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AI 예언: 시트리니 리서치②] “책상에 앉아 일하는 당신, 죄송하지만 해고입니다”

화이트칼라의 종말
현재 월가의 회의실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사무실에서는 잔인하지만 지겹도록 반복된 문장이 있다. "이제 사람 대신 에이전트를 쓰자."
시트리니 리서치가 보여준 2028년의 세계도 비슷하다. 당장 보고서는 AI의 발전을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지능 노동의 자동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공장 자동화가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이번에는 사무실의 두뇌 노동이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말부터 대기업들은 본격적으로 AI 에이전트를 도입한다. 물론 초기에는 문서 작성 보조, 코드 리뷰, 데이터 정리 수준이지만 1년 사이에 상황이 달라진다. AI는 이메일을 분류하고 고객 상담을 처리하고 법률 초안을 만들며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심지어 투자 분석 리포트를 작성한다.
노련한 한명의 사람만 남아 승인 버튼만 누른다. 당연히 기업은 인건비 절감 효과를 확인한 뒤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화이트칼라 직종의 특징은 그동안 대체 불가능이었다. 회계사,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기자, 변호사 보조 인력 등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자동화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다. 그러나 보고서는 바로 이 직군이 가장 빠르게 충격을 받는다고 본다.

지나치게 빠른 소멸
과거 산업혁명은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났고 노동 이동이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AI 전환은 24개월 안에 벌어질 수 있는 변화로 묘사된다. 실제로 보고서는 2027년 말까지 미국 사무직 일자리의 18~27%가 축소되거나 자동화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단순히 해고만이 아니다. 임금 하락도 동반된다. 기업은 AI와 협업을 조건으로 채용 규모를 줄이고, 연봉을 낮춘다.
특히 실업률이 급등하는 장면은 보고서의 스포트라이트이다. 특히 고소득 전문직이 타격을 받으면서 중산층 소비 기반이 흔들린다. 과거에는 저숙련 노동자가 자동화 충격을 받으면 정부 지원 정책이 뒤따랐고 고숙련 인력은 비교적 안전지대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다. 고소득 화이트칼라가 타격을 받으면서 고급 주택 시장, 프리미엄 소비재, 교육 서비스, 금융상품 수요가 동시에 위축된다.
여기서 보고서는 지능의 상품화(commoditization of intelligenc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인간의 사고 능력이 희소성을 잃는 순간 임금 프리미엄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대학 학위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전문 자격증이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되지 못한다. 기업은 인재 확보 경쟁 대신 컴퓨팅 자원 확보 경쟁에 몰두한다.
노동시장 불안은 심리적 충격으로도 이어진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하락하고 장기적 소비 계획이 축소된다. 특히 30~40대 전문직이 주택 구매를 미루기 시작하며 부동산 시장의 냉각으로 연결된다. 보고서는 이 지점에서 "노동 충격이 자산 시장으로 전이되는 순간"을 위기의 1단계로 규정한다.
한편 기술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익률을 기록한다. AI 인프라 기업,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반도체 제조 기업은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맞는다. 하지만 고용 창출은 제한적이며 고도로 자동화된 데이터센터는 적은 인력으로 운영된다. 생산성은 높지만 고용은 늘지 않는다. 이 불균형이 보고서가 말하는 구조적 위기의 핵심이다.
그 끝은 무엇일까? 2028년으로 가면 노동시장 구조는 양극화된다. 소수의 AI 시스템 설계자와 인프라 소유주가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고 다수의 전통적 지식 노동자는 불안정 고용 상태에 놓인다. 보고서는 이것이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노동 수요의 구조적 붕괴"라고 강조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