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모두가 함께 하는 게임 … 경험이 곧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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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개막 전부터 기자들 사이에는 작은 소동이 일었다.
서울 한남동 삼성 리움미술관에서 그의 25년 예술 세계를 망라하는 국내 첫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25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작가는 "극장보다 전시 공간이 관람객과 상호작용하기에 더 쉬운 장소"라며 "예술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예술가는 자기 시대 역사화를 그리는 사람"이라며 "앤디 워홀과 미니멀리스트들이 20세기 산업 사회를 반영했다면 관계와 연결을 강조하는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전시가 아닌가 한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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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회화·조각 한 점도 없어
행위자들이 벌이는 상황에 중점
기록도 거부…기억만으로 존재

전시 개막 전부터 기자들 사이에는 작은 소동이 일었다. 작품 촬영 불가는 물론, 보도용 사진조차 제공하지 않겠다는 미술관 측의 방침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작가 티노 세갈(50·사진)의 확고한 철학인 '비물질성'이 자리하고 있다. 세갈은 도록, 사진, 심지어 작품 매매 계약서조차 종이로 남기지 않고 오직 구두 계약과 '기억'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 한남동 삼성 리움미술관에서 그의 25년 예술 세계를 망라하는 국내 첫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벽에 걸린 그림이나 으리으리한 조각상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전시장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는 건 작가의 사전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뿐이다. 행위자들이 빚어내는 몸짓과 소리,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황' 자체가 작품이 된다.
전시장 입구부터 파격의 연속이다. 서너 명의 행위자가 관람객을 에워싸고 "This is so contemporary(이건 너무 현대적이야)"라는 구호를 리드미컬하게 외치며 춤을 춘다. '컨템포러리'라는 선언은 현대미술을 향한 유쾌한 조롱처럼 들리기도 하고, 자신의 작업이 동시대성을 획득했다는 당당한 과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세갈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이다. 고정된 오브제 대신, 춤추고 노래하며 관객에게 말을 거는 살아있는 '상황' 그 자체를 전시의 주인공으로 세운다. 이번 전시에서는 '구성된 상황' 8점이 정원과 입구, 전시장 곳곳에서 펼쳐진다.

전시장 'M2'에서 가장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오귀스트 로댕의 걸작들에 둘러싸인 채 바닥에서 펼쳐지는 살아 있는 조각 '키스'(2002)다. 두 남녀 퍼포머가 서로를 끌어안고 극도로 느리게 움직이며 로댕, 브랑쿠시, 제프 쿤스 등 미술사 속 거장들이 남긴 '키스'의 형상들을 몸소 재연한다. 신체적 친밀감과 고도의 호흡이 요구되는 작품인 만큼, 리움은 이 배역을 위해 실제 커플인 무용수나 퍼포머를 공개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수동적인 감상자를 넘어선다. 미술관 역시 박제된 사물의 저장고에서 생동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25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작가는 "극장보다 전시 공간이 관람객과 상호작용하기에 더 쉬운 장소"라며 "예술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예술가는 자기 시대 역사화를 그리는 사람"이라며 "앤디 워홀과 미니멀리스트들이 20세기 산업 사회를 반영했다면 관계와 연결을 강조하는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전시가 아닌가 한다"고 자평했다.
영국 런던 출신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티노 세갈은 경제학과 무용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가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결정적 계기는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였다. 당시 본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무제'는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그에게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전시장 바닥에 앉거나 누운 퍼포머들이 구전 동화를 읊듯 허밍과 비트박스를 뒤섞은 기묘한 소리를 내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파격이었다.
1970년대 개념미술가들이 개념의 흔적과 결과물을 사진이나 기록물 같은 물리적 증거로 남겼던 것과 달리, 세갈은 개념을 끝까지 비물질적 상태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기록조차 거부한 채 오직 찰나의 '사건'과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그의 방식은 동시대 미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의 철학에 따라 관람객 역시 사진이나 영상 촬영은 엄격히 금지된다. 아무런 물리적 자원을 소비하지 않는 그의 창작 방식은 기후 위기 시대 예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전시는 3월 3일부터 6월 28일까지.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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