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한 명은 할 수 없는 게 없다?!

장혜영 2026. 2. 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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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에게 정치를 묻다] 국회의원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

Q. 국회의원이 되면 그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나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 그럼에도 의지를 내면 일반인보다 해낼 수 있는 활동과 변화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국회의원이 일을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장혜영: ‘국회의원 한 사람이, 혹은 정치인 한 사람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일까.’ 정치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어보았을 궁금증입니다. 국회 밖의 시민들 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파란 돔의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엄청난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회에 간 정치인들은 툭하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별 헌법기관인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막강한 권력자일까요, 아니면 의외로 무력한 정무직 공무원일까요, 혹은 둘 다일까요.

▲ 2021년 장혜영 의원이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는 모습 (출처: 장혜영)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주어진 권한

우선 분명한 것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정치는 숫자’라고들 하지요.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민주주의는 다수결입니다. 대한민국 공직선거법 21조는 ‘국회의 의원정수는 지역구 국회의원 254명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46명을 합하여 300명으로 한다’고 명시합니다. 그러므로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주어진 권위는 기본적으로 자기가 가진 한 표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국회법은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합니다. 본회의도, 상임위원회, 소위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서 통과시킬 수 있는 법은 없습니다. 때로는 국회에서의 한 표가 아주 중요한 정치적 국면을 좌우하는 ‘캐스팅 보트’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의원 개인의 능력보다는 주어진 상황이 만들어내는 맥락에 가깝습니다.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부여된 권한만으로는 법안 통과는 고사하고 애초에 법안 발의조차 할 수 없습니다. 국회법상 의안발의는 1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제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법을 만들고 고치고 폐지하는 입법활동은 기본적으로 협업이자 다수결입니다.

정부 예산을 통과시키는 입법부의 권한 역시 한 사람의 의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아주 제한적입니다. 국회의원들은 다음해의 정부 예산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오로지 감액에 대한 의견으로 한정됩니다. 예산 수립은 기본적으로 행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여러 예산들에 무한정 감액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그 의견이 반영되는 프로세스는 다른 일반적인 법률들과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의원 혼자서 특정한 정부 사업의 예산을 늘리거나 줄일 수는 없습니다. (물론 실세 의원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정부 예산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그것이 애초부터 모든 의원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 2023년 장혜영 의원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장혜영)

‘시민의 대표자’, 시민의 목소리를 대신 내는 사람

이렇게만 이야기한다면 평범한 국회의원 한 사람은 너무나 무력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몇 가지를 제외하고 나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러나, 다수결은 결코 민주주의의 전부가 아닙니다. ‘결정’은 민주주의의 오메가일 수는 있어도 알파일 수는 없습니다. 어찌 보면 본회의장에 들어가 각 법안에 표결 버튼을 누르는 것은 그에 앞서 펼쳐진 온갖 의정활동을 마무리 짓는 행위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표결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저마다의 실력을 다채롭게 발휘할 수 있는 영역, 바로 ‘의제 설정’과 ‘여론 형성’ 과정입니다.

 

의제를 설정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시민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일들 가운데 무엇이 국회에서 논의될 만한 공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정하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쏟아지는 무수한 뉴스들 가운데 각각의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식을 골라 이에 대해 발언을 합니다. 그 발언은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짧은 포스팅일 수도 있고, 문제의 현장에서 열리는 기자회견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원회관의 크고 작은 회의실을 빌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토론회를 열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의 언론인들이 상주하는 국회 내 기자회견장 소통관에서 다른 사람과 겹치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을 모아 공동의 액션을 보여줄 수도 있고, 10명 이상을 모아 관련 법안을 발의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언론인들은 설령 단 한 사람이더라도 국회의원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의미를 두며 취재를 합니다. 왜냐하면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헌법에 의해 규정된 적법한 ‘시민의 대표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전략을 잘 세우기만 한다면 한 사람의 국회의원은 이런 자원들을 활용해 그간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의제에 대해 큰 관심을 모으고, 그것을 공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의제 설정의 연장선상입니다. 어떤 일이 한번 공적 의제로 설정되어 시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 이에 대한 갑론을박을 통해 의제에 대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 의제를 찬성하는 사람이라면 우호적인 여론을, 반대의 경우라면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국회의원은 자신의 창의력과 체력, 보좌진들의 역량이 허락하는 한, 신문이나 라디오, TV 등 미디어와의 접촉, 소셜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확산, 오프라인에서의 집회나 기자회견, 남들은 생각지 못한 참신한 이벤트 등 다양한 여론 형성 활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강제력을 갖는 활동은 아니지만, 특정 의제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이후 입법이나 예산 반영 등 다수결을 통해 강제력을 갖는 활동들의 든든한 기반이 됩니다. 달리 말해, 한 사람의 국회의원은 특정 의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능동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정치적 주체입니다. 그러므로 국회의원들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해서’ 어떤 사안을 논의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시민들을 대신해 그 사회의 여러 의제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바로 개별 국회의원들의 기본적인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입니다. 한 사람의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권한 중의 하나가 바로 ‘정보 접근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은 행정부와 사법부에게 헌법과 법률에 의거하여 공식적으로 여러 자료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달란다고 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들에게는 기본적으로 공적 정보에 접근하거나 이를 요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리가 주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제출 요구는 국정감사 기간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일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의원 한 사람에게는 총 9명의 보좌진을 채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대개의 경우 두 명의 4급 보좌관은 각각 정무와 정책을 총괄하고, 두 명의 5급 선임 비서관은 정무 혹은 정책적 주력 사안들을 책임지며, 6~9급 비서관들 가운데 홍보와 회계, 수행, 정책 보조 등의 역할을 분담하고 인턴 비서관을 한 사람 두는 ‘기본 세팅’에 준하는 형태로 구성됩니다. 지역구 관리에 집중하는 의원들은 절반 이상의 보좌진을 지역구 활동에 배정하기도 합니다.

한 명의 국회의원이 특정한 사안에 열의를 가지고 보좌진들과 함께 합심해서 ‘들이 파다 보면’ 국정 운영의 중요한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고, 이러한 정보는 향후의 의제 설정과 여론 형성을 추진해나가는 뼈대이자 골조가 됩니다.

▲ 2023년 ‘패션그룹 의류 재고 금지법’ 시민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출처: 장혜영)

국회의원이 진짜 일을 할 수 있으려면…

‘다당제 정치개혁’을 이야기하는 이유

제가 생각하기에 개별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가장 큰 힘은 바로 동료 의원들을 만날 수 있는 자격입니다. 이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특권입니다. 어떤 의제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고 그를 바탕으로 법안을 추진하기 위해 5천만 시민들을 일일이 만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제외한 299명의 의원들을 만날 수는 있습니다. 만나기가 어렵다면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하고 ‘친전’이라고 부르는 편지를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첫 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처음에는 혼자서 시작하더라도 꾸준히 동료 의원들을 만나고 설득한다면 다수결을 위한 두 사람, 세 사람, 열 사람, 백 사람을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허나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의 국회는 모든 국회의원들이 동등한 1인분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300개의 뱃지는 모두 똑같은 뱃지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중 일부는 ‘미생’의 뱃지입니다. 비교섭단체의 뱃지는 결코 교섭단체의 뱃지와 같은 힘을 갖지 않습니다. 국회법상 교섭단체란 국회의원 20명 이상을 보유한 정당을 말합니다. 국회법의 별명은 바로 ‘교섭단체법’입니다. 국회법상 규정되어 있는 대다수의 정치행위들은 오로지 교섭단체들에게만 허용됩니다. 국회 사무총장의 임명, 유급 정책연구위원의 배정, 인사청문회부터 상임위원회까지 각종 회의의 개최와 안건 결정까지 모든 면에서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교섭단체는 많은 경우 두 개 뿐이었습니다.

교섭단체 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각 상임위원회의 모든 정치일정을 협의할 수 있는 자당 소속의 간사를 통해 자신들의 의제와 입장을 반영할 수 있지만, 비교섭단체 의원들에게 그런 통로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회의장 앞에서 농성을 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다른 퍼포먼스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원 간 권력의 차이는 단순히 그 정치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합니다. 표의 등가성이 구조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교섭단체라는 허들은 결과적으로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의사가 교섭단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의사에 비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혼자서 법을 만들 수는 없지만, 법을 만들고 예산을 반영해내는 과정에서는 자신과 보좌진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의원이 해낼 수 있는 일의 폭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원이 자신이 가진 가능성과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의 국회를 만드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다당제 정치개혁을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정치개혁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국회의원들에 의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 즉 여러분입니다. 이제 제가 독자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여러분이 만들어내실 수 있는 변화의 폭을 어디까지 상상하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답이 궁금합니다.

 

[필자 소개] 장혜영.  21대 국회 정의당 국회의원.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감독이자 동명의 책을 썼다. 현재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지역위원장이자 비영리단체 ‘망원정x’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장혜영에게 정치를 묻다] 여러분이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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