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50대, 흙수저...얽히고설킨 K리그1 감독 열전[K리그 개막]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때 K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40대 기수론'은 사라졌다. 40대 감독은 정경호 강원 감독(46), 이정규 광주 감독(44) 단둘뿐이다.
2026시즌 K리그1 감독, 대세는 50대다. 최고령 김현석 울산 감독(59)을 필두로 유병훈 안양 감독(50)까지 50대 감독들이 K리그1을 지배하고 있다. 이 중 1960년대생은 김현석 감독 포함, 황선홍 대전 감독, 박태하 포항 감독(이상 58), 정정용 전북 감독(57) 등 4명이고, 나머지가 1970년대생이다. 40대 기수론의 선두 주자였던 황선홍, 윤정환 인천 감독 등이 자연스레 나이를 먹으며 50대에 진입했고, 승강제가 자리 잡으며 경험이 풍부한 감독들을 선호한 결과로 풀이된다.
재밌는 것은 감독들의 나이가 올라갔지만 정작 K리그1 전적 자체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황선홍 감독이 가장 많은 451경기(197승123무131패)를 소화한 가운데, 김기동 서울 감독(54)이 247경기(101승73무73패)로 그 뒤를 이었다. 김현석 감독, 이영민 부천 감독(51)은 K리그1 전적이 전무하다. 올 시즌 K리그1의 유일한 외국인 감독인 세르지우 코스타 제주 감독(53)과 이정효 감독이 떠난 광주의 지휘봉을 잡은 '최연소' 이정규 감독도 K리그1 벤치는 처음이다. 주승진 김천 감독(51)은 단 8경기, 이제 K리그1 감독 2년차에 접어든 유병훈, 정경호 감독도 38경기가 전부다.

하지만 k리그1 벤치에 오래 앉지 않았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김현석, 이영민, 유병훈 감독은 코치로, K리그2 감독으로 이미 많은 경험을 쌓았다. 주승진, 이정규 감독 역시 코치 경력만 놓고 보면 웬만한 감독 이상 가는 베테랑이다. 파울루 벤투 사단으로 오랜기간 함께 한 코스타 감독도 마찬가지다.
올해 감독 지형도에서 눈길을 모으는 것은 '흙수저'의 반란이다. 그간 K리그 벤치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현역 시절 빛을 보지 못했던 '흙수저'들이 대거 K리그1에 입성했다. K리그 최고의 명가 전북의 지휘봉을 잡은 정정용 감독은 선수 시절 아예 K리그 팀의 지명도 받지 못한 무명 중의 무명이었다. 이영민 감독은 포항, 이정규 감독은 성남의 지명을 받고 입단까지는 성공했지만,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황선홍, 윤정환 감독과 K리그 필드플레이어 최다 출전에 빛나는 김기동 감독과는 비교가 안되는 커리어다.

하지만 지도자 변신 후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밟고 올라온 이들은 마침내 최고의 무대까지 섰다. 정정용 감독은 초중고, 연령별 대표팀에 이어 K리그1, 2팀, 심지어 군팀까지 이끌며 내공을 쌓았다. 그는 거스 포옛 감독의 후임으로 전북 감독으로 부임했다. 코치, 스카우트 등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 이영민 감독은 지난 시즌 아무도 예상 못한 승격을 이뤄내며 K리그1에 입성했다. 이영민 감독은 이전부터 관계자들 사이에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축구 인생 첫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고등학교부터 프로 코치까지 무려 15년을 버틴 이정규 감독도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귀하디귀한 '원클럽맨 감독'도 한 명 늘었다. 김현석 감독이다. 현역 시절 일본 J리그 이적을 제외하고 K리그에서는 울산에서만 뛰었던 김현석 감독은 K리그1 첫 감독직을 울산에서 하게 되는 영예를 누리게 됐다. 김현석 감독은 울산에 첫 우승을 안긴 레전드다. 그는 "울산이라 선택했다"는 말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박태하 감독도 건재하다. 현역 시절 포항에서만 뛰었던 그는 2024년부터 포항 지휘봉을 잡으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원클럽맨'은 아니지만, 정경호 감독은 강원 창단 멤버 최초의 감독이다. 강원은 그의 고향팀이기도 하다.


관계도도 재밌다. 황선홍 감독과 박태하 감독은 과거 포항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하며 우승을 일궈낸 소문난 '절친'이고, 이영민 감독은 2005년 코치로 당시 선수였던 유병훈 감독을 지도한 '사제지간'이다. 둘은 이후 동료 코치로, 감독대행과 코치로 함께 지내며 20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영민 감독은 윤정환 감독과 사석에서 골프도 자주 치는 친한 관계다. 올 시즌 K리그1을 누빌 12개팀 감독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시즌 내내 팬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할 전망이다. K리그1은 28일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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