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란’ 맞지만 ‘계획’은 없었다?…지귀연 재판부가 남긴 논란의 불씨

김현지 기자 2026. 2. 2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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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2023년 10월 계엄 준비, 2024년 10~11월 무인기 사건”
내란 사건 1심 재판부, ‘노상원 수첩’ 물증 등 사전계획설 배척
시민사회 “계엄 전부터 내란 임무 종사한 노상원 유죄 판결과 모순”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약 2개월 전인 2024년 10월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국민참관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계획한 시점을 둘러싸고 법적 쟁점이 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쌓기 위해 2024년 10~11월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군사적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윤 전 대통령의 일반이적 혐의와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내란이라면서도 비상계엄 계획 시점을 2024년 12월1일 무렵이라고 판단했다. 시민사회에서는 비상계엄 사전 계획설의 증거인 '노상원 수첩' 불인정, 증인들의 진술 불일치 등을 토대로 한 사법부의 판단을 비판했다.

'진술 엇갈리고 노상원 수첩 인정 어려워'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선고기일에서 군경의 국회 투입 등을 강조하며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인 내란이 인정된다"면서도 비상계엄이 사전 계획됐다는 공소사실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024년 11월30일 국방부장관 공관에서 군사령관들의 현안 보고를 받으며 비상계엄 실행 계획을 알려준 뒤 윤 전 대통령 등과 대통령 관저에서 비상계엄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는 설명했다. 그러나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여러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암시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린다고 판단했다.

지난 19일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인근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이 재판 생중계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사전 계획설의 물증인 '노상원 수첩'도 인정되지 않았다. 이는 김 전 장관과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의혹이 제기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이다. 여기에는 '여인형', '박안수' 등의 내용이 기재됐는데 이들은 실제로 2023년 10월 군사령관 인사에서 각각 국군방첩사령관과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으로 보직됐다. 노 전 사령관은 2024년 당시 민간인 신분인데도 김 전 장관과 소통하며 비상계엄을 준비한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특히, 비상계엄을 앞두고 정보사 간부 3명과 경기 안산시 모처에서 만나 부정선거 수사를 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장악 등을 모의한 의혹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군 사령관 인사 전부터 비상계엄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이 수첩이 작성됐다는 주장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수첩은 2024년 12월15일 충남 서천군에 있는 노 전 사령관의 모친 주거지 책상 위에서 발견돼 압수됐다"면서 "노 전 사령관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계획해 김 전 장관 등에게 이를 전달했다면 이 수첩은 결정적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수사기관에 발견되기 쉬운 위 주거지 책상 위에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으로 이뤄진 각종 조치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이) 장기간 마음 먹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하다"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군사적 사태 등 비상계엄 선포 여건을 조성하려고 했지만 그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특검팀 측 조사 결과도 인정되지 않았다.

무인기 침투 작전 의도적이었나

그러자 '북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으로 관심이 모아졌다. 이 사건은 윤 전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쌓기 위해 2024년 10~11월 북한에 무인기를 10여차례 보내는 식으로 군사적 도발을 유도했다는 혐의다. 특검팀은 애초 외국과 몰래 공모(통모)하거나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외환유치죄를 검토했다. 그러나 외국과의 통모 사실이 있어야 하는 이 죄 대신 일반이적죄를 적용해 윤 전 대통령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일반이적죄는 대한민국 군사상 이익을 해치는 범죄 행위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정엽 부장판사)에서 심리 중이다. 이곳의 판단은 내란 우두머리혐의 1심 재판부와 별개로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비상계엄 사전계획설'은 일반이적 혐의와도 연관되는 만큼 형사합의36부에서도 비상계엄 계획 시점 등이 주요하게 다퉈질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앞선 재판에서 무인기 투입에 대해 정당한 군사작전이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여인형 전 사령관 등도 재판을 받고 있다.

시민사회는 비상계엄 사전 계획설을 차단한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12·3 내란 진상규명·재발 방지 TF 단장인 박용대 변호사는 25일 서울 종로구 소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재판부는 (2024년) 12월1일쯤 내란을 실행할 결심을 한 것 같다고 표현하는데 스스로가 내린 판결 내용과도 상충한다"며 "노상원은 (19일 선고기일에서)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18년을 선고받았고 중요임무 종사를 했다는 사실 대부분은 12월1일 이전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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