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겨낸 아내의 23년의 삶… 하나님의 사랑이 지켜줬어요[사랑합니다]

2026. 2. 2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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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권사 직분 마친 나의 아내 박상숙
지난 8일 서울 잠원동 신반포중앙교회 설립 45주년 기념행사에서 새로운 임직 추대 및 은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앞줄 왼쪽 네 번째가 아내 박상숙 권사.

강추위가 몰아치면 감기 들까 걱정이고, 비 오고 눈 내리는 날엔 넘어질까 또 걱정이다. 왕복 5000보가 넘는 길,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4시에 집을 나서는 저 발걸음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긴 여명의 길이다. 이제 고희(古稀)도 지났으니 새벽기도는 그만 멈추고 주일 예배에만 정성을 다하면 좋겠다.

참된 신앙은 교회에 머무는 시간의 길이보다, 범사에 감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삶이 아닐까.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주님의 말씀처럼 이제 다 내려놓고 평안히 신앙생활을 이어가면 좋을 텐데 오늘도 새벽바람을 여민다.

아내의 새벽기도는 직장암 3기 판정과 함께 시작되었다. 당시 몸의 이상함을 느꼈으나 때마침 큰아들 수능과 겹쳐 진료를 미루었다.

돌이켜보면 완강히 채근 못 한 내 잘못이 크다. 그러나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은 타협할 수 없는 절대 본능으로 눈감고 귀 막은 외길이었다.

결국 시험이 끝난 뒤 병원을 찾았다. 주치의는 몇 마디 외래 진료만으로 이상을 직감한 듯 서둘러 조직검사를 의뢰했다, 놀랍고 초조했다. 결과는 ‘악성’이었다.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는 한마디에 하늘이 무너지고 몸이 굳었다. 연약한 촛불 앞에 날아든 날벼락이었다.

그때 아내의 나이 마흔아홉. 아이들 뒷바라지에 가장 분주하던 때였다. 나는 하나님을 본능처럼 찾았다. 믿음이 없던 내가 가장 먼저 부른 이름은 하나님이었다.

“하나님, 죄송해요. 죄송해요. 하나님 죄송해요. 제발 살려 주세요.”

울먹이며 아이처럼 기도했다. 그리고 진료 의뢰서를 들고 서울성모병원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이 아픔이 차라리 나였으면… 나였으면…” 하고 되뇌며 아내의 힘없는 손을 꼭 잡았다. 그때 아내는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괜찮아. 당신의 기도 하나님이 다 들어주실 거야.”

수술은 서울성모병원의 파업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되었다. 수술 당일 새벽 6시, 목사님과 성도들이 찾아와 간절한 기도와 찬송으로 위로해 주셨다. 놀라웠다. 생전 경험 못 한 은혜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평소와 다른 신열의 눈물이었다. 목사님 일행이 떠난 후 마르지 않은 눈물손으로 아내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혼자 복도로 나와 “하나님, 하나님, 진실로 잘못했어요. 이제 하나님 부름을 받아 착하게 살게요. 제발 우리 집사람 일흔 살까지만 살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그때의 ‘일흔’은 아이들이 출가하여 손주까지 안아 볼 수 있을, 아득히 먼 기적의 숫자였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지금, 아내는 일흔을 훌쩍 넘겨 은퇴권사의 자리에 섰다. 파르라니 앳된 옛 모습은 없지만, 내 눈엔 더없이 아름답고, 그리고 고맙고,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빛이 환하게 어우러진 저 축복의 미소는 누구의 희망이었을까. 감사하오며, 하나님께서 어여삐 여기지 않으셨다면, 어찌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겠는가. 이 모든 은혜는 범사에 감사하며 교만하지 않고,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라는 하나님의 응답일 것이다.

지난 8일 신반포중앙교회 설립 45주년 기념 및 임직·은퇴 감사 예배가 열렸다. 마흔네 분이 새로운 직분과 은퇴로 자리 이동을 했다. 이번 임직에 유일하게 장로 직분을 받으신 고규영 장로님을 비롯해 새로 임직하신 모든 분께 축하를 전하며, 은퇴하신 분들의 헌신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모진 병마를 이겨 내고 권사의 직분을 아름답게 마친 나의 아내, 박상숙 권사에게 스물세 해 전, 병원 복도에서 울며 하나님께 접어 두었던 그 마음 오늘, 눈물로 전한다.

김재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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