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닿는 곳마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흡수했다
유라시아 전역서 이종교배 증거 나타나
아프리카 멀어질수록 유전자 비율 높아
지중해 동부에서 3900km 지점이 경계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 지역에 당도했을 당시 이곳에는 이미 네안데르탈인이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살고 있었다.
3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으로 아프리카 밖으로 이동한 때는 약 20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과 그리스 지역에서 화석 유골이 발견됐다. 하지만 이들은 정착에 성공하지 못하고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다. 반면 네안데르탈인의 조상은 이보다 훨씬 전에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에 도착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전전하던 두 그룹은 유라시아 곳곳에서 서로 마주쳤고, 두 그룹 사이엔 이종교배가 활발히 이뤄졌다. 오늘날 비아프리카인 DNA의 2%는 이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의 이종교배가 어디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일어났는지는 오랫동안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최근 들어 고유전체를 읽어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공백이 점차 메꿔지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약 10만년 전부터 일부가 아프리카를 떠났지만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된 건 6만년 전이다. 그렇다면 이때부터 두 집단의 이종교배의 기회도 열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2024년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300여명의 고대 인류 게놈을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첫 이종교배는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5만~6만년 전보다 늦은 약 4만7천년 전 시작됐으며, 이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할 때까지 약 680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은 이종교배가 동부 지중해지역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으나 지역을 특정하지는 못했다.
마침내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진이 1200여곳에서 발굴된 4147개의 고대 유전자 표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정밀한 이종교배 분포지역 지도를 만들어 출판전 논문 공유집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했다. 가장 오래된 분석 표본은 4만4천년 전 것이었다.
연구진이 사용한 방식은 여러 대에 걸친 이종교배를 거쳐 현생 인류에게 유입돼 자리잡은 네안데르탈인 디엔에이 비율(인트로그레션 대립유전자)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지중해 동부를 기준으로 이 지역에서 멀어질수록 네안데르탈인 디엔에이 유입 비율이 조금씩 더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 비율은 서쪽 유럽과 동쪽 아시아 방향으로 각각 3900km 떨어진 지점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는 이곳이 이종교배의 경계 지점임을 뜻한다. 그 너머 지역에서는 정체 상태를 보였다.
연구를 이끈 마티아스 쿠라 교수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의 유입 비율이 높아지는 모양새가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는 이론을 놀랍도록 잘 확인해준다”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전 지역에서 유전자 흡수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레오나르도 이아시 박사는 “이번 연구는 두 집단 사이의 교류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현생 인류가 이동하는 중에도 네안데르탈인과 꾸준히 접촉했다는 얘기다.
다만 중앙아시아의 중심부의 알타이 지역은 예외였다. 이곳은 현재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중국 4개국이 맞닿아 있는 험준한 산악지대다. 이곳에 이종교배 흔적이 없는 것은 이곳이 현생 인류의 주 이동 경로가 아니었음을 뜻한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프랑스 서부와 이베리아반도 대부분을 포함한 대서양 연안 지역은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많이 나오는 곳임에도 이종교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이 지역에선 이종교배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거나, 이종교배가 있었지만 분석 표본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연구진은 또 아라비아반도는 고대 유전체 표본이 거의 없어 이 지역의 이종교배 상황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거 연구원은 “이 논문은 서아시아라는 단 하나의 지역에서, (현재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표본에는 나타나지 않는) 단 하나의 네안데르탈인 집단이 아프리카에서 온 호모 사피엔스 집단과 이종교배했다는 기존 가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중요한 논문”이라며 “초기의 호모 사피엔스가 인구 증가와 함께 활동 영역을 넓혀가면서 사실상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전 지역에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흡수해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Tracing the Neanderthal–Modern Human hybrid zone using paleogenomic data.
https://doi.org/10.64898/2026.01.06.697899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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