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용기 150대 유럽·중동 집결···“정부가 없는 것 같다” 불안에 떠는 이란 시민

이영경 기자 2026. 2. 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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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 위치한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미 공군 공중급유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공격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3차 핵 협상을 하루 앞둔 가운데, 미국이 이란 인근 지역에 군용기 150대 이상을 집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 배치로, 지속적인 고강도 군사작전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국민은 미국의 공격에 불안해하며 전쟁 대비에 나섰다.

항공기 150대, 미 현역 군함 3분의 1 배치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공개된 위성 사진과 비행 추적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미국이 지난 17일 이란과의 2차 핵 협상이 돌파구 없이 끝난 이후 유럽·중동 지역에 대한 군사력을 급격히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에 배치된 군용기 150대 외에도 이스라엘 하이파에 도착한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에도 수십대의 군용기가 탑재돼 있다. 전날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이 에이브러헴 링컨함에 이어 그리스 크레타 섬에 목격되면서 현역 미군 함정의 약 3분의 1이 중동 인근에 집결했다.

지난 20일 촬영된 위성 사진에 따르면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선 60대 이상의 전투기가 포착됐다. 스텔스 기능과 전자전 능력을 겸비한 F-35 전투기도 12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위성 사진에선 영국 공군 기지에 F-22A 랩터 12대가 배치된 모습과 포르투갈 아소르스 제도에 F-16 전투기가 착륙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미국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 로이터연합뉴스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촬영돼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영상 속에는 최소 10대 이상의 F-35 전투기가 목격됐다. 미군은 또한 최근 유럽과 중동에 E-3G 센트리 조기경보기 전력의 3분의 1 이상을 배치했다.

새로운 군용기 절반이 유럽에 배치됐는데, 이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사정권을 벗어나면서도 중동 지역으로 물자나 인력을 배치하기 용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행 추적 데이터에 나타난 항공기 대다수는 수송기와 공중급유기로, 전투기는 위치 정보 송신을 끄는 경우가 많아 위성 사진에 포착되지 않는 한 추적이 어렵다.

데이나 스트롤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집결된 압도적 수준의 군사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실행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군사 작전부터 정교하게 조준된 제한적 타격까지 가능하다”고 WP에 말했다.

하지만 수주에 걸친 장기전에는 부족한 전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크 칸시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은 “만약 몇 주에 걸친 장기적 공습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면, 더 많은 군사 자산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정부가 없는 것 같다···전쟁 준비도 불가능”

이란 국민들은 미국의 공격과 이에 따른 정권 붕괴가 초래할 수 있는 혼란과 폭력에 대해 대비하면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군사적 태세를 갖추면서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구체적인 비상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42세 사업가 아미르는 “마치 정부가 없는 것 같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군대와 맞서 싸우며 살아남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많은 이란 국민들은 미국의 공격으로 1980년부터 8년간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보다 더 참혹한 전쟁이 발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68세 택시 기사 하산 미르자이는 “끔찍한 일들을 많이 겪었지만, 이란·이라크 전쟁 때조차 이렇지는 않았다”며 “이라크는 우리와 동등한 수준의 국가였지만,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매우 끔찍하고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부유한 이란인은 이란을 떠나 해외 안전한 곳으로 향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부분 이란인에게는 불가능한 선택지다. 특히 경제난과 물가 상승이 가중되면서 비상시를 대비해 식품과 생필품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란 운동가 일리아 하셰미가 2주 분량의 비상 물품 목록을 제안하며 준비할 것을 제안했다가, 이란인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목록에는 통조림 및 건조 식품, 손전등, 구급 용품, 보조 배터리 등이 포함됐는데, 이란인들은 “하루치 물자도 구하기 어렵다”고 분노하는 반응을 보였다.

테헤란 주민 사한드는 “준비를 하거나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식량과 의약품을 비축할 돈이 없다. 그저 어디로 가서 숨을지만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당국이 인터넷과 통신을 차단할 경우를 대비해 가까운 이들의 비상 연락처를 적어두고 만날 장소를 미리 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가의 가상 사설망(VPN)을 구매하는 이도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는 이란인들에게 안전하게 CIA에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페르시아어로 안내하는 자료를 제공했다. 잠재적 정보원이 될 수 있는 이들을 포섭하기 위한 조치다.

CIA는 VPN을 사용하고, 사용자를 쉽게 추적할 수 없는 일회용 기기를 사용하라는 조언을 내놨다. 또 개인정보 보호기능이 있는 웹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인터넷 사용 기록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게시물은 몇 시간 만에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의회 합동 회의에서 두 번째 임기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이란으로부터 ‘핵 포기’ 듣지 못해”···이란 “타결 가까워”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연방의회 국정연설에서 “우리는 그들과 협상하고 있다. 그들은 타결을 원하지만 아직 ‘우리는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비밀 단어(secret words)를 듣지 못했다”며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지만 미국을 겨냥한 위협에 맞서기를 절대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례 없는 합의를 이룰 역사적 기회를 맞이했다”며 “타결이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화적 핵기술 혜택을 누릴 권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어떠한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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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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