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의 봄, 그 특별한 환대

봄을 기다리며 들떠 있던 얼마 전 송도신도시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학교에 기증한 어느 화백님의 작품을 3월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을 위한 입학 축하 전시회로 기획하는데 필자의 해바라기 작품도 입학 축하 작품으로 함께 전시해 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연세대학교 신입생들은 1학년 생활을 송도 국제캠퍼스 기숙사에서 보내는데 입소 기간에 맞춰 전시회를 열어 입학을 축하하는 세리머니를 진행한다는 취지였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화백들과 함께하는 입학 축하 전시회라는 다소 낯선 초청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실 대학 입학식이라 하면 떠오르는 통과 의례적 풍경은 꽃다발 증정, 축하 현수막, 신입생 환영회 등이 대부분이다. 거기에 문화적 요소를 가미한다 해도 입학식 당일의 축하 연주회나 공연, 축하 시 낭송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신입생들을 위한 전시회가 열린다니 그 얼마나 축복 같은 풍경인가.
아마도 학교 측이 깊은 고심 끝에 기획한 전시회일 것이다. 신촌 본교가 아닌 인천에서 첫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들과 그 가족들이 학교를 처음 방문하는 날 그 첫인상을 특별한 환영의 기억으로 남기고자 한 노력이라 여겨진다. 입학을 문화로 잇는 일은 결국 입학생들의 시간을 존중하는 배려이며 새내기들의 시작이 존중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공간으로 구현하는 일이다. 그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공동체의 품격을 보여주는 방식일 것이다. 과연 그만한 '환대'가 또 있을까.
필자는 입학식을 단순한 학교 행사로만 대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공동체가 새로운 구성원을 맞이하는 의식이며 '첫 기억'이다. 입학식을 단지 입학을 알리는 행사가 아닌 한 도시가 청년들을 맞이하는 문화적 선언으로 구성하면 어떨까. 꽃다발과 현수막, 형식적인 환영사를 넘어 대학이 속한 도시의 문화가 함께 신입생을 품는 구조 말이다. 초청 전시가 열리고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하며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을 통한 후원이 장학금으로 연결되고 도시의 이야기가 캠퍼스에 녹아 있는 입학식이라면 그 첫 장면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잊지 못할 첫 기억이 될 것이다. 그들이 마주하는 첫 풍경이 '문화적 환대'라면 그 기억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그 도시의 정체성이 되고 도시는 그렇게 사람 안에 스며들 것이다.
도시는 모든 사람에 의해 창조될 때에만 모든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다는 도시계획가 제인 제이콥스의 말처럼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환대의 구조를 만들 때 비로소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가 된다. 도시는 결국 기억으로 남는다. 입학과 동시에 인천이라는 도시에 정착하는 1년이라는 시간 그 기억의 소중함을 우리가 함께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잠시 동안 캠퍼스에 걸릴 작품들이 거대한 변화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환대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진심을 담았다면 충분하다. 누군가의 스무 살 봄이 존중과 환대로 느껴져 작은 온기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봄날과 함께 입학식은 매년 돌아온다. '문화적 환대'를 시도하는 대학들이 이어져 이 도시가 더 품격 있게 가꿔지길 바란다. 그 3월의 봄날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는 결국 우리 모두의 문화적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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