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금 ‘오디션’ 대상 받았는데… 사업 변경되고 중단되고 [경기도 특조금 대해부·(4-2)]

경인일보 2026. 2. 25. 21:1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첫삽 못뜬 허브섬·신축 건물 텅텅… 사전검증·모니터링 힘써야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 일원에 조성될 공공도서관 조감도. 남양주시는 지난 2016년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에서 ‘슬로라이프 미식관광 플랫폼 조성 사업’으로 대상을 수상해 도 특별조정교부금 70억원을 받았지만, 이후 연구용역결과 해당 사업이 부적합하단 결과가 나와 해당 특조금을 도서관 건립에 투입하기로 했다. /남양주시 제공

2014년, 남경필 당시 경기도지사가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 400억원을 걸고 야심차게 ‘오디션’(넥스트경기 창조 오디션)을 열었다. 당시는 각종 오디션 열풍이 불었던 때였는데 도가 시·군을 대상으로 막대한 금액을 내걸고 대형 공모전을 연 것이다. 대상을 받으면 무려 100억원을 따올 수 있었으니, 각 시·군에서 사활을 걸고 도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군 입장에선 직접 아이디어를 내 필요한 금액을 따올 수 있으니 좋고, 도 입장에선 특조금 배분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연정’(연합정치)을 꿈꾸던 남 전 지사가 ‘도지사의 권한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추진한, 파격적인 시도 중 하나로 꼽힌다.

특조금 오디션은 현 이재명 대통령이 도지사로 재임하던 2021년까지 이어졌다. 민선 7기 특조금 오디션(새로운 경기 정책공모, 경기 First)부터는 내건 특조금 규모도 총 600억원으로 늘었다. 대규모 사업과 일반 사업으로 나눠서 대상을 선정했다. 평가는 외부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진행됐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오디션을 통해 특조금을 배분받은 사업들을 살펴보니 각 시·군의 문화·관광자원을 개발하거나 대규모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 많았다. 상당수는 지역의 활력소가 됐지만, 일부는 오디션을 통해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도 추진 동력을 잃었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100억원을 지원받은 ‘대상’ 사업들 중에도 미완료 사업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표 참조


남경필 지사때 배분 투명성·경쟁 유도 ‘일석이조’ 취지로 대형 공모전
2014~2021년 선정 사업 일부 추진동력 상실·관리 부실 등 문제점 발견
광주시 ‘대상’ 수상 100억 지원 ‘팔당 물안개공원’ 6년 지났지만 미착공
사전타당성 검증 ‘미흡’ 지목… 허브 대신 수생·경관식물 대체 추진중

■ 허브 심지 못하게 된 광주 팔당허브섬
지난달 24일 방문한 광주시 팔당 물안개공원 입구에 ‘경기 팔당허브섬&휴(休)로드 조성공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6.2.24 /특별취재팀


지난달 24일 찾은 광주시 팔당 물안개공원 허브섬은 이름과 달리 허브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겨울을 맞아 잎을 떨군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채였고 갈대밭은 누렇게 시들어 있었다. 산책로는 군데군데 갈라진 흔적이 선명했고 길옆에는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쌓여 적막한 분위기를 더했다.

당초 광주시는 팔당호 상류에 있는 팔당 물안개공원 일대를 허브로 가득 채우고, 교통약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페어로드를 조성하는 ‘경기 팔당허브섬&휴(休)로드 조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2019년 경기도 특조금 오디션에서 대상을 차지해 100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 아직 조성 공사는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당초 완공 목표는 2022년 6월이었지만 계속 미뤄지다 내년 2월로 연기된 상태다. 한강유역환경청,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 협의 과정이 늦어진 탓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방문한 광주시 팔당 물안개공원에 ‘팔당 둘레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2026.2.24 /특별취재팀


사업 계획 단계에서 사전 타당성 검증이 미흡했던 점도 이유로 지목된다. 시는 2020년 5월 팔당 물안개공원 내 허브섬에 시범 사업 형태로 허브 5만2천여그루를 식재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고사했다. 당초 이 섬 일대의 토질이 허브 식생에 적절치 않다는 점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이에 시는 허브 식재를 수생식물과 경관식물 등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변경했다.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계획된 사업이 공모에 선정돼 대규모 특조금이 투입됐단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시 관계자는 “당초 사업 계획 단계에서 토질 조사 등의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실무 협의가 지난해 말 완료됐고, 시공사도 선정했다. 빠른 시일 내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빛났던 아이디어 활짝 피지 못했다?…오산 반려동물 테마파크

지난 20일 방문한 오산 반려동물테마파크 건물 1층의 불이 꺼져 있다. 2026.2.20 /특별취재팀


특조금 지원을 토대로 만들어진 오산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오산시 공직자들의 뛰어난 기획력을 바탕으로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활용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사례 중 하나다.

지난 20일 방문한 오산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평일 오전이었지만 반려견들과 견주들로 북적였다. 야외 ‘반려견 운동장’에서 몸집이 큰 진돗개, 시베리안 허스키부터 포메라니안이나 비숑프리제 등 다양한 종류의 강아지들이 지칠 줄도 모르고 마음껏 뛰어놀고 있었다.

야외 공간은 북적이는 반면 바로 옆 부지에 자리잡고 있는 4층 규모의 건물은 사무실 용도말고는 쓰이지 못했다.

당초 이 건물 1층에는 반려견 수영장이 만들어지고 2층은 호텔과 실내놀이터로 운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영장으로 만들기로 한 공간은 물 한 방울 없이 먼지만 쌓인 실정이다. 호텔 공간과 실내놀이터는 운영 준비를 마쳤지만 불 꺼진 채로 잠겨 있었다.

이곳을 위탁해 운영 중인 민간업체 관계자는 “누수와 단열 등 시설 개·보수가 필요해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산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지난 2016년 특조금 오디션에 입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복개 공사를 마친 하수처리장 상부 공간에 만들어진 시설로, 악취 때문에 주민 기피시설이었던 하수처리장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면서 주민들의 관심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특조금 49억원과 함께 시비 79억8천100만원까지 총 128억8천100만원을 투입해 2021년 준공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이곳에는 12만여명이 방문할 만큼 주민들이 애용하는 공간이 됐지만, 이용자들도 방치되고 있는 건물에 대해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산시민 제갈선미(45)씨는 “대형견이 뛰어놀기에 이만한 공간이 없기도 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저희에겐) 소중한 공간”이라며 “건물이 (반려견을 위한) 내부 공간으로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산시청에) 민원도 넣어봤는데 개선된 건 없다”고 말했다.

운영 업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업체 대표는 “지난해에도 공사를 했지만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며 “야외 운동장은 사실 (저희)수익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저희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산시는 올 상반기 내로 건물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시설 활용 방안을 업체와 고심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오산시 관계자는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반려견 놀이터뿐만 아니라) 유기견 보호 및 입양 등의 역할도 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운영 이윤만 따질 수 없는 시설이다. 올해 리모델링을 마치고 빠른 정상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방문한 오산 반려동물테마파크 야외 ‘반려견 운동장’에 강아지들과 반려인들이 뛰어놀고 있다. 2026.2.20 /특별취재팀


■ ‘슬로라이프’는 남양주시 전임 시장 슬로건이라 폐기?

2016년 도 특조금 오디션에서 70억원을 지원받은 남양주시의 ‘슬로라이프 미식관광 플랫폼 조성’ 사업도 시장이 바뀌면서 무산되고, 해당 비용이 아예 다른 목적으로 쓰이게 됐다.

슬로라이프 미식관광 플랫폼 조성 사업은 미식관광 체험관, 슬로라이프 플랫폼, 푸드스타트 업스쿨, 슬로라이프 고유부엌 등 4대 핵심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남양주시는 537명의 일자리 창출과 991억원의 생산유발효과, 97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2018년 시장이 바뀌면서 사업은 백지화됐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는 연구용역 결과 사업 추진이 부적합하단 결과가 나와 2018년 도에 사업 변경을 신청, 2019년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임 이석우 시장 때부터 밀었던 ‘슬로라이프 대회’가 조광한 시장 취임과 동시에 폐지되면서, 해당 미식관광 플랫폼 조성 등 관련 사업들도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오고 있다.

대신 남양주시는 오디션을 통해 교부받은 특조금을 조안면 진중리 일원에 ‘조안면 공공도서관(가칭)’을 짓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도서관 신설을 위한 114억원의 사업비 중 70억원을 특조금으로 충당하겠단 계획이다. 올 상반기 착공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로부터 사업변경 승인을 받아 규정상 문제는 없을지라도 ‘목적 외 사용’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미식관광 플랫폼 조성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우수하단 평가를 받아 특조금을 지원받은 건데, 단순 도서관 신설 사업에 투입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 미식관광이 부적합하단 내용이 있어 용도 변경 신청을 했고, 도 승인을 받았다”며 “본래 사업 취지에 부합하는 미식 관련 프로그램을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오산 반려동물테마파크 활용 아쉬움
야외공간 북적 반면 실내 사무실뿐
수영장·놀이터 개·보수 이유 문닫아
남양주선 시장 바뀌며 사업 백지화
‘슬로라이프’ 변경 공공도서관 건립
道의 승인에도 ‘목적 외 사용’ 비판

■ 사전 검증 체계·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

특조금 오디션의 취지는 좋았지만, 이처럼 특조금 교부 이후 사업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있는 만큼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조금 교부 전 충분한 사전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경기도의 특조금 운영 기준을 보면, 지방재정 투자심사·공유재산 관리계획 및 각종 영향평가 등 개별 법에서 정한 사전 행정 절차를 이행해야 특조금 신청이 가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2014년 처음으로 진행된 도 특조금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서순탁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당시 오디션의 의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참여를 결정했다. 그냥 ‘로또’ 같은 형식이 아니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특조금을 교부하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교부금이나 교부세가 그렇듯이 교부받는 지자체들은 ‘일단 받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평가나 모니터링 시스템이 중요하다. 특조금 사업의 성과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목적이) 흐려지고 돈만 낭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사전검증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서 교수는 그럼에도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특조금을 교부하는 경기도에 선정 기준이 있어도, 모든 사업을 평가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의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 등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연구·분석해서 문제점을 고쳐가면서 사업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 강기정 차장, 이영지·한규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