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도 불길 속으로 진격”…‘화재 진압’ 로봇 기증한 현대차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6. 2. 2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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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 무인차 ‘HR-셰르파’에
카메라·원격 제어기 등 탑재
소방관 대신 화재현장에 투입
향후 100대까지 공급할 계획
무인소방로봇. [현대차]
회색 콘크리트 바닥 위 경차보다 조금 큰 길이 3.3m의 ‘무인소방로봇’이 낮은 기계음을 내며 앞으로 나섰다. 너비 2m, 높이 1.9m의 차체에 두툼한 방열 구조로 설계된 이 로봇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소방청과 함께 개발한 원격 화재 진압장비다.

호스를 통해 물이 공급되자 로봇은 스스로 노즐을 조정하며 분사를 시작했다. 분사와 동시에 차체 외부로 뚜렷하고 선명한 물줄기가 일직선으로 쏟아져 나왔다. 조명탄으로 화염 상황을 연출한 건물 모형 앞에 멈춰 선 로봇은 화점을 정확히 조준해 물을 쏟아냈다.

직사와 방사를 오가며 목표 지점을 빠르게 적셨다. 6륜 독립구동 인휠모터 시스템을 장착한 로봇은 잔해물로 가정한 장애물을 부드럽게 넘어섰다. 특수 타이어는 고열 환경에서도 변형 없이 지면을 단단히 밟고 나아갔다.

현대차그룹과 소방청은 지난 24일 경기 남양주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원격 화재 진압장비 무인소방로봇 기증 및 시연 행사를 진행했다. 소방대원 접근이 어려운 고위험 화재 현장에 로봇을 선투입해 초기 진압과 수색을 맡기고, 인명 구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소방청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왼쪽)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무인소방로봇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이날 기증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 등이 참석했다. 기증된 4대 중 2대는 수도권119특수구조대와 영남119특수구조대에 1대씩 미리 배치돼 실전 투입 중이며, 나머지 2대는 3월 초 경기 남부와 충남 소방본부에 각각 1대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과 소방청은 올해 4대를 시작으로 3년 내 50여 대까지 보급을 확대하고,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100대 수준까지 현장 투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현장 의견을 반영해 경량화와 소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무인소방로봇은 현대로템의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 ‘에이치알(HR)-셰르파(Sherpa)’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HR-셰르파는 지난해 4월 군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차량으로, 이번 장비는 이를 소방 분야로 확장 적용한 사례다.

로봇은 섭씨 500~800도에 이르는 고온을 견디도록 차체를 보완했다. 방수포와 자체 분무 시스템, 원격 제어기, 인공지능(AI) 기반 시야 개선 알고리즘이 적용된 적외선(IR)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 자체 분무 시스템은 장비 외부에 수막을 형성해 고열로부터 차체를 보호한다.

야외 시연에서는 로봇의 기동성과 방수 성능이 공개됐다. 무인소방로봇은 중앙 펌프차에서 물을 공급받아 최장 50m 거리까지 직사형과 방사형으로 물을 분사했다. 제자리 회전이 가능하며, 30㎝ 높이의 수직 장애물도 통과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50㎞다.

전면 상단에 장착된 시야 개선 카메라는 농연농도 85% 환경에서 약 17m 떨어진 사물까지 식별할 수 있다. 고온과 짙은 연기로 접근이 어려운 현장에서 화점과 구조 대상자를 탐지하는 역할을 한다.

행사에 직접 참석한 정 회장은 “무인소방로봇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을 집약한 장비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구현한 새로운 모빌리티”라며 “좋은 장비를 더 잘 개발해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국적으로 화재가 반복 발생하는 상황과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들의 위험 부담을 고려해 지원을 결정했다. 화재 예방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고위험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관의 안전을 기술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무인소방로봇 공동 개발을 추진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
특히 자동차와 산업용 기계 분야에서 축적한 제조·모빌리티 기술을 재난 대응 영역에 적용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보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결합한 피지컬 AI 분야에 대해 추가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술 고도화를 전제로 중장기 관점에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

정 회장은 “전국에서 화재가 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경험이 많았다”며 “화재를 막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을 보며 자동차 회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피지컬 AI 확장 계획과 관련해 그는 “AI와 로보틱스 기술이 더 들어가야 한다”며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직무대행은 “이 자리는 재난 대응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패러다임 전환의 첫걸음”이라며 “현대차그룹 등 민간과 혁신적 연대를 통해 첨단 과학기술을 현장에 적극 도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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