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는 시인의 말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6. 2.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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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이문재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나는, 우리가 ‘시의 마음’을 되찾는다면 이대로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지은이는 1982년 동인지 〈시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40여 년 동안의 창작 활동을 통해 생태적 상상력을 구축했다. 전작 〈혼자의 넓이〉 이후 5년 만에 새 시집을 내놓았다. 관계의 재발견과 생태 보전을 위한 문명 전환을 화두로 삼았다. 시집 제목은 일본의 생태주의 시인 나나오 사카키의 말에서 따왔다. 발문을 쓴 나희덕 시인은 이 제목을 마트료시카 인형에 비유하며 “인형 속의 인형 속의 인형처럼, 이문재의 시에 반복되는 단어와 문장은 서로를 품거나 낳으며 사유의 어떤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고 썼다. 시인은 ‘오대산지구시민작가포럼’ ‘60+기후행동’ 같은 환경 모임을 꾸려 평화·생태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가구 생활

프리다 람스테드 지음, 김난령 옮김, 책사람집 펴냄

“한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땀을 얼마나 흘릴까?”

사람 피부에는 땀구멍이 약 600만 개 있다. 하룻밤 사이에 흘리는 땀의 양은 약 1.5L. 침대를 정리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습기다. 이불을 덮어두면 곰팡이나 진드기가 쉽게 번식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십상이다. 성인의 머리 무게가 평균 5㎏이라는 사실도 떠올려보자. 우리는 모두 볼링공 하나씩을 얹고 사는 셈이다. 이때 인체공학이란 가구(도구)와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개념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선택한 가구의 디자인과 소재는 우리의 하루를 짐작보다 매우 크게 좌우한다. 인테리어 스타일은 취향과 유행과 예산 문제를 동반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칙과 디자인의 기본 문법이며, 이를 알아두면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하다.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장하석 지음, 전대호 옮김, 김영사 펴냄

“‘궁극적 진리’라는 비현실적 이상 때문에 과학에 대한 우리의 신뢰가 흔들린다면?”

현대인은 우리 의식 밖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재(實在)’가 있으며, 과학은 그 실재에 관한 궁극적 진리를 밝혀내는 지적 체계라고 믿는다. 그러나 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는 과학을 ‘신성한 진리’의 집합으로 숭배하는 이런 대중적 믿음에서 현대 세계의 위기를 발견한다. ‘과학은 반박 여지가 없는 진실의 집합’이라는 통념이, 현재의 과학이 세계를 충분히 만족스럽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빌미로, ‘과학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선동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부정론’이나 ‘평평한 지구론’이 대표적 사례다. 점점 더 ‘사실’과 ‘믿고 싶은 것’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실용주의적 방법론을 통해 지식과 진리, 실재 등의 개념들을 쉽고 친절하게 재구성한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오늘은 괜찮은 하루

권순표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하늘은 나에게 ‘길치’라는 고난과 함께 ‘행운’이라는 무기를 줬다.”

‘길치’가 일종의 정체성이 될 수도 있을까? 30년간 방송기자로 살아온 저자는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그것도 꽤 괜찮은 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루트를 공략하고, 지름길을 찾아내는 극단적인 효율성 대신 실수와 우연 속에서 ‘지향하되 집착하지 않는’ 삶을 천천히 자신의 리듬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매일 저녁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첨예한 논쟁의 세계에 자신을 밀어 넣지만, 의외로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덜어낸 것들이 많다. 길치의 정체성 끝에는 행운이 있다. 기대하지 않는 순간 찾아오는 보석 같은 행운들을 소중하게 여기고픈, 한 중년 기자의 덤덤한 이야기가 담백한 문체로 담겼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던컨 웰던 지음, 윤종은 옮김, 윌북 펴냄

“어떤 일이 경제적으로 불합리하다고 해서 그것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경제학은 합리적 인간을 전제한다. 반면 인명을 희생시키고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입는 전쟁은 매우 비합리적인 행동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 속 전쟁을 광기에 휩싸인 선택이나 지도자의 폭거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시대적 배경을 감안할 때 그 시대 사람들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쟁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이면에 존재하는 폭력과 부의 메커니즘을 짚으며 국가가 비이성적인 선택을 내리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바이킹 시대의 약탈부터 아직까지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각지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역사를 경제사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낸다.

 

너무 희미한 존재들

김고은 지음, 동녘 펴냄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일에는 역동과 앎이 있다.”

존재클럽은 은둔 고립 청년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는 당사자들의 커뮤니티다. 작가이자 유학 연구자인 저자는 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했다. 서로를 인터뷰하며 목소리를 내고 글로 정리하는 자리였다. 참여자 여럿이 울먹이고 눈물을 보였다. 존재클럽에 멤버로 합류한 저자가 배운 것은 세 가지였다. 은둔 고립 청년 문제가 시대적이고 세대적인 문제라는 것. 고립의 경험도 어딘가에는 쓸모가 있다는 것. ‘나에게도 나의 친구들’에게도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 무력감·절망·불안·고립을 통과하지 않은 청년을 만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은둔 고립은 어쩌면 공통의 감각이다. 그 감각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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