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휴일 안 줘도 된다” 행정통합법 노동법 회피 ‘꼼수’

강한님 기자 2026. 2. 2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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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노동시간 제외 논란 잠재웠지만, 외투기업·경제자유구역 반노동특혜 ‘그대로’
▲ 참여연대

대구경북·대전충남·광주전남 통합특별시 외국인투자기업 노동자는 노동법 무풍지대에서 일할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특별시 외투기업에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를 지우지 않는 조항이 들어간 데다가, 경제자유구역을 보다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정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외투기업과 국내복귀기업은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을 무급휴일로 바꿀 수 있다. 심지어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를 거쳐 의결을 받는다면 노동자 파견 대상 업무 확대 혹은 노동자 파견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3개 통합특별시 외투기업에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 삭제

국회는 2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안건으로 채택했다. 이 특별법안을 보면 "통합특별시 안의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서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12조(사업주의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215조(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다른 법률의 적용 배제)에 명시됐다.

외투기업 지원을 위해 삽입한 조항으로 읽힌다. 215조 하단에는 "통합특별시장은 외투기업이 고령자를 채용하면 통합특별시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예산의 범위에서 고용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남광주뿐 아니라 대구경북·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입법안에도 같은 조항이 있다. 다만 대구경북·대전충남 통합특별시 법안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결과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고 보류됐다.

법이 통과된다면 이 통합특별시에서 사업을 하는 외투기업은 고령자 고용 노력 의무가 없다. 고령자 고용 노력 의무가 있는 사업주는 매년 고령자 고용현황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는데, 이 조항 또한 특별시 외투기업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 노동부 장관은 통합특별시에서 고령자 고용비율이 적은 외투기업에게 고령자 고용촉진·고용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라고 권고할 권한이 없다.

'유급휴일 없는 경제자유구역'
통합특별시엔 더 쉽게 생긴다

통합특별시에 경제자유구역이 생긴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통상 경제자유구역은 시·도지사가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요청한 뒤 △산업부 장관과 관계 행정기관 장의 협의 △산업부 산하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 등을 거쳐 지정된다. 그러나 특별법안은 경제자유구역이 비교적 쉽게 통합특별시에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대구경북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보면, 통합특별시장이 이른바 '글로벌미래특구' 계획을 세운 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관계부처와의 협의만 거쳐 경제자유구역을 만들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생략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특구 협의를 요청한 뒤 20일이 지나면 협의가 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까지 들어갔다. 대전충남·광주전남의 경우 "산업부 장관은 통합특별시장이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 변경을 요청한 경우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특례를 넣었다.

이렇게 쉽게 만들어진 경제자유구역은 각종 노동관계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다.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주 1회 유급휴일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급휴일 등을 무급휴일로 바꿀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 17조(다른 법률의 적용배제 등)의 "입주외국인투자기업 및 입주국내복귀기업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55조(휴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에게 무급휴일을 줄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파견 확대하고 장애인 고용의무 없고
진보정당·시민사회 "모든 대응 나설 것"

경제자유구역에서 적용이 제외되는 노동관계법은 한두 개가 아니다. 노동부 장관은 경제자유구역 입주 외국인투자기업과 입주국내복귀기업에 대해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전문업종의 노동자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거나 노동자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일부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또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상 장애인 고용의무, 고령자고용법상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도 경제자유구역에서 무력화된다.

'반노동 조항'이 아니더라도 법안을 제고하라는 목소리는 이미 높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오전 긴급 입장을 내고 "지방분권이라는 명목하에 탄생할 통합시 행정부는 사실상 제왕적 수준의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4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25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성과 주민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독소조항은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며 "법안이 이대로 통과될 경우 향후 법 개정 운동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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