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유화책·전작권·동맹 어젠다 충돌… 대전략 수립 시급 [심층기획-신국제질서, 한반도의 선택]
9·19 복원 등 北과 관계 개선 추진
연합훈련 축소·비행금지구역 재설정
군사대비태세·전작권 전환 등에 영향
서해 美·中 전투기 대치 ‘동맹 시험대’
주한미군 역할 ‘中 견제’ 추가 가능성
韓, 전략적 유연성 등 동맹 현안 난제
핵잠 건조·원자력 협정 개정도 변수
美 정치적 상황 따라 협의 지연 우려
실무 협의 착수돼도 불신 해소 과제
‘딜레마(dilemma).’

이재명정부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통한 관계 개선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9·19 군사합의 관련 조치를 비롯한 군사적 카드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군 당국과 협력해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9·19 군사합의 복원을 선제적으로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실시될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FS) 연습과 관련, FS 기간 병력과 장비가 대규모로 이동하는 야외기동훈련의 조정도 거론됐다. 북한은 FS 연습을 ‘북침 연습’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북한이 예민해하는 사안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대북 유화책이 전작권 전환 가속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 올해 11월에 열리는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3∼8월 한·미 연합훈련을 통한 공동 평가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을 조기에 갖추려면, FS 기간 지휘소(CPX) 훈련에 적용되는 시나리오와 작전계획·지침 등이 각 제대 및 병과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야전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 정부 임기 내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 작업 내실화 및 능력 향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국방부는 연합훈련에 대해 ‘연중 분산 실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FS 연습의 핵심인 지휘소 훈련 시나리오·작계 등과 연계해서 FS 연습 기간 고강도 야외기동훈련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3월 FS 연습 개시 당시 합참은 “연습 시나리오와 연계해 지·해·공, 사이버, 우주 등 전 영역에 걸쳐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확대 시행하며, 동맹의 상호운용성을 향상시키고 강화된 연합억제능력을 현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행금지구역 재설정을 포함한 9·19 군사합의 선제적 복원이 이뤄지면, 전방 부대의 무인정찰기 운용에 상당한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휴전선 일대 군사대비태세와 정보수집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 소식통은 “9·19 합의 선제적 복원과 연합훈련 조정을 단행하면 전작권 전환과 군사대비태세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현상 유지를 선택하면 북한을 움직일 카드가 없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위협을 보는 동맹 시각차 우려
최근 발생한 주한미군 전투기와 중국 전투기의 대치 국면은 한·미 동맹의 시각차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 18일 주한미군 F-16 전투기 10여 대는 오산 기지를 출발해 서해상 공해 상공까지 비행했다가 중국 전투기와 한동안 대치했다. 주한미군은 훈련에 앞서 우리 군에 훈련 사실을 통보했으나 구체적인 비행 목적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진영승 합참의장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에게 항의성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는 미국의 전략과 맞물려 주목된다. 미국은 지난달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에서 중국 견제와 관련,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따라 강력한 거부형 방어를 구축하고, 배치하며,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한반도는 제1도련선 안에 있고, 북한·중국·대만과 가깝다. 새 NDS에 따르면 한반도는 북한 도발 억제를 넘어서서 중국을 견제할 공간이 될 수 있다. 브런슨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한 포럼에서 “동맹 현대화가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한국은 단순히 한반도의 위협에 대응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 초점이 북한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징후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주한미군 전력은 지금보다 더 큰 유연성을 갖게 될 수 있다. 북한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으로선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등 동맹 현안을 둘러싸고 딜레마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핵잠 건조와 원자력 협정 개정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군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일부 인원을 중심으로 핵잠 건조 관련 탐색·준비 작업이 은밀히 진행되어 왔다. 지난해 10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승인’의 뜻을 밝히면서 핵잠 사업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부는 대미 실무협의와 정부 내 준비를 서둘러왔다. 11월 미국의 상·하원 선거(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우려에서다. 따라서 11월 전에 핵잠 건조와 원자력협정 등의 협의를 속전속결로 진행, 불가역적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핵잠 건조에 대한 특별법 제정 및 대미 협상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핵잠과 관련한 원칙과 건조계획, 비확산에 대한 입장 등을 포함한 ‘한국형 핵잠 기본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미 간 실무 협의가 착수되어도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비핵 국가가 군사용으로 핵물질을 사용하는 것은 국제적인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핵잠 건조 등과 관련해 비확산 의지를 밝혔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의 불신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느냐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과거에 한국에서 있었던 원자력 관련 이슈들 때문에 미국은 예전부터 핵 분야에 대해선 한국을 쉽게 믿지 않아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을 통해 핵잠과 민수용 원자로에 쓰일 핵연료가 핵무기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치·외교·과학기술적 방법을 통해 국제사회에 확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모님 빚 갚고 싶었다”… ‘자낳괴’ 장성규가 청담동 100억 건물주 된 비결
- “비데 공장 알바서 45억 성북동 주택으로”… 유해진, 30년 ‘독기’가 만든 자수성가
- “방배동 1만 평·3000억 가문”…이준혁·이진욱, 집안 배경 숨긴 ‘진짜 왕족’
- “매일 1만보 걸었는데 심장이”…50대의 후회, ‘속도’가 생사 갈랐다
- “피클 물 버리지 말고, 샐러드에 톡톡”…피자 시키면 '만능 소스'를 주고 있었네
- “대기업 다니는 너희가 밥값 내라”…사회에서 위축되는 중소기업인들 [수민이가 슬퍼요]
- “왕십리 맛집 말고 구리 아파트 사라”… 김구라, 아들 그리에게 전수한 ‘14년 인고’의 재테
- 전현무, 순직 경찰에 ‘칼빵’ 발언 논란…경찰들 “참담하다”
- 920억 김태희·1200억 박현선…집안 자산에 ‘0’ 하나 더 붙인 브레인 아내들
- ‘냉골방’서 ‘700억’ 인간 승리…장윤정·권상우, 명절에 ‘아파트 한 채 값’ 쓰는 클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