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통령이 ‘전수조사’ 지시한 청소업체, 환경미화원에 줄 ‘연 3억원’ 관리직 줬다
실제론 본사 직원들에 매달 지급
업체·구청 “현장 업무 병행” 주장
노동자 “세 달에 1번 사진만 찍어”

이재명 대통령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미화원 임금 지급 실태 전수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인건비를 규정보다 적게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서울 강남구의 한 청소대행업체가 현장 인력에 지급해야 할 인건비를 본사 관리직에 지급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현장 지원을 위해 책정된 예산이 사무직·임원 급여로 쓰이면서 관련 고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강남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강남구와 계약을 맺은 A청소대행업체는 지난해 매달 약 3050만원, 연간 약 3억6000만원의 간접노무비를 구청으로부터 지급받았다.
간접노무비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계약을 위한 원가 계산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 고시에 따라 현장감독자, 작업반장, 기동민원처리반 등 환경미화원의 작업을 현장에서 지원·관리하는 인력에게 지급하도록 돼 있다. 또 이 고시는 사장·총무·경리 등 행정업무 담당자의 인건비는 ‘일반관리비’로 분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현장 업무와 무관한 행정 인력의 인건비를 제한하고 현장 중심의 인력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A업체의 간접노무비 내역서를 보면 전무·부장·과장 등 본사 관리직이 대상자로 등재돼 있다. 이들은 매달 500만~700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별도의 현장감독자를 두지 않은 채 일부 수거원이 작업반장을 겸해 운영해온 사실도 확인됐다. 현장 감독 인력은 없었지만 관련 인건비는 계속 지급된 셈이다.
A업체와 강남구청은 ‘본사 관리직원들이 일부 현장 업무를 수행해서 간접노무비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업체 측은 경향신문에 “민원 처리 등 현장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고, 강남구청도 “현장 업무를 겸하고 있어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업체 소속 노동자 B씨는 “관리직원들은 세 달에 한 번 정도 와서 사진을 찍고 가는 수준”이라며 “일부 사무직은 현장에서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유사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됐다. 2021년 서울 용산구의 한 청소업체는 간접노무비 대상자에 임원진을 포함시켜 논란이 일었다. 경남 거제시에서도 시와 계약을 맺은 한 청소대행업체가 간접노무비 대상자에 업체 대표의 친인척 등을 등재했다는 의혹으로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강남구청과 A업체는 고시 기준에 못 미치는 임금을 환경미화원에게 지급해왔다는 의혹도 받았다. 경향신문의 관련 보도 다음 날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감사나 전수조사 등을 통해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위성곤 의원은 “현장 인력에 지급돼야 할 비용이 다른 용도로 쓰였다면 명백한 문제”라며 “대통령이 전수조사를 지시한 만큼 임금 지급 구조 전반을 점검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180949001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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