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법판사, 법원 내부망에 “재판소원법 보완책 마련해달라”

오유진 기자 2026. 2. 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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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등법원 판사가 25일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재판소원 법안의 보완책을 촉구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유정우 부산고법 울산재판부(47·사법연수원 35기) 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코트넷에 ‘재판소원 허용 입법안의 문제점과 보완책 촉구’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재판소원을 시행하더라도 최소한의 보완책 마련을 요청한다”고 했다. 유 고법판사는 “단순히 조직 이기주의나 기관 이기주의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기존 법 체계를 크게 뒤흔드는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언급한 것임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유 고법판사는 재판소원 법안 부칙에서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한 것을 두고 “이대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존에 불복 절차를 마친 수많은 사건들이 헌법재판소에 한꺼번에 유입될 것”이라며 “헌재의 업무 부하가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소원 사건이 폭증해 실무적으로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 고법판사는 헌재가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이라도, 재판소원이 제기된 사건에서 이미 내려진 법원 판결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처분 규정을 문제 삼았다. 유 고법판사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 특히 전원합의체 판결까지도 헌재의 가처분 결정 한 번으로 그 집행이 정지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의 효력이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이 더 이상 대법원 판결을 최종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 고법판사는 또 “소송에서 패소한 당사자가 가처분 신청을 남발해 진작에 종결됐어야 할 사건의 집행이 기약 없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예컨대 임대인이나 도급인이 임대차보증금, 공사대금을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으면서, 가처분 규정을 악용해 지급을 계속 미루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처분 규정이 심리 중인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현재 진행 중인 수많은 사건이 한꺼번에 가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사실상 ‘4심제’가 되어 헌재에 추가 접수되는 사건이 폭증해 소송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도 했다. 유 고법판사는 “4심제가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텐데, 위헌 여부를 떠나 법적 분쟁은 가급적 이른 시기에 명확하게 판단되어 종료되어야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의 모든 분쟁 사안이 4번이나 판단을 받아야만 되는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소송에도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이 들어가고, 그 자원의 유한성을 생각한다면 분쟁을 계속, 끝까지 이어가도록 부추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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