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감, 버터소스와 어울리네…반얀트리 이충후 셰프의 미식 [식탐]
광어+샴페인·옥돔과 채끝+레드와인 선봬
와인 페어링, 호텔 다이닝 콘텐츠로 부상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와사비 라임 드레싱으로 새콤한 맛을 낸 광어에 프랑스 고급 샴페인 한 잔. 부드럽게 숙성된 광어는 산뜻한 샴페인 한 모금에 신선한 풍미가 더욱 살아났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페스타 바이 충후’는 와인과 페어링(조합)한 코스 시식 행사를 열었다. 호텔 미식 업계의 와인 페어링 트렌드가 반영된 자리다. 최근 호텔 다이닝에서는 와인 페어링이 단순한 부가 옵션을 넘어 ‘경험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이날 와인과 함께 제공된 요리는 이충후 셰프가 맡았다. ‘제로 컴플렉스’ 레스토랑으로 미쉐린 1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이 셰프가 지난해 4월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프랑스 기반 요리에 페스타 레스토랑만의 특징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한국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전채요리는 2가지가 나왔다. ‘광어, 홀스래디쉬, 제철 허브’ 요리는 광어에 와사비 라임 드레싱, 홀스래디쉬 크림이 더해진 차가운 요리다. 가볍게 훈연한 송어알도 올려졌다. 여기에 안성 허브 농장에서 공수한 허브를 올려 산뜻하게 마무리했다. ‘콜리플라워, 캐비아(철갑상어알)’ 메뉴는 따뜻한 전채요리였다. 다시마 육수에 브라운 버터를 바른 갑오징어와 콜리플라워, 캐비아를 넣었다.
2가지 전채요리에 페어링한 와인은 ‘돔 페리뇽(2015)’이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급 샴페인 중 하나다. 행사에 참석한 와인 테이스팅 교육업체 유어쏨의 홍광현 대표는 “차가운 전채 요리에서 나오는 훈연 향이 돔 페리뇽 샴페인의 스모키한 향과 잘 어울린다”라며 “샴페인의 높은 산도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라고 평했다.

다음 코스에 등장한 와인은 ‘띠보 르제 벨레르 쥬브레(2022)’였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피노 누아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이다. 페어링한 첫 번째 요리는 ‘옥돔, 호랑이콩, 대봉감’이다. 노란빛 프랑스 버터 소스가 접시를 채우고, 중앙에 구운 옥돔이 올려졌다. 호랑이콩과 대봉감은 옥돔 둘레를 감쌌다. 특히 대봉감은 은은한 단맛과 쫄깃함으로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버터 소스 맛을 잡았다.
이 셰프는 “대봉감은 작년에 경험한 정관스님의 요리에서 영감을 받았다”라며 “고추장에 버무려 샐러드로 제공했는데, 맛이 인상적이어서 디저트 대신 코스 요리에 활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스테이크도 나왔다. 포항초와 감자를 곁들인 채끝살 요리다. 포항초는 경상북도 포항에서 재배되는 재래종 시금치다.
와인전문가 홍광현 대표는 “레드와인을 고기와 먹는 이유는 레드와인의 탄닌 성분이 단백질과 결합하면서 탄닌의 떫은 감을 완화하기 때문”이라며 “와인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날생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레드와인은 생선회의 쇠맛을 더 끌어올린다”라며 “비릿한 맛이 나는 고등어와도 안 어울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와인 페어링은 완성된 요리에 와인을 맞추는 대신, 요리를 만드는 단계부터 페어링을 같이 기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호텔 미식 시장에서는 요리 기획 단계부터 와인과의 조화를 고려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번 행사에서도 이준영 페스타 바이 충후 소믈리에가 각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엄선해 코스를 구성했다.
와인 업계 관계자는 “파인 다이닝을 운영하는 호텔들은 셰프와 소믈리에의 협업을 강화하며 음식과 와인의 상호 보완성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단순한 와인 추천을 넘어, 각 코스에 맞춘 ‘글라스 페어링 세트’를 별도로 구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경험 소비’가 확산하는 현상도 트렌드에 영향을 미쳤다. 와인을 곁들여서 소량의 음식을 먹어보는 ‘테이스팅 코스’가 주목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와인 페어링은 객단가 상승효과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전략적 요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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