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PB가 말한 ‘찐부자’ 포트폴리오…“코스닥 성장주와 월 적립식 전략” 강조[인터뷰]
“자산관리는 결국 사람과 인생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
“고객 사업장 직접 찾아 사업 구조와 사이클 이해하는 것이 먼저”

“오늘은 공장으로 갑니다.”
오전 8시 30분 IBK기업은행 자산관리(WM)센터 회의실. 프라이빗뱅커(PB)들의 하루는 밤사이 해외 시장 점검으로 시작한다. 뉴욕 증시 변동성과 주요 이슈를 빠르게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산관리 방향성에 대해 점검한다. 회의가 끝나면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 않는다. 오후 일정표 대부분이 ‘외부’다.
기업은행 WM은 ‘고객을 기다리는 PB’보다 ‘현장을 찾아가는 자산관리’에 가깝다. 중소기업 대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PB가 먼저 찾아간다.
법인 자금 운용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자녀 승계 준비, 개인 투자 포트폴리오까지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현장형 WM 전략은 유미현 일산WM센터 센터장이 강조하는 핵심 방향이다. 지난 24일 일산WM센터에서 만난 그는 “투자 제안에 앞서 고객의 사업장을 직접 찾아 사업 구조와 사이클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특히 중소기업 대표들은 사업 일정상 센터를 직접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자산관리는 결국 사람과 인생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1990년 입행 이후 37년간 기업은행에 몸담은 유 센터장은 여의도VM팀장과 한남동WM센터 부센터장, 강남역지점 부지점장 등을 거치며 중소기업 대표와 개인 자산가 고객을 가까이에서 밀착 관리하고 있는 베테랑 PB다. 유 센터장을 통해 중소기업 대표들의 투자 철학과 자산관리 전략을 들어본다.
Q. 최근 부자들은 어떤 상담을 가장 많이 요청하나요.
“자산가들의 관심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자산배분 전략입니다. 상품지수펀드(ETF), 달러, 금 등 인플레이션 헤지(위험분산) 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리밸런싱(재분배)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절세 전략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상속·증여를 미리 준비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세무 컨설팅 요청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또 하나는 유언대용신탁입니다. 사후 분쟁을 예방하고 노후 자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에서 상속 준비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Q. 올해 자산가 포트폴리오 운용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고 계신가요.
“작년에 수익이 높았던 섹터의 ETF 등은 절반 정도 차익실현을 한 뒤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방향을 권하고 있습니다. 금리인하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고 경기침체가 급격하게 올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 상승 속도가 빨랐던 만큼 공격적인 비중 확대보다는 일부 현금을 확보해 조정 국면에 대비하는 전략을 병행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섹터와 투자 구조에 주목해야 할까요.
“기존 강세 업종이 꺾였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반도체, 조선·방산·원전, 금 등 기존 강세 업종은 기본 비중을 유지하되 금리인하 사이클과 순환매장세를 고려해 바이오·로봇 등 코스닥 중심 성장 섹터를 추가하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또 하나는 현금흐름 기반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월 이자가 나오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이나 달러로 이자가 발생하는 달러 보험, 꾸준한 배당 및 지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리츠부동산인프라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안정적인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다시 공격적인 펀드나 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Q. 왜 적립식 투자를 강조하십니까.
“최근 시장이 좋아지면서 투자 욕심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많은데 한 번에 큰 금액을 투자했다가 손실로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노후에는 손실을 입게 되면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PB 역할은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대비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분할 매수로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을 권하고 있습니다.”
Q. 요즘 인기가 예전만 못한 투자 분야도 있습니까.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보다 낮아졌습니다. 공실 리스크와 금리 부담, 상권 변화 등으로 기대 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처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가나 오피스텔 투자 문의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상권 분석 자료를 요청하는 고객들도 많아 부동산 컨설팅을 통해 투자 검토를 도와드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는 상가 투자 관련 문의가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상가는 특정 지역의 유동인구와 상권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인구 감소와 주거 이동으로 기존 상권이 약해진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신규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하면서 기존 도심이나 노후 지역 상가의 공실이 늘어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대형 개발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은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인구 흐름과 상권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 단기간 급등을 노리는 테마형 투자 역시 선호도가 낮아졌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산가들이 손실을 크게 경험한 이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입니다.”
Q. 최근 자산가들의 채권 투자 분위기는 어떤가요.
“과거에 안전자산 선호로 VIP 고객 중 채권 비중이 거의 100%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고 은행에서도 공격적인 주식보다 채권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권 금리 하락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고 일부 구간에서는 예금 대비 수익 매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고객들의 관심이 줄어든 분위기입니다.
최근에는 채권 비중을 줄이고 금리가 상승한 예금이나 주식으로 분산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달러 보험처럼 20년 고정금리 5%대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과거 코로나 이전에는 예금 금리가 2% 미만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장기 고정금리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주식 비중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되고 있나요.
“6000피, 7000피를 얘기하는 고객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다만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약 30% 내외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며 여전히 안정성을 고려한 자산배분이 중심입니다.”
Q. ‘찐부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공통점이 있다면요.
“달러와 금 같은 안전자산을 일정 비율로 꾸준히 보유한다는 점입니다. 대개 전체 금융자산의 약 10% 내외 수준입니다. 가격이 올랐다고 팔거나 떨어졌다고 추가 매수하는 단기 매매 개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계속 모아가는 자산으로 인식합니다.
또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냉정한 가격 분석을 우선합니다. 정상 가치보다 할인된 가격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있고 목표 가격에 도달하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결단력도 특징입니다. 단기 유행보다는 원칙 중심의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Q. 새롭게 등장한 자산 흐름도 있습니까.
“은행에서 가상자산을 직접 취급하지는 않지만 가상자산 상담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젊은 투자자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연세 있는 대표님들도 코인을 자산으로 인식하고 계좌 개설을 문의하십니다. 특히 강남 지역의 주요 자산가 대표님들은 코인을 단순히 투기 대상이 아닌 주식시장의 한 섹터와 같은 포트폴리오 일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저 역시 고객과 소통하고 시장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코인 계좌를 개설했어요. 실제로 자산 시장 흐름을 읽는 데 코인 시장도 참고 지표가 된 것 같습니다.”
Q. 올해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여러 변수 중에서도 결국 금리가 가장 중요한 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부담이 크고 환율도 높은 수준이다 보니 시장이 기대했던 만큼 빠른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과거처럼 금리 하락만으로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앞으로는 단순한 유동성 장세보다는 정부 정책 방향과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질적 성장’이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정치 일정과 함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 이벤트가 있고 환율이 안정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내 시장은 정부 정책 방향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책 기조 변화가 가장 강력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정책 수혜 산업과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Q. 기업은행 WM센터의 주요 고객군이 궁금합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와 가족, 임원들이 모두 개인 고객입니다. 이분들이 사실상 저희 VIP 고객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은행과 거래해 온 분들이 많고 급여를 기업은행 통장으로 받아 친숙해진 직원들도 주요 고객이 됩니다.
일반 개인 고객 중에는 국책은행이라는 점을 보고 안정성을 믿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사업을 하다 은퇴한 대표님들이나 자산을 축적한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많습니다.”
Q. WM센터의 미션이 신규 개인 고객 확대인가요.
“물론 확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기존 기업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기업 대표는 개인 자산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다른 은행에서도 적극적으로 접근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VIP 고객과 그 가족, 그리고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기업들을 최우선으로 관리합니다. 대표님들은 투자뿐 아니라 세금, 증여, 승계 등 전반적인 자산 흐름을 이해해주는 파트너를 원하십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요.
“기업 승계나 증여 타이밍 같은 부분은 대표님들이 생각은 하고 있어도 실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컨설팅 부서가 전체 플랜을 설계해 드리고 실행을 돕습니다.
시간이 지나 안정적으로 승계가 마무리되면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런 종합적인 서비스는 다른 은행에서 쉽게 제공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Q. 가업 승계·증여·상속 관련 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가업 승계 상담은 먼저 기업의 재무제표와 주주명부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특히 창업 초기에는 대표 개인 명의로 지분이 100% 집중된 경우가 많은데 이런 구조는 향후 승계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사전 점검이 중요합니다.
주주 구성이 과도하게 쏠려 있는 경우에는 증여·지분 이전 등 사전 절차를 통해 안정적인 승계 구조를 만드는 방안을 안내합니다. 은행 내 전문 컨설팅 부서와 연계해 예상 세금 규모와 적정 승계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조언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표들이 사업에 집중하느라 승계 준비를 미뤄왔지만 실제 세금 부담과 절차를 확인한 뒤 사전에 지분을 나누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Q. 가업 승계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승계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합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주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뒤늦게 자녀에게 지분을 이전하면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증여는 10년 단위 공제 구조를 활용할 수 있어 장기적인 계획이 중요합니다. 실제로는 대표들이 50~60대에 은퇴 시점을 고민하면서 본격적으로 승계 준비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보다 이른 시점부터 구조를 점검하는 것이 안정적인 기업 승계에 도움이 됩니다.”
Q. 찾아가는 상담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들은 매우 바쁘기 때문에 센터에 오시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센터에서 영업점이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갑니다.
WM센터 설립 초기부터 강조한 차별화 서비스입니다. PB 팀장들은 하루 평균 3~4번 출장을 나갈 정도로 이동이 많고 김포·일산·파주 등 지역 특성상 차량 이동이 필수입니다.
돈을 다루는 기술은 고객의 인생 전반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고민할 때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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