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치료제 개발 '힘 모으다'

이정윤 기자 2026. 2. 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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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상황 고려 개발-심사평가 동시 작동
식약처-유관기관, 제도 개선-협력 체계 강화 지속

[의학신문·일간보사=이정윤 기자] 소수지만 치료제가 없어 절박한 상황에 놓인 희귀질환자를  희귀의약품 개발에 정부 관련기관이 힘을 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 식약처 규제과학정책추진단, 식품의약품심사평가원 등이 한명의 희귀질환자를 구하기 위해 희귀질환 치료제 네트워크를 구성, 신약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박미선 PM, 임현진 과장, 김춘래 과장, 박재현 과장, 안미령 과장 

시간이 곧 위험이 되는 희귀질환 분야에서 규제와 정책의 역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이하 식약처) 규제과학정책추진단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을 맞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원장 강석연) 의약품심사부 등과 함께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희귀질환은 연구와 정책, 심사 기능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개발 초기 규제 지원부터 지정 제도 운영, 신속심사, 허가까지 이어지는 지원 체계를 한 자리에서 설명하며 부서 간 협력 방향을 강조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 박미선 PM은 희귀질환 연구의 현실을 설명하며 개발 환경의 구조적 어려움을 짚었다. 그는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기업 입장에서 투자 유인이 낮고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그 사이에서 환자는 치료 기회를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현재 치명적인 소아 희귀질환과 유전성 질환을 대상으로 유전자와 RNA 기반 치료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각 프로젝트에 약 4.5년간 175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PM은 특히 연구가 실제 치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규제기관과의 조기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 규제 요구사항을 맞추려 하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개발 초기부터 식약처와 소통해 임상 설계와 자료 준비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 한 명을 대상으로 치료를 설계하는 'N-of-1' 접근처럼 맞춤형 전략이 희귀질환 분야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플랫폼 기술을 통해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규제과학정책추진단 임현진 과장은 연구 초기 단계 지원의 중요성을 규제 정합성 검토 제도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그는 "연구자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지만 규제 절차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제품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법령이 적용되는지,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허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를 초기부터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줄기세포 기반 인공혈액 기술의 품목 분류 지원 사례와 디지털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허가 지연을 줄인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 연구개발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규제 정합성 제도가 단순한 상담을 넘어 정책적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연구 단계에서 방향을 잡지 못해 중도에 좌초되는 과제를 줄이는 것이 결국 공공 자원의 효율적 사용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초기 단계에서 규제 관점의 진단을 받으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와 관련, 의약품정책과 김춘래 과장이 최근 개정된 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과장은 "기존에는 동일 질환에 이미 지정된 의약품이 있을 경우 개선성을 입증해야 신규 지정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확정된 질환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정 제도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개발 유인을 제공하는 정책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속심사과 박재현 과장은 GIFT 제도의 성과를 설명하며 희귀질환 분야에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제도 운영 이후 여러 성분이 지정되고 상당수 품목이 허가되면서 기존 치료제가 없던 영역에서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항암제를 중심으로 개발이 활발한 상황에서 신속한 심사 체계가 치료 접근성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양항생약품과 안미령 과장은 심사 현장의 시각에서 희귀의약품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그는 "치료 필요성이 높은 경우 3상 자료 대신 2상 자료로 우선 허가하고 사후 제출을 요구하는 등 유연한 접근을 적용하고 있다"며 "항암제 임상에서는 다중 확장 코호트 등 다양한 설계가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유연성은 환자 치료 기회를 앞당기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안 과장은 또 심사 과정에서 고려되는 현실적 고민도 언급했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대규모 임상시험이 어려운 만큼 제한된 데이터로도 합리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심사는 속도와 안전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며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식약처는 이날 앞으로도 제도 개선과 협력 체계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