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AI, 공중보건의 판을 바꾸다

박영서 2026. 2. 2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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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공중보건
배성윤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인공지능(AI)이 의료 현장을 바꾸고 있다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책은 그 변화를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재의 현실’로 보여준다. 폐 결절을 94% 정확도로 감지하는 알고리즘, 응급실에서 골절을 찾아내는 영상 판독 시스템, 뇌졸중 스캔에서 전문가를 능가하는 분석 결과까지, AI는 이미 의사의 눈을 보완하고 판단을 돕고 있다. AI가 공중보건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책은 기술 낙관과 경계를 함께 사유하며, 지속 가능한 의료 혁신의 조건을 제시하는 안내서다. 예방 중심의 정밀 의료,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 의료 접근성 확대라는 거대한 전환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인간 의료진과 협력하는 코파일럿으로서의 AI, 효율적 공중보건 전략,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미래를 균형 있게 탐색한다.

하지만 책은 기술 낙관에만 기대지 않는다. 데이터 편향과 품질 문제, 알고리즘의 불투명성, 책임 소재, 개인정보 보호라는 묵직한 질문을 함께 던진다. 특히 의료 데이터의 비표준화,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데이터 부족 등은 AI의 일반화 가능성을 제약하는 구조적 한계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윤리와 거버넌스 역시 정교해져야 한다는 경고다.

책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는 의료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을 ‘증폭’하는 도구라는 점이다. 공중보건의 미래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과 제도를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질병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경험 의존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으로의 전환이 중요한 것이다. AI가 그 문을 열고 있으나 문제는 우리가 그 문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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