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때 낀 손톱’을 부끄러워 했던 제가 부끄러워요[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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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사랑하는 할머니.
할머니, 저 정음이에요.
할머니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저는 알아요.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지금은 할머니의 손톱은 '때'가 아니라 '땀'의 흔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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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賞 - 인천청일초 6학년 박정음

TO. 사랑하는 할머니.
할머니, 저 정음이에요. 요즘 많이 더우시죠?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밖에 잠깐만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데, 수박밭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는 얼마나 더울지 너무 걱정이 돼요. 올해도 수박이 달고 잘 자랐으면 좋겠는데, 갑자기 내린 우박에 할머니 밭 수박들이 피해를 입으니까 하늘이 너무 미워서 눈물이 났어요.
이번 여름 방학에 내려가면 수박에 신문지 씌우는 일을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속상해요. 할머니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저는 알아요. 그 말 안에 얼마나 많은 참음이 들어 있는지요.
사실은요, 할머니. 어릴 적에는 할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을 배가 부르다며 안 먹은 적이 있어요. 아마 할머니는 모르셨을 거예요. 그땐 그냥…. 친구들 할머니는 손톱이 예쁘게 반짝이는데, 할머니 손톱은 항상 검고 푸르스름하게 흙이 끼어 있었어요. 밭일 끝에 쉬시기도 전에 바로 부엌으로 가셔서 음식을 준비하시던 그 손이 그땐 너무 낯설게 느껴졌어요. 그 손톱이 자꾸 눈에 밟히니까 저도 모르게 “배불러요”라는 거짓말이 나왔어요. 제가 진짜 배부르다는 게 아니란 걸 눈치채신 엄마가 알려주었어요. 밭일하는 사람이 손톱을 짧게 깎으면 손톱 밑이 갈라져서 피도 나고 아프다고요. 그래서 일부러 손톱을 조금 길게 남겨 두신 거라고요. 그 이유를 모르고 솔직히 저는 지저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죄송한 일이고, 그때 제 마음이 참 부끄럽게 생각돼요.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지금은 할머니의 손톱은 ‘때’가 아니라 ‘땀’의 흔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할머니 손끝에 우리가 먹는 수박이, 그리고 우리 가족의 한 끼가 담겨 있었던 거였어요. 왜 그땐 몰랐을까요? 그 어떤 할머니의 손보다 자랑스럽고 반짝이는 빛나는 손이라는 것을요. 그렇게 힘들게 일하신 할머니가 계시기에 지금의 저와 우리 가족이 있는 거니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올해 수박은 상처를 입었어도,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 상처 입은 건 아니에요. 할머니의 세월과 노력, 엄마의 눈물과 걱정, 그리고 지금의 제 마음까지… 그 모든 게 이어져 있으니까요.
할머니, 저는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씩 더 자라고 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할머니가 하시는 일을 도와드릴 수 있어요. 허리 아프신 것도 참고, 더운 날씨도 참고, 무조건 괜찮다고만 하지 마시고, 힘든 일을 할머니 혼자서 짊어지려고 하지 마세요. 이번 여름 방학에도 제가 할머니 많이 도와드릴게요.
2025. 7. 10
손녀 정음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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