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행정통합은 하나…정부-지자체, ‘쩐의 전쟁’은 계속된다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6. 2. 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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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권한’ 빠진 지방자치] 풀뿌리 민주주의 현주소(중)
‘4년 20조 만기 어음’ 재정지원…‘무늬만 특례’ 전락하나
‘재정 핵심 빠진’ 통합그릇…‘정부 선의’에 기댄 반쪽 이양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할 자치'. 이는 올해로 도입 31년째인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수준을 냉소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지방의 권한과 재정이 20% 정도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오랫동안 8대 2 수준이었고, 전반적인 지방분권화의 수준도 딱 이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 현실 등과 관련해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비판적 평가도 실제로 나온다"고 지적했다(2025년 11월12일 대통령실 주재 중앙지방협력회의). 이런 상황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현실화는 분권과 재정자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에 관한 특별법에 재정·권한 이양 내용이 대거 빠지면서 자치분권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다시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4일 오후 해남 문화예술회관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찾아가는 타운홀 미팅'이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정부가 제시한 행정통합 인센티브는 △재정 지원 △위상 강화 △공공기관 우선 이전 △산업 활성화 등 크게 4가지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은 낙후 광주전남으로선 전국 1호 행정통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광주전남에 가장 먼저 꺼내 든 카드는 '재정 지원'이다. 

하지만 전남광주통합 특별법안에 대해 지역사회 내부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광주와 전남 행정통합에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를 담는 그릇인 특별법에 의무적인 재정 이양은 물론 구체적인 지원 방식 역시 명시돼 있지 않아 '무늬만 특례'라는 우려가 나온다.

명시된 조항조차 법적 강제력이 없는 탓에 사후에 입법적 보완이 없다면 선량한 정부의 '선의'만 바래야 할 처지다. 그야말로 정부 발행 4년짜리 20조 만기 어음을 받은 든 셈이다. 정부 약속만을 믿고 통합 속도전에 나선 광주와 전남으로선 그 이후가 우려된 상황이다.  

'4년 그후'가 두렵다…정권 입맛따라 '고무줄 지원'? 

그동안 통합의 설계도처럼 여겨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특별법(안)은 재정지원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담지 못했다. 정부가 최대 20조 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핵심인 재정 투입 기간은 4년뿐이다. 이를 위한 국세의 지방세 이양도 명확히 언급되지 않았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지방교부세 비율 상향 등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조항이나 '4년간 최대 20조원'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특례 의무조항'으로 명문화하는 데 실패했다. 대신 '국가는 통합특별시의 성공적인 정착·운영을 위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 수준으로 명시하는 데 그쳤다.

물론 정부가 약속한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은 지역에 단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는 게 관건이다. 정부는 일단 법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국무총리 산하 '통합특별시 지원위원회'를 통해 세부적인 권한 이양과 재정 지원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여건에 따라, 재정당국의 기준과 해석에 따라,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지원 규모와 방식이 달라질 여지 또한 충분하다. 

특히 향후 예산과 교부세 교부 등 칼자루를 쥔 중앙 정치권과 부처 협의 과정에서 지자체가 다시 을(乙)의 입장에서 '쩐의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특별법에 '재정 이양'을 의무사항으로 명문화해 통합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까닭이다.

'꼬리표 달린 예산'으로 줄라…지원 형태도 '안갯속'

지원금의 성격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2023년 기준 전국 지자체 평균 의존재원 비율은 약 52%로 절반 가까이를 중앙정부나 타 지자체로부터의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지방재정조정제도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이 있다. 지방교부세는 국민이 내는 세금의 일정 부분을 자치단체에 나눠 주는 것으로 재정여건이 열악할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보전하고 있다. 

자치단체는 지방교부세를 조건 없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방교부세를 기반으로 공무원의 임금도 주고 자치단체 운영경비, 필요한 정책사업 분야 등에 사용한다. 반면 국고보조금은 '특정 사업'에만 사용하도록 지정되는 조건부 보조로, 사업 성격에 맞춰 분배된다. 따라서 재정분권을 바라는 지자체 입장에선 '사업을 지정하지 않는' 지방교부세가 많을수록 좋은 셈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연 5조 원을 국고보조금 형태, 즉 '꼬리표 달린 예산'으로 줄지, 통합특별시 본청 또는 특별시 내 27개 시군구 모두 포함해 내려줄지, 통합 제반 비용으로 쓰이게 될지는 안갯속이다. 전남도의 경우 지난해 국고보조금 5조7287억원(57.5%), 지방교부세 1조3865억원(14%) 등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지방재정이 71.5%를 차지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지출 예산에 대부분 '꼬리표'가 달려 전체 예산 11조1008억원 중 임의로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500억 대(약 0.45%)에 불과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등 참석자들이 1월 1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 범시도민협의회'에서 통합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말랑말랑해진 특별법안…'통째로 날라간' 재정지원 산식

일각에선 20조 재정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세제 개편이라고 강조한다. 통합 단계부터 특별시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게 세입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행안부에 따르면 현재 전체 조세에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각각 76.8%와 23.2%다. 

지자체 통합 재정 인센티브는 지역별로 교부세·소비세 보전, 특별교부세, 세율 조정 등으로 설계될 수 있다. 행정통합교부세·행정통합지원금을 신설하고, 지방소비세 비율을 7.5:2.5→7:3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 시도가 제출한 세입구조 개편은 국부의 근간을 함부로 건들릴 수 없다며 중앙정부가 아예 불수용했다. 또 법안 심사 과정에서 '국가의 행정·재정 지원' 강제 규정과 '보통교부세 25% 가산' 등 구체적 재정 지원 조항도 빠졌다. 

더구나 정부가 지원하는 재원의 영구적이고 구체적인 보장 장치가 법안에 온전히 담기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당초 법안에는 통합 후 10년 동안 보통교부세를 산정할 때 기준재정 수요액에 일정한 비율을 가산한다는 구체적인 산식이 명시돼 기획재정부의 재량권 개입을 차단했다. 

그러나 이 조항의 핵심인 재정 지원 산식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에서 통째로 날라갔다. '국가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뜬구름식 문구만 남겨둔 채 실제 얼마나 지원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삭제된 것이다. 행정통합을 통한 과감한 재정지원이라는 정부 취지가 퇴색했다는 탄식이 터져나오는 또 다른 이유다. 

전남 지자체 한 관계자는 "추후 입법이나 정부 협의 과정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정부 인센티브안과 특별법안만으로는 의무적·항구적인 이양보다 일시적·정책적 지원에 가까워 우려가 많다"며 "큰 틀에서 2할 재정자치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먼저 전남·광주 특별법안 내 '재정 이양' 명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전남은 영남, 충청 등 다른 권역에 비해 형편이 어렵다보니 재정적 뒷받침이 특별법에 반영되는 게 관건이다"며 "향후 확실한  재정지원 확보 여부에 따라 통합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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