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인생 2막, 렌즈로 세계를 담다
합천군청 재직 중 작품 활동 ‘경남 알리기’ 앞장
국제 사진 공모전 수상…퇴직 후 제2의 인생
25일부터 3월 2일까지 서울서 <神이 된 나무>
마다가스카르 바오바브나무 담은 작품 등 전시

서정철(58·합천군) 사진작가의 개인전 <神이 된 나무>가 25일부터 3월 2일까지 서울 마루아트센터 신관 1층 제1관에서 열린다. 오프닝 행사는 이날 오후 4시에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합천군청에서 명예퇴직하고 사진작가로 인생 2막을 시작한 서 작가가 꿈이자 버킷리스트 1번이었던 마다가스카르 사진 여행을 통해 완성한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그는 마다가스카르 전역의 바오바브나무를 렌즈에 담아 자연과 시간,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를 풀어냈다.
"마다가스카르는 바람이 노래하고 흙과 바다가 오래된 전설을 품은 섬입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바오바브나무. 수천 년을 살아온 거대한 몸체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기둥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뿌리내려 있습니다.(중략) 이 작업은 바오바브나무를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하늘과 땅, 인간과 영혼을 연결하는 신적인 존재로서 바라본 기록입니다. 캔버스 위에 표현된 매듭 같은 곡선과 깊은 색채는 시간과 기억이 한 생명 안에서 뒤엉키며 만들어낸 서사의 흔적입니다." (작가 노트 중에서)



공직 생활 속에서도 이어온 작품 활동
"어릴 적 동네 회갑연이나 결혼식 때 읍내 사진관 아저씨가 가져온 삼각대 위 검은 보자기에 덮인 상자가 몹시 궁금했어요. 살짝 들쳐 보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습이 거꾸로 보였죠. 그때부터 사진에 관심을 두게 된 것 같아요."
중학교 때 사진반에 가입해 처음 카메라를 접한 그는 20대 초반인 1986년 니콘 카메라를 구입하며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1991년 공직에 입문해서도 합천사진작가동우회(현 ㈔한국사진작가협회 합천지부)에서 활동을 이어가며 작품 활동의 끈을 놓지 않았다.
"주말이면 카메라 장비와 간식을 챙겨 넣은 10㎏ 정도의 가방을 어깨에 지고 새벽 2~3시에 어디든 달려갔어요. 저만의 느낌을 담으면서 딱딱한 공무원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었지요. 30년이 넘도록 합천의 풍경을 촬영하면서 떠오른 생각은 '화가가 그림으로 보여준다면 사진가는 그림을 그리듯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세계 무대로 확장된 작품 세계
서 작가는 2014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2015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전시에 작품 '호수가 아름다운 가호마을'을 선보이며 해외에 합천을 알렸다. 같은 해 '서울뉴욕포토페스티벌 2015'에서 작품 '한국의 문화'로 동상을 수상해 이듬해 1월 미국 뉴욕 무대에 섰다.
2024년에는 'PX3(Prix de la Photographie Paris)'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수상작 'Ice Flower(얼음꽃)'는 황매산에서 이상기후로 나뭇가지마다 얼음이 맺힌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PX3는 IPA 국제사진공모전,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즈(SWPA), 도쿄 국제사진공모전(TIFA)과 함께 세계 4대 사진 공모전으로 꼽힌다.
서 작가는 2017년 12월부터 홍보 담당으로 근무하는 동안 사진작가로서 합천의 아름다움을 누리소통망(SNS)으로 알리기도 했다. 그는 2024년 11월 33년 8개월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홍보 담당으로 근무한 6년간의 공직 생활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와 함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마다가스카르·히말라야산맥·고비 사막·아이슬란드·뉴질랜드 등 5곳을 언급하며 인생 2막을 예고했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제일 먼저 출근해 홍보 자료를 다듬고 전파하고 동료들이 볼 수 있도록 게시판에 올리는 작업을 했다. 합천군의 공식 기록을 사관의 심정으로 남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은퇴 이후 맞이한 시간은 제 삶의 속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광활한 대지 위에 선 바오바브나무, 자연의 위대함과 겸허함 전해"
서 작가는 지난해 9월 26일부터 10월 19일까지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며 이번 전시 작품들을 완성했다.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바오바브나무는 신성의 상징이자 공동체의 정신적 지주로 여겨진다.
"신성한 아침 그 모습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마을의 기억과 세대의 숨결을 잇는 살아있는 신전 같았습니다. 그 굵고 뒤틀린 몸체엔 비와 바람, 해와 별이 새긴 흔적들이 깃들어 있고 그늘 아래 모인 사람들은 나무에서 위로를 받고 비밀을 나누며 삶의 이야기를 전해왔습니다.(중략) 잠시나마 그 긴 시간과 넓은 품속에 들어가 보기를 바랍니다. 그 순간, 우리는 나무와 눈을 맞추고 스스로 시간의 일부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작가 노트 중에서)
서 작가는 바오바브나무가 살아 있는 시간 그 자체라면서 장대한 시간을 프레임 속에 담는 과정이라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했다. 그는 "광활한 대지 위에 선 모습은 자연의 위대함과 겸허함을 동시에 전한다"며 "한 그루의 나무 안에 담긴 역사와 침묵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히말라야산맥·고비 사막·아이슬란드·뉴질랜드 등 버킷리스트에 적어둔 장소를 찾을 계획이다.


/류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