규제가 목을 조른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조각 투자 플랫폼 사업자 선정 논란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혁신을 감당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금융위는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공 플랫폼, 인프라 성격을 가진 거래소 운영에 소수 창업자·주주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운용 수익이 집중되는 건 문제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창업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시장을 키울 때 나 몰라라 하던 금융 당국이 뒤늦게 창업자 경영권을 강제로 빼앗겠다는 발상이다. 자본시장법상 대체 거래소(ATS)에 적용되던 지분 소유 규제를 성격이 완전히 다른 가상 자산 거래소에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전 세계 어디에도 유례를 찾기 힘든 규제다.

국내 주요 가상 자산 거래소는 2013년부터 민간이 규제 공백과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며 시장을 키워 만든 자생적 벤처 산업이다. 규제가 현실화하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비롯해 5대 거래소 모두 초과 지분을 내놔야 할 판이다. 두나무와 네이버 합병은 물건너가고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도 불투명해진다. 사유재산권 침해는 물론 창업 리스크를 감수해 온 성공 보상과 경영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일군 기업 지분을 언제 뺏길지도 모르는 시장에서 누가 위험을 감수하며 창업에 나서겠는가. 한편에서는 금융위가 가상 자산 거래소를 주인 없는 회사로 만들어 퇴직 관료 낙하산 자리를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민간 기업 지분 구조는 강제가 아니라 기업공개(IPO)와 같이 기업 성장 과정에 자연스럽게 분산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 최대 가상 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우리 기업은 규제 탓에 해외 진출은커녕 경영권 방어에 진을 빼야 할 처지다.

조각 투자 시장 선구자로 불리던 루센트블록의 장외 거래소 예비 인가 탈락 역시 규제가 혁신의 무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루센트블록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부동산 조각 투자 시장을 개척해 왔다. 하지만 정식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금융위는 자본력과 중장기 운영 역량 미달, 창업자 중심의 지배 구조를 문제 삼아 루센트블록을 탈락시켰다. 이런 기준이면 대기업만 사업이 가능하다. 자본력을 앞세운 기존 금융권이 최대 주주인 KDX 컨소시엄과 NXT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수년간 위험을 감수하고 시장을 개척한 스타트업은 들러리 신세가 됐고, 과실은 기득권 금융회사가 따먹게 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유니콘 229개가 배출된 반면, 우리나라에 등장한 유니콘은 2개에 불과하다. 이미 젊은이들은 “한국 창업은 망하는 길”이라며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규제 리스크가 사업 리스크보다 큰 나라, 바늘구멍을 통과해 사업을 일구면 기득권 저항에 하루아침에 범법자가 될 수 있는 환경에서 창업하는 건 바보나 할 짓이다. 이런 나라에서 누가 창업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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