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주최 세계 기선전] 박정환 회심의 승부수…'상금 4억' 기선 제압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6. 2. 2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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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미디어 주최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 결승1국
박정환, 왕싱하오에 먼저 1승
박, 경기 중반 116수 '승부수'
왕싱하오 실수 이어지며 무릎
"시간 관리, 실전감각에 집중
컨디션 유지해 내 게임 펼칠것"
이세돌 강연, 박보검 사인회에
꿈나무 50명 멘토링 '바둑 축제'

◆ 세계 기선전 ◆

25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에서 열린 제1회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 결승에 앞서 김정훈 신한은행 브랜드홍보그룹 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왕싱하오 9단, 이세돌 9단, 박정환 9단, 배우 박보검,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주필,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홍민표 한국 바둑대표팀 감독(맨 뒷줄 오른쪽부터)이 꿈나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한국 바둑의 '최종병기' 박정환 9단이 우승상금 4억원이 걸린 세계 최대 규모 메이저 대회 '제1회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 결승 1국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초대 챔피언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섰다.

박정환 9단은 25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15층 특별 대국실에서 열린 세계 기선전 결승 1국에서 중국 1인자인 왕싱하오 9단을 상대로 154수 불계승을 거뒀다. 두 선수 모두 초읽기에 들어가기 전 승부가 났을 정도로 박정환 9단의 완벽한 승리다.

박정환 9단은 초반부터 왕싱하오 9단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면서 인공지능(AI) 예측 승률 60% 이상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경기를 지켜본 신민준 9단은 "초반에는 박정환 선수가 잘 아는, '연구된 포석'이 나온 것 같다. 왕싱하오 선수도 큰 실수 없이 잘 버텼지만 초반에 박정환 선수가 시간을 아끼고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승부는 예상보다 빨리 갈렸다. 박정환 9단은 전투 도중 왕싱하오 9단이 115수와 117수에서 잇달아 실착하자 좌중앙의 흑 두 점을 잡아내며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이후에도 왕싱하오 9단의 착각이 이어지면서 대국은 154수 만에 끝났다.

신민준 9단은 "116수를 둔 이후에 왕싱하오 선수가 시간을 쓰지 않고 후퇴한 게 의외의 선택인 것 같다. 경기가 갑자기 끝나버렸다. 원래대로라면 시간을 쓰더라도 자신의 형세를 살려야 했다"고 봤다. 홍민표 한국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도 "116수는 AI가 추천하는 최고의 수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한 수였다. 왕싱하오가 이후 자신의 국면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일합에 승부가 갈렸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25일 서울 신한은행 본점에서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 결승 대국이 열리고 있다. 김호영 기자

우승상금 4억원과 통산 6번째 메이저 세계 대회 우승이자 5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향해 기분 좋은 출발을 한 박정환 9단은 "이 대회를 위해 연구와 컨디션 관리에 집중했다. 특히 시간 관리가 정말 중요해서 초반 시간을 아끼기 위한 바둑을 두려 노력했고 뜻대로 됐다.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상대 스타일에 따라가지 않고 내 바둑을 둘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체력과 컨디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며칠 전부터는 휴식을 취하며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실전 연습만 했다"고 설명했다.

박정환 9단은 왕싱하오와의 대국을 앞두고 특히 신경 쓴 부분도 밝혔다. 그는 "너무 실리적으로 가면 내 바둑이 엷어질 수가 있다. 이럴 때 실수하는 경우가 많아 그 부분을 조심했다. 실리를 챙기며 바둑이 엷어지지 않도록 연구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결선 2국은 26일 바로 이어진다. 체력도 전략도 중요해졌다. 박정환 9단은 "바로 대회가 이어지는 게 부담스럽지만, 반나절 동안 잘 쉬면서 더 좋은 컨디션으로 제 게임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매일경제신문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창설한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은 매경미디어가 주최하고 신한은행이 후원하며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은 한국 바둑 역사를 새로 쓰는 대회다. 우승상금 4억원으로 세계 최고 상금 대회 타이틀을 중국에서 되찾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매년 열리는 세계 대회의 개인 우승상금이 4억원을 넘어선 적은 없었다. 기존 최고 상금은 최근 창설된 란커배와 북해신역배의 180만위안(약 3억5000만원)이었다. 응씨배는 우승상금이 40만달러(약 5억6000만원)지만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다.

세계 기선전의 역할은 '한국 바둑 자존심 회복'에만 있지 않다. 이날 결승 1국을 앞두고 열린 오프닝 행사에서는 한국 바둑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자리에 모이는 의미 있는 행사도 열렸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김정훈 신한은행 브랜드홍보그룹 부행장,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주필,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홍민표 감독, 심재승 시몬느 이사, 천톈후이 중국바둑협회 단장이 자리해 성공적인 국제 대회를 위해 힘을 모았다.

특히 2016년 인류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AI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쎈돌' 이세돌 9단이 신한은행 직원들을 상대로 강연에 나섰고, 이후 한국 바둑의 미래로 꼽히는 바둑 꿈나무 50명을 만나 사인회를 진행했다. 이어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한국 최고의 바둑기사 최택 역할을 맡았던 배우 박보검이 단상에 올랐다. 박보검은 결승전을 펼칠 박정환 9단과 왕싱하오 9단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바둑 꿈나무 50명은 5인 1조로 바둑기사에게 직접 바둑을 배우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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