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관광의 갈림길] ② 체류 경쟁은 시작됐지만… 숫자가 보여주는 제주 관광의 준비 수준

제주방송 김지훈 2026. 2. 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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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수요·비용 구조·디지털 플랫폼까지 데이터로 본 현실
‘나우다’ 확산 속도는 빠르지만 체류 전략은 아직 과도기
항공 이동과 체류 여정을 상징적으로 담은 이미지


관광의 방향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 변화가 실제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가입니다.

항공 좌석 흐름과 여행 비용, 예약 데이터, 디지털 플랫폼 운영까지 들여다보면 제주 관광이 서 있는 위치가 보다 또렷해집니다.

숫자는 기대보다 냉정합니다.

■ 항공 수요…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

25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 ‘항공통계’에 따르면 제주 노선은 국내선 여객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2024년 국내선 여객 수송 실적 기준으로 김포–제주 노선은 연간 약 1,000만 명 이상이 이용한 대표 노선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항공 시장에서 계절 변화와 운임 수준, 수요 흐름이 가장 민감하게 반영되는 구간으로 평가됩니다.


항공업계에서는 예약 패턴 변화도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성수기 직전 예약이 몰리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운임 변동성을 고려해 일정 자체를 앞당겨 좌석을 확보하는 흐름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항공 공급과 가격이 체류 수요를 직접 흔드는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의 작은 변화가 곧 관광 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 비용 구조… 체류를 결정짓는 현실의 조건

제주관광공사의 ‘제주 방문 관광객 실태조사(2024)’에 따르면 내국인 평균 체류 기간은 약 3.7일, 1인당 평균 지출은 약 66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에서는 여행 경비 부담과 항공료 수준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일정이 단축되거나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관광 학계 한 전문가는 “비용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여행객은 체류 기간을 줄이거나 선택적 소비로 이동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며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 파급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체류 확대를 말하기 전에 비용 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 예약 흐름… 수요는 이미 선행 신호를 보낸다

최근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 호텔스닷컴이 2026년 2월 발표한 ‘벚꽃 여행 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2주간 국내 봄 여행 검색량은 평균 약 65% 증가했고 제주 숙소 검색 역시 약 5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플랫폼 데이터는 실제 이동 이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관심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행 지표로 활용됩니다.

여행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검색 증가 이후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전환 비율이 최근 들어 높아지는 흐름이 관찰된다”며 “특히 계절 수요가 분명한 시기에는 시장 반응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했습니다.

수요는 이미 움직이고 있고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주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NOWDA)’ 서비스 화면. 관광지 중심 혜택이 안내돼 있으며 현재 숙박·교통 분야 제휴는 없는 상태다.


■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 확산 빠르지만 구조 점검은 과제

체류 전략을 논할 때 디지털 플랫폼은 단순한 편의 서비스가 아니라 정책 도구로 평가됩니다.

여행객의 이동 동선과 소비 흐름을 연결하고 지역 안에서 체류 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기대받기 때문입니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NOWDA)’는 발급 개시 약 4개월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넘어서며 빠른 확산 속도를 보였습니다.

도는 이를 기반으로 체류형 관광 전환과 지역 상권 연계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구성을 보면 아직 과도기적 단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달 들어 현재(25일) 기준 참여 업체는 약 200곳 수준이며 이 가운데 관광지는 60여 곳으로 3곳 중 1곳 정도입니다. 여행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숙박과 항공, 교통 분야는 아예 참여 사례가 없는 상황입니다.

체류 기간을 좌우하는 핵심 의사결정 영역과의 연결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디지털 관광 서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을 상징적으로 담은 모습.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패스가 체류 전략으로 기능하려면 숙박 예약과 이동 수단, 주요 콘텐츠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사실상 전제 조건”이라며 “현재 구성만으로는 이용 경험이 제한적으로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확산 자체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체류 확대와 소비 연계 효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나 공개된 분석은 아직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플랫폼이 정책 목표와 실제 행동 변화를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현장에서는 “디지털 관광 정책은 가입자 수보다 이용 패턴과 체류 변화 데이터를 통해 성과를 확인해야 한다”며 “확산 자체보다 실제 관광 효과를 점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플랫폼이 관광객의 선택과 소비 흐름을 얼마나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제주 관광 전략의 핵심 과제로 남습니다.


■ 체류 경쟁력은 결국 소비로 증명된다

한국관광공사가 2023년 발표한 관광 소비 구조 분석에서는 숙박을 수반한 여행일수록 식음료와 쇼핑, 체험 소비가 연쇄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체류 기간이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석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이런 효과는 항공 접근성과 가격 안정성, 콘텐츠 공급, 디지털 서비스가 동시에 작동할 때 비로소 나타납니다.
어느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체류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 정책이 마주한 질문은

제주는 방문객 규모 면에서는 이미 충분한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하지만 체류 시간이 실제 경제 효과로 이어지는 구조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는 별개 문제입니다.

관광 정책 부문 한 관계자는 “관광 경쟁력은 방문객 숫자가 아니라 체류 경험의 밀도에서 결정된다”며 “정책도 이제 유입 확대보다 체류 설계와 연결 구조를 점검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 선언이 아니라 작동 여부에 대한 점검입니다.
체류 경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통계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만큼 준비 수준이 충분한지 묻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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