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두 번의 내란, 두 개의 비석

김해수 기자 2026. 2. 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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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5.18역사기행에 참여했다.

대통령 신분으로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씨는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신흥 내란범 글씨가 새겨진 비석은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 창원에 세워져 있다.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콘텐츠 '어쩐지 설명이 필요한 금요일밤'에서는 윤 씨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 1심 선고 다음 날 이 문제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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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두환 비석’ 민주주의 교훈으로
‘윤석열 비석’ 운명, 새 창원시장 손에

대학생 때 5.18역사기행에 참여했다. 출발일은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한다. 2009년 5월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이다.

광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속보가 계속해 흘러나왔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몇 시간 동안 버스 모니터만 바라보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날 망월동 5.18구묘역(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처음 '전두환 비석'을 마주했다. 당시 허탈함과 분노를 담아 비석을 힘껏 눌러 밟고 지나갔다.

'전두환 비석'은 전두환 씨 부부가 담양 한 마을에 숙박한 것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비석에는 '전두환 각하 내외분 민박 마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후 6월 항쟁으로 전 씨가 물러난 뒤 광주 민주화운동 재야 인사들이 비석을 찾아 부쉈고, 훼손된 비석은 구묘역으로 옮겨졌다.

수십년 간 이곳에 묻힌 비석을 밟으며 5.18 희생자와 유족들은 미약하게나마 위로를 얻었을 테고, 많은 시민들은 '민주주의' 의미를 되새겼다.

최근 전 씨 이름 앞에 새로운 호칭이 붙었다. '원조 내란범'이다. 전 씨 이후 우리나라에 다시 없으리라 생각했던 내란 사태가 2024년 벌어진 것이다. '신흥(?) 내란범' 윤석열 씨의 등장이다.

대통령 신분으로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씨는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신흥 내란범 글씨가 새겨진 비석은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 창원에 세워져 있다. 조금은 기이한 모습으로.

윤석열 친필 표지석은 2024년 창원 국가산업단지 출범 50주년을 맞아 조형물과 함께 설치됐다. '산업 강국의 요람 창원국가산업단지 2024. 4. 24. 대통령 윤석열'. 그러나 7개월 만인 그해 12월 3일 불법 계엄 사태가 벌어졌고, 분노한 창원 노동자들이 표지석 '대통령 윤석열' 이름 앞에 '내란'이라는 글자를 '쾅' 찍었다.

논란이 되자 표지석 소유자인 창원시는 전체에 검은 천을 씌웠다. 검은 천에 쌓인 표지석은 현재까지도 흉물로 남아있다.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콘텐츠 '어쩐지 설명이 필요한 금요일밤'에서는 윤 씨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 1심 선고 다음 날 이 문제를 다뤘다. 창원시 입장은 여전히 답보 상태였다. 근거는 '규정이 없다'는 것.

하지만 친필 표지석 철거 논쟁은 단순한 시설물 관리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누리는 공간에 남겨진 기념물은 우리 공동체가 무엇을 기념할 것인가, 무엇을 기억하기로 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행정이 아쉬운 이유다.

만일 표지석을 철거하거나 비판적 맥락 속에 재배치한다면 그 자체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기억'으로 남겠다. '전두환 비석'처럼.

그렇지 않고 표지석에 찍힌 '내란' 글자를 지우고 원형 그대로 기념한다면 사회가 공유하는 인식과 충돌한다. 새로운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사례는 가까이 있다. 원조 내란범의 또 다른 흔적, 그의 호를 딴 '합천 일해공원' 탓에 군은 19년 동안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윤석열 친필 표지석을 교훈으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갈등의 씨앗으로 남길 것인가는 창원시 판단에 달렸다. 그리고 우리는 6월 3일 창원시 수장인 창원시장 뽑는다.

창원시장 선거에서 후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똑똑히 지켜봐야 할 테다.

/김해수 뉴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