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서화실 재개관…정선 ‘박연폭포’ 20년 만 공개

김현경 2026. 2. 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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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하이라이트’ 주제로 첫 전시
정선 작품 보물 10점 포함 70점 소개
개인 소장 ‘설중방우도’ 24년 만 공개
정선 ‘박연폭포’. [국립중앙박물관]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26일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의 문을 연다. 지난해 8월 휴실 이후 6개월여 만에 재개관하는 서화실은 전시 구성과 공간 디자인 등에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새 서화실은 ‘시즌 하이라이트’를 선정해 익숙한 명품을 상설 전시로 공개하며 박물관 소장 작품뿐 아니라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개인 소장 작품들도 선보인다. 아울러 대표 서화가들을 집중 조명하는 주제 전시를 개최해 계절마다 관람객들이 다시 찾는 서화실로 변모할 계획이다. 첫 주제 전시인 겸재 정선전에서는 보물 10점을 포함해 70점을 선보인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5일 서화실 재개관 기자간담회에서 “글씨는 어느 나라에서든 박물관의 꽃이다. 그림은 광선에 노출되는 시간, 적산조도 때문에 3개월 이상 노출될 수 없고, 작품 보존을 위해 6개월~1년의 휴식 기간을 갖는다”며 “그동안 서화실은 작품이 계속 교체되면서 일반 관객이 무엇이 나오는지 잘 몰라 이번에 운영 방식을 바꿨다. 기획에 원 포인트를 잡아서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서예·회화 전시 구성…명필·역사적 인물 중심

서화실은 1~4실로 이뤄져 있다. 1실은 서예 전시로, 명필과 누구나 아는 역사적 인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해 서예 문화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추사 김정희부터 안평대군 이용, 석봉 한호, 다산 정약용의 글씨를 볼 수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5일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재개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2~4실의 회화 전시는 기존의 시대와 장르 구분을 넘어 ‘감상’과 ‘실용’이라는 그림의 기능적 성격에 주목했다. 순수 감상을 위한 회화와 궁중장식화, 기록화, 초상화 등 제작 목적에 따라 작품을 구분함으로써 조선 회화의 다양한 층위를 제시한다.

이곳에선 매화의 정취를 담은 신잠의 ‘탐매도’와 김명국의 ‘달마도’, 조선 시대 초상화를 대표하는 이명기의 ‘서직수상’(보물), 궁중장식화 ‘일월오봉도’와 ‘모란도’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옛 시와 비평문을 병치해, 동시대 사람들의 열렬한 서화 애호와 작가의 인간적 면모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시즌 하이라이트’·주제 전시…‘박연폭포’ 20년만 공개

새 서화실은 1년에 3~4회 이뤄지는 교체 전시마다 반드시 봐야 할 서화 작품 2~3점을 선정해 ‘시즌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소개한다. 특히 꼭 보길 권하는 서화 한 점씩을 ‘이 계절의 명화’로 선보인다. 이를 통해 계절마다 다시 찾는 서화실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익숙한 작품과 우리 미술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주제 전시도 강화해 서화 3실에서 교체 전시마다 새로운 주제 전시를 선보인다. 올해는 재개관을 기념해 주요 작가와 시대를 조명하는 4번의 주제 전시를 개최한다.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2월 26일~4월 26일)을 시작으로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5월 4일~8월 2일),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8월 10일~11월 29일), ‘조선 모더니즘: 조선 말기의 회화’(12월 7일~2027년 2월 28일)가 이어진다.

첫 주제 전시인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는 정선 탄생 3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진경산수의 시작을 알리는 초기의 기념비적 작품인 ‘신묘년풍악도첩’(보물)과 노년의 걸작인 ‘박연폭포’(개인 소장)를 시즌 하이라이트로 소개한다.

유 관장은 “‘박연폭포’는 그동안 딱 한 번 20년 전에 인사동 고미술 화랑에서 전시된 이후 나온 적이 없다. 이번에 어렵게 3개월 대여해서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선의 오랜 벗이자 한국적 인물화와 풍속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관아재 조영석의 대표작 ‘설중방우도’(개인 소장)는 ‘이 계절의 명화’로 선정된 작품이다. 2002년 학고재에서 전시된 이후 24년만에 공개돼 시선을 끈다.

박물관은 향후에도 타 기관이나 개인 소장품도 초청 전시해 평소에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명품을 지속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유 관장은 “미술, 역사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품이 박물관에 실제로 나온 것이 많다. 학생들을 비롯해 국민들에게 보여줄 기회를 마련하려 했다”며 “서화실이 박물관의 핵심 장으로서 많은 관객이 좋아할 수 있고, 교육적인 전시를 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 ‘단원 김홍도’ 주제 전시에선 시즌 하이라이트로 ‘만월대계회도(기로세련계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조영석 ‘설중방우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공간 개편…서화 미감 재해석

전시 공간은 기존의 5실에서 4실로 개편한 뒤, 전체적으로 단아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도록 연출했다. 짙은 먹빛과 하얀 종이의 색감을 기본 색조로 삼아 수묵의 농담이 스며드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새로운 기술과 현대적 감각을 접목한 연출 기법도 눈에 띈다. 문인의 이상적 공간을 형상화한 ‘서화가의 창(窓)’은 섬유공예가 임서윤 작가가 직물 작품을 설치해 정갈한 서안과 맑고 투명한 직물이 놓인 공간 속에서 글과 그림으로 자신을 수양하던 서화가의 일상과 정신세계를 시각화했다. 붓과 먹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자연의 숨결을 담은 장 줄리앙푸스의 영상은 서화실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을 묵향이 감도는 시간으로 이끈다.

포스코1%나눔재단의 후원을 받아 최신 3차원(3D) 적층 인쇄 기법으로 제작한 ‘옛 비석의 벽’은 현대 기술로 옛 비석의 글씨를 재현해 장대한 풍경을 펼쳐 보인다.

청각·촉각으로도 감상…유홍준 관장 특별 강연

서화 감상은 기본적으로 시각적 경험이지만 새 서화실에서는 청각과 촉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도 서화를 감상할 수 있다.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이라는 국립박물관의 지향점에 맞춰 촉각과 청각을 결합한 다감각 체험 공간을 조성했다. 주요 회화 작품을 촉각 교구재와 그림 해설로 경험하고, 감상에서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서화실 재개관과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을 기념해 내달 10일에는 유 관장이 ‘겸재 정선의 삶과 예술’ 특별 강연을 한다.

유 관장은“이번에 새롭게 문을 연 서화실에서 관람객들이 우리 서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고, 국민들이 사랑하는 서화 작품을 언제나 박물관에서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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