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못 간다던 언론, 이젠 '주식투자 단점' 부각하나
[비평] 이재명 대통령, 2022년 대선 전부터 코스피 5000 가능성 언급… 24일 6000 넘어
정부 출범 초 조선일보 코스피 3000 어렵다고 보도, 하루 뒤 3000 달성
일부 언론, 코스피 5000 돌파하자 주식투자 자체의 문제점 부각
코스피 상승 성과 가리는 보도로 오해…외신에선 李대통령 가리켜 "개미들의 영웅"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코스피(한국종합주가지수)가 25일 최초로 6000선을 돌파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코스피 5000선을 임기 8개월 만인 지난달 달성하고 약 한달 만에 새로 세운 기록이다. 한 외신에서는 과거 주식 투자로 실패 경험이 있는 이 대통령이 코스피를 세계 최고의 증시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처음 벌어진 현상이다. 그동안 정치인과 관료들은 주식 투자에 이해충돌 등 이유로 법적 제약이 있고, 정서적으로도 이들이 주식투자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여기에 더해 '진보진영 대통령은 경제에 무능하다'는 편견으로 경제정책에 박한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인데 이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주식 투자 경험을 얘기해왔고 집권 이후 성과로 나타나면서 외신이 조명한 것이다.
노무라증권이 올해 상반기 코스피 목표치를 7500~8000선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추가 상승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러자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부동산이 깔고 앉은 자금을 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주식시장으로 돌리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관련해 일부 보수 언론의 논조도 바뀌고 있다.

코스피 3000도 어렵다? 넘고 나면 5000 어렵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이 아닌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코스피 5000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는 지난 2021년 12월2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저평가됐다”며 “그 점만 정상화돼도 4500은 가뿐히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이 대통령만의 전망으로 치부됐다.
주가 관련해 가장 많이 회자된 기사 중 하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약 2주 만인 지난해 6월19일자 조선일보 <3000 못 넘는 코스피…“매수 기회” vs “과열 국면”>이다. 이 신문은 “코스피가 2900선을 회복한 지 6거래일이 지났지만, 좀처럼 3000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달 들어 코스피가 연일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3000선 돌파는 시간문제로 여겨졌지만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 일대를 공습하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시장에 불안 심리가 퍼졌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전쟁 우려로 지난 4월 코스피가 2200선으로 내려간 이후 현재까지 30%가량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이 맞물리며 주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코스피 3000 넘으면 현금화해야”란 소제목을 달고 “지정학적 이벤트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비해 현금 비율을 일정 수준 확보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한 전문가 코멘트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코스피 3000을 넘기 어려울 것이며, 3000이 넘더라도 과열된 것이니 바로 현금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보도 바로 다음 날인 6월20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3022.1까지 올랐고 이날 3021.8로 마감하며 3000선을 돌파했다.
3000을 넘었어도 의구심을 보이는 기사는 이어졌다. 대선 전부터 5000선 돌파 또는 유지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5월26일자 아시아경제 <5년 내 5000시대 진입, 꿈 이뤄질까>를 보면 전문가 20인 설문 결과, '중립'이 8명, '어렵다'가 6명로 나타났다. '제도개선을 전제로 가능하다'는 의견은 2명에 불과했다. 전문가 상당수가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코스피 5000을 이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처럼 다루는 언론이 많았다고도 볼 수 있다.
코스피 5000 돌파에 바뀐 보도 흐름
지난달 22일 코스피가 5000을 넘어섰다. 언론에선 코스피 5000의 명암을 다루기 시작했다. 코스피 5000 달성은 한국 경제 회복의 한 지표에 불과하니 다른 분야의 문제점을 짚는 방식이다. 5000 달성 다음날인 지난달 23일자 중앙일보는 사설 <코스피 5000 시대, 아직은 축포 쏠 때 아니다>에서 “증시의 환호성 한쪽에선 경보음도 울린다.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며 '반도체 착시 효과', 'AI 거품론' 등과 함께 “근본적 경제 체질 개선”을 말했다. 물론 언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이다.
다만 주식 투자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보도가 늘기 시작했다. 세계일보 지난달 25일자 <'불장, 남의 나라 얘기'… 뒤늦은 빚투 확산 '증시 뇌관' 우려 [코스피 5000시대]>란 기사는 “오천피의 그늘”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실제 투자자 사례가 등장하는데 A씨는 신혼집 마련을 위해 주식을 현금화했는데 이후 지수가 급등해 밤잠을 설친다는 내용이다. 현재 주식시장 활성화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일부 특정주에 쏠려있는데 다른 종목의 주식을 보유한 B씨는 지금의 활황이 '남의 나라 이야기'란 내용도 나온다. 증시 내 양극화 문제, 빚내서 고위험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도 담겼다.
이는 주식투자에 대한 일반적인 부작용을 담은 기사다. 어느 시기든 주식 투자를 '도박'에 비유하는 시선이 있고, 상승장에서도 떨어지는 종목이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빚내서 하는 무리한 투자에 대해서는 언제나 경고할 수밖에 없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이런 기사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의도와 무관하게 다수 독자는 보수 언론이 코스피 상승의 '그늘'에 집중한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 24일자 서울신문의 <자산가 37% vs 개미 1%… 수익률 양극화… 돈이 돈을 벌었다>는 기사에는 '갈라치기'라는 댓글이 달릴 만큼 주식투자의 부정적 측면을 조명하고 있다. 고시원에 살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20대를 부모에게 5억 원을 증여 받은 스타트업 사업가와 비교했다. 소액 투자자들은 단타로 낮은 수익률을 보이지만 자산가들은 안정적으로 장기투자를 해서 고수익을 본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기사들의 특징은 코스피 상승 국면에서 주식투자의 단점만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투자는 부동산 투자에 비하면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현금화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가계대출의 큰 몫을 차지하는 아파트 가격이 계속 뛰고 있지 않나. 부동산에 묶인 막대한 돈의 일부를 주식시장으로 유인할 때 오는 경제적 효과가 분명히 있다.
이런 기사는 대다수 투자상품에 해당하는 일반적 단점을 주식 영역에서 다소 극단적 사례로 재현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주식보다 더 '돈이 돈을 버는' 구조이며 양극화가 극심한 분야다. 주식뿐 아니라 모든 투자 상품이 무리하게 빚을 내서 하면 안 되고 돈을 버는 사람이 많은 국면에서도 잃는 사람이 발생한다. 주식 투자의 위험을 다루려는 기자의 선의를 인정하더라도 이러한 기사는 다른 의도로 전달될 여지가 크다. 게다가 최근 주가를 올리기 위한 기사를 쓰고 부당하게 수익을 올린 경제매체 기자들이 수사를 받고 있다. 주식 관련 기사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가운데 코스피 상승에 대한 기사마저 진영논리로 접근한다는 평가는 언론계가 자초한 면이 크다.
여전히 코스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뉘앙스를 담은 왜곡보도도 없진 않다. 25일자 매일경제 <“솔직히 고점 같습니다”…코스피 던지는 외국인, 이달에만 12조원>는 “코스피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고 있지만 외국인의 순매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고 기사를 시작한다. 기사 본문을 보면 제목과 톤이 다르다. 이달 외국인 순매도가 약 12조 원어치고 이를 개인 투자자들이 사는데 개인들의 순매수액은 17조 원에 달했다. 외국인들은 주로 주가가 많이 오른 현대차와 SK하이닉스를 순매도했다. 그 외에도 기사 내용 전반을 보면 코스피 하락세를 전망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제목은 마치 지금이 고점인 것처럼 달려있다.
블룸버그 “이재명 대통령, 개미들의 영웅”
최근 외신에서 코스피 상승에 대해 이 대통령을 호평한 기사가 나왔다. 미국 언론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3일 <How Korea's President Turned Its Market Into the World's Best Performer(한국 대통령이 어떻게 한국 시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는가)>란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30년 전에는 실패한 데이트레이더에 불과해 돈을 제대로 벌지 못했는데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그가 대통령이 돼 한국 증시를 세계 최고의 증시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코스피는 올해 들어 38%, 이재명 정부 들어 115% 올랐는데 이로 인해 이 대통령이 한국의 1400만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영웅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부동산 가격 하락에 주력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의 이러한 상반된 논조로 국내 언론보도에 대한 불신이 더해진 측면이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긍정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5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오늘) 6000포인트 자체에 대해서는 말씀을 하진 않았다”며 “이 대통령은 주가지수 자체보다 추세나 흐름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최근 부동산에서 돈이 흘러 주식시장 생산적 금융으로 흘러가는 현상은 고무적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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