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하필이면 ‘6000피’ 찍은 날에… 대기업 ‘자사주 소각’ 철퇴

장우진 2026. 2. 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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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주도 ‘3차 상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자사주 취득 시 1년 이내 소각’ 골자
"경영권 방어 비상… 헤지펀드 먹잇감"
경제계 "특정 목적 자사주 제외" 요청
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필이면 코스피 6000을 돌파한 25일 국회가 끝내 자사주 의무 소각 등을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업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놓았지만, 정부여당의 입법 드라이브 속도를 늦추지 못하고 철퇴를 맞았다.

SK 등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당장 외국계 자본 등의 지배구조 공세를 막지 않으면 경영권이 흔들릴 처지에 놓였다.

기업들은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인수합병(M&A) 등 특정 목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보완 입법을 간절히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정치권이 계속 기업들의 성장 여럭을 막는 규제입법을 이어갈 경우 코스피 6000도 '거품'처럼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회는 25일 오후 4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종료된 뒤 3차 상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176명 중 찬성 175명에 기권 1명이다. 국민의힘은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앞서 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소용없었다.

3차 상법 개정안은 신규 취득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규정했다.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제도 실시,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사유에 대해선 예외가 적용된다. 기존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선 1년 6개월 안에 소각하도록 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는 경우엔 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에서 매년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를 통해 기업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용으로 활용하는 걸 막고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 법안의 골자다.

다만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 제도 실시 등 일정한 사유가 인정돼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는 경우는 예외로 했다.

경제계는 제341조의2에 따라 합병 등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해당 사항이 없어 소각 의무를 면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일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M&A 등이 포함된다.

자사주는 투자금융 관점에서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매각해 다른 주주가 이를 취득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국내법 상 다른 주요국과 달리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등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어, 기업들은 자구책으로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간접적으로 활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전장치 없이 통과된 이번 3차 상법 개정으로 주요 대기업들에 대한 투기자본의 공세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행동주의펀드를 비롯한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지분 경쟁을 시도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예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내달 주총을 앞두고 KCC에 대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의 유동화와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고, 태광산업에도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서한을 보냈다.

팰리서캐피탈(LG화학),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DB손보·코웨이 등), 라이프자산운용(BNK금융지주) 등도 다음달 주총에 앞서 주주행동에 나섰다.

기업들은 부랴부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며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삼성전자는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이행 중이다. SK하이닉스, ㈜LG, LG전자, 포스코홀딩스 등도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식화 했다.

이런 노력에도 3차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작년 9월말 기준으로 SK㈜는 자사주 비중이 24.8%로 높은 편이고, 자율주행·로봇 부품 기업인 SNT다이내믹스도 32.7%에 달한다.

신영증권의 경우 51%로 시총 1조원 이상 기업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에서는 특정 목적으로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서는 소각 의무를 제외하는 등의 보완 입법를 호소하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존중한다"며 "이번 개정이 주주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M&A 등의 과정에서 취득한 특정 목적 자사주 문제는 향후 추가 논의를 통해 보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주주환원을 위해 기업 실적 확대가 긴요한 만큼, 국회는 경영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에도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며 "경제계도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윤상호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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