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곽노성 칼럼] 전략적 행보로 ‘돈로독트린’ 타개를
관세 무기화에 다자 통상질서 와해
다국적기업 위축…경제활력 떨어져
對中관계 등 피해 최소화 방안 찾길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지(The Economist)는 올해 1월 10일자부터 3주간 연속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책의 세계정치 질서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표지 기사로 올렸다. 트럼프 2기의 정책을 경제적으로는 ‘포함자본주의(gunboat capitalism)’, 정치적으로는 ‘돈로독트린(도널드 트럼프식 몬로주의)’으로 정의하고 이들 각 분야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세계경제, 특히 다국적기업의 행동과 동맹국 및 자국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게 됐는지 분석하였다.
트럼프식 포함자본주의는 관세를 무기로 상대국을 위협하여 미국 내 투자와 미국제품에 대한 시장개방(사실상 수입)을 이끌어 내는 것이 그 실체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 우방인 유럽, 일본, 한국 등 동맹국도 예외는 아니었고 오히려 유럽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동으로 지난 22일 끝난 뮌헨안보회의를 미국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만든 바 있다.
시장규모와 그간 우방에 대한 안보에서의 역할을 협상력(bargaining chip)으로 미국의 힘을 과시한 결과 가장 가까운 이웃인 캐나다와 유럽이 보복하게 하였고, 유럽연합(EU)이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하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미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통상질서는 와해되었고, 세계경제는 각기 제 살길을 찾아 합종연횡하는 전국시대를 방불케 되었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의 현지 체포에 이어 뉴욕 법정에 세워 재판을 받게 한 사례와 그린란드의 미국편입 시도는 ‘돈로독트린’의 대표적 사례다. 이번 일련의 사건으로 과거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근거한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은 퇴색되었고, 약소국에 대한 지배력 행사에 능숙한 중국 및 러시아에는 영향력 확대의 빌미를 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공연한 베네수엘라 원유의 미국 회수 및 남미에 대한 지배 주장이 유엔 결의 및 국제법, 그리고 지구적 가치의 붕괴를 촉진하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래 급속한 성장으로 세계경제의 2인자로 떠오른 중국은 그간 발목을 잡아왔던 부동산경기 침체와 트럼프 독트린에 따른 외국인직접투자 이탈로 인한 성장 정체를 유럽, 아프리카 등에 대한 수출 확대 기회로 삼아 2025년 최초로 1조달러를 초과하는 무역흑자를 실현하게 되었다. 미국의 조치에 반발한 캐나다, 프랑스, 독일에 이어 영국의 대(對)중국 경제관계 회복이 그 근거다.
트럼프발(發) 포함자본주의가 다국적기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영국과 네덜란드가 자국 동인도회사(East Indies)의 자금지원을 대가로 군사 및 외교적 지원을 제공했던 제국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의 크룹(Krupp)과 일본의 미쓰미시가 정부의 해외 광산 및 시장 확보를 바탕으로 자국의 산업화를 지원한 사례가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트럼프정책의 결과 그간 매출규모 23조달러, 2조4000억달러의 이윤과 수백만 명에 달하는 고용으로 전세계 생산의 70%를 책임져왔던 서방 다국적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다국적기업의 경우 2016년 자본지출의 44%를 차지하던 국내 자본지출이 금년에는 69%로 상승하였고, 실질기준 해외판매가 축소된 반면 국내판매는 증가하였다는 보고다.
미국내 사부문(private sector) 고용의 5분의 1 이상, 물적 투자의 5분의 2, 이윤의 4분의 3을 차지하였던 미국 다국적기업은 이러한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자본 배분 제약으로 인해 그간 제공해 왔던 낮은 소비자 가격과 많은 주주이윤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이들 기업의 생산성 저하로 경제 각 부문이 누려왔던 ‘번영’은 더 이상 힘들 것 같다.
소위 전략산업인 소프트웨어, 의약품 및 자동차의 경우 그 위축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불행한 사실은 우리 반도체 기업이 그 영향권 내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우리 경제는 투자의 대미 집중, 캐나다 잠수함사업 등에서 보여준 주요 수입국들의 ‘미국 따라하기’와 유럽의 국내생산 유도정책에 따른 국내고용 악화 특히, 청년일자리 문제 등 트럼프독트린이 제기한 큰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국 경제관계의 경우 전략품목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완전한 단절보다는 관계 유지를 위한 치밀한 ‘전략적 행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992년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과정에서 미숙한 대만관계 처리로 인한 대만과의 감정 악화와 이후 여러 방면에서 겪은 ‘실질적’ 피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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