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란 유죄' 선고 현장, 기자들도 손에 땀을 쥐었다

김한내 기자 2026. 2. 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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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선고 당일, 현장 취재진 후일담]
기자들 "재판부 내란 인정 큰 의의"
고령·초범 등 감형엔 부정적 견해
尹지지자들, 카메라 치고 기자 위협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를 앞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주변은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법원 청사 외곽을 따라 경찰 기동대 버스 수십 대가 차벽을 만들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고, 법원은 동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구를 폐쇄했다.

폐쇄된 출입구 앞에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경제지 A 기자는 “평소와 달리 모든 방문객이 신분 확인을 거쳐야만 청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며 “제가 선고를 받는 것도 아닌데 괜히 긴장이 됐다”고 했다.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주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 공판 TV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발생했던 폭동 사태를 의식한 것으로 보였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은 법원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며 난동을 일으켰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1심 선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일간지 B 기자는 “지난달 김건희씨 1심 선고 당시 보수 집회를 취재하는 동안 ‘서부지법 사태가 한 번 더 일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며 “팀원들끼리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노트북만 챙겨 대피하자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재판이 열리는 417호 법정 앞에서도 철저한 보안검색이 이뤄졌다. 이나영 한겨레신문 기자는 “일반 방청객은 슬리퍼로 갈아신게 하고 신발 안까지 확인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법원이 신발까지 벗어 검문 검색을 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법정에는 취재진을 비롯해 방청객, 교도관, 경찰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지만, 당시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은 선고가 이뤄지는 내내 타이핑 소리를 제외한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A 기자는 “재판부가 소란이 있으면 강제 퇴장 조치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했는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선고를 직관하기 위한 일반 국민 방청 경쟁률은 11.6대 1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선고는 예상보다 이른 약 한 시간 만에 끝났다. 이에 대해 A 기자는 “재판관이 핵심만 간결하게 정리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느껴졌다”면서 “평소 선고를 할 때는 사소한 사실관계까지 모든 입장을 설명하는데 반해, 이번에는 큰 쟁점을 위주로 축약해서 전달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재판이 끝나자 법정에는 윤 전 대통령을 향한 응원이 쏟아졌다. 방송사 C 기자는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윤 어게인’이나 ‘대통령 힘내세요’를 외쳤고 윤 전 대통령은 방청석을 향해 미소를 짓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이나영 기자는 “선고 이후 법정 출입구 앞에서 ‘지귀연 판사 돈 먹었냐’고 복도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 경비분들이 데리고 나가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설 연휴 직후 윤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이뤄지면서, 기자들은 휴일을 반납하고 기사를 준비해야 했다. 최혜린 경향신문 기자는 “마감을 앞둔 오후에 판결이 나오다 보니 재판 경과 일지, 지귀연 재판장과 관련해 이어져왔던 논란을 설명한 기사 등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기사들은 써 두고, 판결 직후 선고 내용만 빠르게 마무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 기자 역시 “설 연휴 마지막 날부터 선배들과 함께 기사를 미리 준비해뒀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은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인정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혜린 기자는 지귀연 판사가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의도적으로 구속 취소를 했을 것이라는 음모론적 주장이 온라인에 퍼졌던 점을 언급하며 “(계엄이) 법적으로 국헌문란의 폭동으로 인정됐고 내란 역시 유죄로 판결이 됐다”면서 “이를 통해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불안감이 누그러졌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의”라고 강조했다.

다만 감형 사유를 두고는 아쉬움 섞인 지적이 나왔다. C 기자는 “윤 전 대통령의 감형 사유로 ‘물리력을 자제시켰다’는 내용이 있는데 재판부가 인정한 증언 중에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식의 내용도 있었다”면서 “재판장이 인정했던 내용 사이에 모순이 있기도 하고, 법적인 범위에 대한 해석을 너무 좁게 한 것 아닌가 싶은 의문도 남는다”고 짚었다.

이나연 기자 역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이라고 칭하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군대를 동원한 이 사건의 의미를 판결에서 잘 짚어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선고에선 그런 의미가 잘 드러났나 의문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한편 선고 직후,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법원 앞 집회의 분위기는 한층 얼어붙었다. 지지자들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를 무시하거나 욕설이 섞인 거친 말을 내뱉기도 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정봉비 한겨레 기자는 “선고 직후 어르신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서 방송사 카메라를 때리거나, 태극기나 성조기를 들고 건물이나 주변 가로수를 때리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젊은 분들 중에서도 눈물을 훔치는 분들을 봤다. 곡소리가 커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황교안 전 총리 등 보수 인사들이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며 상황을 정리했고, 집회는 비교적 빠르게 해산했다고 한다.

한편 처벌 찬성 집회 측에서는 환호와 아쉬움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정인선 한겨레 기자는 “판사가 양형 사유를 설명할 때마다 시민들이 반응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했다. 그는 “내란이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반겨하는 분위기가 컸다”면서도 “감형 사유에 대해서 의문이나 아쉬움을 갖는 인터뷰이가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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