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박수 안 친 민주당에 호통…107분 ‘역대 최장’ 국정연설
“흑인은 원숭이 아니다” 종이 든 민주당 의원 경호원에 끌려 퇴장
“관세, 재정 부담 덜어줄 것” 주장…미 언론들, 실시간 ‘팩트체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역대 최장 기록인 107분 동안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쉴 새 없이 기립박수를 보낸 공화당 의원들과 침묵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쇼맨십’을 발휘하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빨간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 6분에 걸쳐 연방하원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참석자 한 명 한 명과 ‘셀카’를 찍고 상대방의 어깨를 두드리며 반갑게 아는 체를 했다.
그가 ‘상호관세’ 무효 판결을 내린 연방대법관들 앞을 지나갈 때는 잠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위법 의견을 낸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3명의 대법관, 적법 소수 의견을 낸 브렛 캐버노 대법관과 모두 악수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관들을 “바보와 아첨꾼들”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날 국정연설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때보다 더욱 극심한 분열 속에 진행됐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연설을 아예 보이콧했고 자리를 지킨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복지 스캔들’을 거론하며 이민자들을 ‘범죄자’라고 비난하자 소말리아계인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민주·미네소타)은 “당신이 미국인을 죽였다”고 소리쳤다. 연방 이민당국이 시민 2명을 사살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앨 그린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할 때 “흑인은 원숭이가 아니다”라고 쓴 종이를 들고 있다가 경호원 손에 이끌려 퇴장당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얼굴에 원숭이를 합성한 인공지능(AI) 영상을 공유했던 것을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분이 멀다 하고 기립박수를 친 공화당 의원들과 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양당이 당파를 초월해 기립해서 손뼉을 친 순간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남자 하키 대표팀이 입장할 때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워싱턴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의 총격에 숨진 세라 벡스트롬 육군 상병과 당시 부상을 입은 앤드루 울프 공군 하사에게 이날 퍼플하트 훈장을 수여했다. 지난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 때 크게 다친 에릭 슬로버 육군 제5호 준위도 명예훈장을 수훈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그의 허위 주장을 바로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홍보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외국이 부담하는 관세는 현대의 소득세 체계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국민의 재정적 부담을 크게 덜어줄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뉴욕타임스는 “관세는 누진세인 소득세와 달리 역진적 조세 방식이므로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더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세를 납부하는 것은 미국의 수입업자들인 만큼 “외국이 관세를 부담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이날 국정연설의 ‘지정 생존자’는 더그 콜린스 국가보훈부 장관이었다. 지정 생존자는 국정연설 등 대형 행사 때 대통령과 장관 등이 한꺼번에 숨지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인물로,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비공개 장소에 격리된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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