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이란…시민들은 비상가방 싸고 SNS에 대피 요령 공유
물밑에선 전시 대비해 대피 계획하는 움직임 포착
정부 미온적 태도에 시민들은 불만…“각자도생해야 할 판”
테헤란 시장 “미국이 불안감 조성…과도하게 우려할 필요 없어”
미국과 이란이 26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재개하는 가운데, 이란에서는 전쟁 상황을 가정한 대비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2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이란 시민들은 점차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수도 테헤란의 식료품점과 시장에는 물자가 넉넉하고, 학교와 기업도 정상 운영 중이나 물밑에선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비상 가방을 꾸리고 단전(斷電)에 대비해 발전기를 구입하는 등 피란 준비에 나서고 있으며, X(구 트위터)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전시 상황 대처법을 담은 노하우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당국이 인터넷과 통신을 차단할 가능성에 대비해 가족 간 비상 연락처와 집결 장소를 정하고, 2주 치 식량과 식수, 의약품을 준비하라는 내용이다.
이러한 공포는 이미 한 차례 현실화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이란이 이스라엘과 12일 전쟁을 치렀을 당시 시민 수백만 명은 테헤란을 떠나 카스피해 연안과 인근 산악 지대로 피신했다. 이때 이란 전역에서는 심각한 교통 체증이 발생, 통상 4시간 걸리던 이동 거리를 지나는 데 하루 가까이 걸리는 등 혼란이 가중되며 ‘미리 움직여야 한다’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이란 정부는 비상 대응 계획과 관련,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리레자 자카니 테헤란 시장은 지하철역과 지하 주차장을 대피소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 시설들이 난방·환기 시스템 등 필수 설비를 갖췄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자카니 시장은 전쟁 우려를 과도하게 부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 “미국이 이란 사회에 불안을 심고 있다”며 “도시를 멈출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정치색을 불문하고 정부로부터 사실상 방치된 느낌을 받는다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테헤란에 거주 중인 한 40대 사업가는 “세계 최강 군대와의 전쟁에서 각자도생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출장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민 개개인이 독자적으로 전시를 대비하기에 이란 상황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 경제난 시위가 발생한 이후 리알화 통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 최근 이란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류와 가금류, 달걀 등 기본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며 일부 가정은 월세와 식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진다.
통신 단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은 인터넷 차단에 대비해 고급 가상 사설망 서비스를 구매하고, 협상 관련 뉴스와 군사 위협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구체적인 공격 범위와 시점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혼란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미국의 군사 공격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일부는 앞선 정부의 시위 유혈 진압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국의 개입을 환영하는 입장이나, 일각에선 전쟁이 정권 교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테헤란과 마슈하드, 이스파한 등지 대학 캠퍼스에서는 나흘 연속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으며, 학생들은 이슬람공화국(신정 체제) 종식을 외치며 국기를 불태우는 등 강한 반발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이날 미국은 유럽과 중동 기지로 150대 이상의 군용기를 이동시키며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 올렸다. 이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 배치로 알려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연방의회 국정연설에서 “나는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면서도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미국을 겨냥한 위협에 맞서기를 절대 주저하지 않겠다”며 경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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