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선물 스캔들’에…“법적 문제없어” vs “진상 규명해야”

다카이치 총리는 앞서 8일 총선에서 대반전의 압승을 일궈냈지만, 재취임 직후 자민당의 약점으로 꼽혀온 정치자금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야권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또한번 정치자금으로 인한 일본 정계의 혼란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카이치 “의원 315명에게 27만 원어치씩 돌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서 전날 일본 언론의 보도를 통해 제기된 선물 배포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총선 이후 자민당 내 중의원 의원 전원에게 격려의 마음을 담아, 향후 의원 활동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물 가격, 수수료, 배송비와 세금을 더해 1인당 약 3만 엔(약 27만6000원)으로 총 315명분”이라고 했다.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316명의 당선자를 냈는데 다카이치 총리가 본인을 제외한 전원에게 선물을 돌린 것이다.
일본의 정치자금법은 개인이 특정 정치인에게 금전이나 유가증권 등을 기부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위법 논란에 대해 “(자신이 지부장을 맡고 있는) 나라현 제2선거구 지부가 지부 내 정치자금을 통해 기부한 것”이라며 “정당 지부가 의원에게 기부한 것이어서 법령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달 중순 다카이치 총리 사무소의 비서가 각 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축하 다카이치 사나에’라고 포장지에 적혀 있는 ‘카탈로그 기프트’를 전달했다. ‘카탈로그 기프트’는 선물을 주는 사람이 카탈로그 책자를 보내고, 받은 사람이 그 안에서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신청하면 해당 상품이 배송된다. 일본에선 선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야당 “다카이치 ‘자민당 쇄신’ 기대 져버려” 맹공
총선 승리 후 18일 재취임에 성공한 다카이치 총리가 일주일 만에 ‘선물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자민당 내 고질적인 정치자금 문제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민당은 2023년 말 당내 파벌들이 정치자금 모금행사 후 받은 자금을 제대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등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져 도쿄지검의 수사까지 받는 곤혹을 치렀다.
돌아선 민심에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지지율은 10%대로 곤두박칠쳤다. 일본에선 기시다 총리가 물러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비자금 스캔들이 꼽힌다. 이듬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이 출범했지만 10월 치러진 총선에서 자민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또 이시바 전 총리는 지난해 3월 자민당 초선 의원 15명에게 10만 엔(약 92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배포한 게 드러나 다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과감한 개혁에 도전하겠다”며 기존 보수층뿐만 아니라 젊은층과 무당층의 지지까지 얻으며 압승을 거뒀지만 재차 정치자금 문제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당교부금(정부가 주는 공적정치자금)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야당은 자금 출처를 비롯해 진상 규명이 시급하다며 공세에 나섰다. NHK에 따르면 입헌민주당의 미즈오카 순이치(水岡俊一) 참의원 회장은 “이시바 전 총리가 상품권을 배포해 문제가 된 일이 25년, 50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난해 일”이라면서 “이번 국회에서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명당의 다니아이 마사아키(谷合正明) 참의원 회장은 “일본 국민은 과거 자민당의 관행을 쇄신하는 것을 다카이치 총리에게 기대한 측면도 있다”면서 “(이번 사건의) 설명 책임은 매우 무겁다”고 했다.
이번 논란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강조해온 헌법 개정을 통한 ‘강한 일본’ 만들기 안보 전략과 경제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총선을 치르면서 미뤄진 2026회계연도(4월∼내년 3월) 예산안 처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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