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의 위험한 신호 ‘정상부 통제 추진되나’

김정호 기자 2026. 2. 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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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고지대 급경사 안정성 약화
연구진, 매해 5월 정상 입산 금지 제안
2021년 5월 한라산 백록담 남서쪽 인근 절벽에서 암석이 붕괴된 모습. [사진제공-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취약한 지질과 기후변화로 훼손 가능성이 있는 제주 한라산 정상부의 출입을 일시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진행한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지형변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용역진은 한라산 정상부 탐방기간 조절(안)을 제안했다.

이번 용역은 기후변화가 한라산의 물리적 훼손을 초래하면서 고지대 급경사 사면을 중심으로 낙석 및 붕괴 위험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한라산은 지난 40년간 뚜렷한 온난화 경향과 내륙 대비 1.5배 높은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도가 높을수록 강수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라산 정상부는 백록담을 중심으로 조면암과 조면현무암이 교호(교차)하는 복합화산지형을 하고 있다. 클링커 층위에 조면현무암이 위치해 지형적으로 불안정하다.
2021년 5월 한라산 백록담 남서쪽 인근 절벽에서 암석이 붕괴된 모습. [사진제공-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최근 들어 강수 강도가 증가하고 동결·융해 주기가 확대되면서 백록담과 탐방로 주변 사면의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실제 2015년 관음사 삼각봉 일대 조면현무암 암괴가 절리선을 따라 붕괴해 탐방로 일부를 덮쳤다. 이에 5개월간 탐방객 통제가 이뤄졌다.

2017년에는 백록담 동능에서 직경 3m의 대형 암괴들이 연속적으로 붕괴됐다. 사면 침식과 화산암의 풍화, 절리 확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2021년에는 백록담 남벽에서 200㎡ 규모의 암벽이 계곡으로 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주변 북벽과 서벽에서도 크게 작은 암석 붕괴가 일어났다.

연구진은 한라산 정상부는 조면암 절리대가 발달한 급경사 사면의 특성상 동절기 동결·융해가 반복돼 암석의 응집력이 약화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5월 해빙기 또는 춘계 기간 발생하는 집중호우 이후 낙석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낙석 사례에서 보듯이 해당 기간 발생 빈도도 높았다.
2021년 5월 한라산 백록담 남서쪽 인근 절벽에서 암석이 붕괴된 모습. [사진제공-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이에 용역진은 정상부 탐방 기간을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제한하고 해빙기 안전 관리 관점에서 탐방 운영을 조정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을 주문했다.

선제적 관리 방안으로 해빙기인 매해 5월 한 달을 가칭 '정상부 집중 관리기간'으로 지정해 백록담 정상부 탐방 운영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기간에는 성판악·관음사 등 주요 코스의 정상부(진달래밭 대피소~백록담, 삼각봉~백록담구간)를 제한하거나 상시 예약 인원을 최소화하는 등 탄력적 운영도 제안했다.

용역진은 "통제 2개월 전부터 해당 내용을 사전에 안내하고 관리기간 드론-라이다 지형 모니터링과 암석물성 모니터링 등을 통해 위험요인을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유산본부는 2021년부터 한라산 탐방예약제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 5월부터는 성판악 탐방로 진달래밭부터, 관음사 탐방로는 삼각봉부터 정상까지만 예약제를 운영 중이다.

한라산 탐방객은 1990년대 50만명 수준이었지만 걷기 열풍이 불면서 2010년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탐방예약제 도입으로 2023년부터는 9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