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 오르면 본전치기 매물 쏟아져요”...믿음이 사라진 비트코인 시장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6. 2. 2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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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끝없는 추락의 늪에 빠졌다.

◆ 반등을 죽이는 매물 폭탄 공급량 45%가 '물렸다'25일 데이터 분석기관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현재 유통 중인 비트코인의 45%에 달하는 약 900만개의 코인이 매수 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이 6만2000달러 선까지 밀렸을 당시에는 전체 공급량의 절반인 1000만개가 손실 구간에 진입하기도 했다.

시장 상승을 견인했던 비트코인 현물 ETF마저 올해 들어서만 3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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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최고점 12만6천弗 대비 50% 폭락
관세·지정학 리스크에 위험자산 투심 위축
ETF 자금 이탈·고래 매도세에 하락 악순환
채굴업계 ‘AI 데이터센터’ 전환에 희비 엇갈려

◆ 주저앉는 비트코인 ◆

이미지 생성=[구글 제미나이]
비트코인이 끝없는 추락의 늪에 빠졌다. 올해 2월은 2022년 6월 ‘테라·루나 사태’ 이후 암호화폐 시장에 가장 가혹한 달로 기록될 전망이다.

고점 대비 반토막 난 가격에 지친 투자자들이 반등할 때마다 투자 원금 회수를 위해 매물을 쏟아내는 이른바 ‘손익분기점 함정’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시장의 자생적 회복 동력이 상실됐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 반등을 죽이는 매물 폭탄… 공급량 45%가 ‘물렸다’
25일 데이터 분석기관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현재 유통 중인 비트코인의 45%에 달하는 약 900만개의 코인이 매수 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이 6만2000달러 선까지 밀렸을 당시에는 전체 공급량의 절반인 1000만개가 손실 구간에 진입하기도 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비트코인 월봉 차트. 심리적 지지선이던 1억원 선이 붕괴된 후 9300만원대까지 밀려나며 뚜렷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업비트]
지난해 10월 12만6000달러를 돌파하며 환호했던 시장은 불과 4개월 만에 50%의 가치가 증발했다. 문제는 이번 하락장이 단기 급락이 아닌 10만달러, 9만달러, 8만달러 등 주요 지지선이 서서히 무너지는 ‘계단식 출혈’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루한 하락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철저히 붕괴시켰다. 글래스노드 분석 결과 2월의 첫 22일 중 19일 동안 투자자들은 순손실을 기록하며 코인을 처분했다. 록사나 이슬람 TMX VettaFi 리서치 책임자는 “작은 반등조차 유동성 확보를 위한 엑시트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며 “확실한 촉매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의미 있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 트럼프 관세 폭탄에 놀란 기관·고래의 이탈
거시경제 환경도 비트코인에 우호적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를 15%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식을 비롯한 고위험 자산군 전체에 매도세가 쏟아졌다.

레이첼 루카스 BTC 마켓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서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자산으로 취약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승을 견인했던 비트코인 현물 ETF마저 올해 들어서만 3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초기 시장 진입을 이끌었던 ‘고래(대형 투자자)’들조차 지난주에만 4만3000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내다 팔며 매도 행렬에 가담했다.

마이클 오로크 존스트레이딩 수석 시장 전략가는 “ETF 승인으로 투자자 저변은 넓어졌지만, 이들은 자산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 손실 구간에서 언제든 매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채굴업계 생존 키워드는 ‘AI 전환’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6만4000달러 선까지 밀려나며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출처=코인마켓캡]
비트코인의 장기 하락은 채굴 업계의 지형도마저 바꿔놓고 있다. 단순히 코인 보상에만 의존하던 기업과, 일찍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로 눈을 돌린 기업 간의 주가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중이다.

대표적인 채굴 대장주 마라 홀딩스(MARA)는 최근 1년간 주가가 약 40% 곤두박질쳤다. 막대한 비트코인을 대차대조표에 쌓아두는 전략이 하락장에서는 오히려 변동성을 키우는 골칫거리가 된 탓이다.

반면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기업용으로 개조하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다년 계약을 맺은 테라울프(TeraWulf)와 사이퍼 마이닝(Cipher Mining)의 시가총액은 마라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호주 채굴업체 아이렌(IREN)은 직접 GPU를 구매해 AI 컴퓨팅 파워를 판매하는 전략으로 1년 만에 주가가 4배 폭등하며 시총 140억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200주 이동평균선인 5만8503달러를 지켜낼 수 있을지가 단기적인 향방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토니 시카모어 IG 호주 애널리스트는 “이 지지선이 무너지면 훨씬 더 깊은 조정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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