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쉽게 산 약의 역설…일반약 부작용에 美도 '골머리'

감성균 기자 2026. 2. 2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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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헬스케어제품협회 보고서
일반약 ‘1차 선택’…이용 규모는 압도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오남용 흔해
고령층이 ‘최대 소비자’…79%에서 최소 1가지 오남용
약사의 ‘선제 상담’이 필요

감기나 두통에 흔히 찾는 일반의약품(OTC).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다는 이유로 '가볍고 안전한 약'으로 여겨지지만, 그 이면에는 과량 복용과 성분 중복, 처방약과의 상호작용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다약제 복용 환자에서는 작은 부주의가 중대한 이상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손쉽게 고를 수 있는 약일수록, 오히려 더 세심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창고형 약국 등의 확산으로 인해 무분별한 의약품 복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편의성을 강조해 온 미국은 현재 이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생성 이미지

미국 소비자헬스케어제품협회(CHP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81% 이상이 흔한 증상에 일반의약품을 우선 선택하며, 일반의약품 구매를 위한 소매 약국 방문은 연간 29억 회 이상으로 추정된다.

평균적으로 소비자는 연 26회 일반의약품 구매를 위해 약국을 찾는 반면, 1차 의료기관 방문은 연 3회 수준에 그친다. 일반의약품은 진료를 받지 않았을 수 있는 약 6000만 명에게 증상 완화의 접근성을 제공하며, 비용 절감과 의료기관 부담 완화 측면에서도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처방전이 필요 없다'는 특성이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쉽게 확장된다는 점이다.

CHPA에 따르면 "경증 질환 치료를 단순화한다"(96%), "전문진료 전 일반의약품으로 먼저 치료하겠다"(93%), "의사 상담 없이 증상 관리"(80%) 등 높은 신뢰 응답이 확인된다.

2022년 기준 미국 가구의 일반의약품 지출은 연평균 645달러로 10년 전보다 8% 증가했다. 이용 규모가 커질수록 잠재적 위험 노출도 함께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일부 소비자들이 일반의약품 부작용 위험을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문제는 권장 용량 초과 복용, 동일 유효성분이 포함된 복합감기약·진통제의 동시 사용에 따른 '성분 중복', 처방약과의 약물상호작용, 금기 질환에서의 사용 등이다. 예를 들어 여러 감기약을 함께 복용하면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중복돼 간독성 위험이 높아지거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를 장기간 복용해 위장관 출혈·신기능 악화를 초래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항히스타민제의 진정 작용으로 낙상 위험이 증가하는 문제도 간과하기 쉽다. 라벨 지침을 따르지 않거나 성인용 제형을 소아에게 투여하는 경우 효과 저하와 이상반응 위험은 더 커진다.

고령층은 일반의약품 위해에 특히 취약하다.

보고서가 분석한 <Innovation in Aging>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은 전체 인구의 17%에 불과하지만 일반의약품 사용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소비자'다. 이 연령대의 절반 이상이 일반의약품을 매일 또는 매주 사용한다. 약동학·약력학 변화, 다질환, 다약제 복용, 인지저하와 허약 등 복합 요인이 겹치면서 이상반응 위험은 구조적으로 높아진다.

실제로 144명을 분석한 결과 79%가 최소 1가지 형태의 일반의약품 오남용을 보였고, 약물-약물 상호작용 위험은 18%, 라벨 오남용은 19%에서 확인됐다. 두 가지 이상 범주의 오남용이 동반된 경우도 38%에 달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수록 오남용 빈도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반의약품의 위험은 '접근성'과 맞닿아 있다.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만큼, 복용 중인 처방약이나 기저질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스스로 선택하기 쉽다.

특히 고혈압·당뇨병·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자는 일부 비충혈제거제나 NSAIDs, 제산제·마그네슘 함유 제제 등으로 혈압 상승, 혈당 변동, 체액 저류, 전해질 이상 등 예기치 못한 악화를 겪을 수 있다. 항응고제 복용 환자에서의 출혈 위험 증대, 중추신경계 억제제 병용에 따른 과도한 진정도 주요 경고 지점이다.
AI생성 이미지

전문가들은 일반의약품을 "지시대로 사용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일 수 있는 약"으로 규정하면서도, 그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 위해가 현실화된다고 강조한다. 복용 전 라벨을 통해 성분·용량·경고문·유효기간을 확인하고, 감기·기침·독감·알레르기·진통 제품 간 성분 중복을 피해야 한다. 액제는 동봉 계량기구로 정확히 측정하고, 소아는 반드시 소아 전용 제형을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처방약을 복용 중이거나 만성질환이 있다면 일반의약품 추가 전 의료진과 상의하고, 복용 중인 모든 약물·보조제·허브제 목록을 최신 상태로 유지해 제시하는 것이 권고된다.

보고서는 "일반의약품 시장의 확대는 자가치료의 편의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 위험'도 키웠다. 특히 고령층과 다약제 복용 환자에서 오남용이 광범위하게 확인된 만큼, 일반의약품을 단순 소비재가 아닌 '약물치료의 일부'로 인식하는 전환이 요구된다. 안전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올바른 선택과 사용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환자에게 권고할 'OTC 안전 수칙'

OTC는 지시대로 사용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 약사는 다음을 환자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 복용 전 라벨을 읽어 성분, 용량, 경고,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감기·기침·독감·알레르기·진통 제품의 성분 중복을 피한다.

- 액제는 동봉된 계량 주사기/컵 등으로 정확히 계량한다.

- 소아는 소아 전용 제형을 사용하고, 애매하면 처방의·약사에게 확인한다.

- 처방약을 복용 중이거나 만성질환이 있으면 OTC 추가 전 1차 의료진과 상의하고, 가능하면 약사에게 먼저 문의한다.

- 복용 중인 처방약·OTC·보조제·허브제까지 포함한 전체 약 목록을 유지해 진료 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