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실효성 제고 위해 노조법 시행 유예 검토를

이투데이 2026. 2.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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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

3월 1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노조법(일명 ‘노란봉투법’)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모호해 노사 현장에서 혼선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국회 통과 이후 시행령 두 차례 입법예고와 ‘해석지침’ 행정예고 등을 통해 시행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고 무책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아 공정한 노동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럼에도 우려가 남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용자 등 기준 명쾌해야 부작용 줄여

첫째, 사용자 정의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로 규정하지만, 어디까지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지 해석지침에서도 명확하지 않다. 동일한 사례를 두고 기업과 노조의 판단이 엇갈릴 수 있고, 분쟁이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둘째, 합병·분할·매각 등 경영상 결정으로 정리해고나 인력 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도 원청 대상 교섭 및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적시에 구조조정을 추진하거나 산업 경쟁력 회복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셋째, 입법 및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됐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예고기간이 짧고 논의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산업현장의 세밀한 현실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고, 이는 기업에 법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시행을 앞두고 다수 하청노조가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고, 조정 신청을 제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외국계 완성차기업이 지난해 말 계약 만료로 신규 물류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업체 노조가 직원 승계를 요구하며 파업과 불법 점거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수개월 협상 끝에 마무리됐지만, 외주·하도급 구조를 활용하는 산업 특성상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외국인투자기업도 시행 이후를 우려한다. 지난해 8월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가 국내 외국인 투자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한국 내 투자계획 변화 여부’를 조사한 결과, 36%가 투자 축소 또는 한국 지사 철수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시행 이후 전개될 상황에 따라 외투기업의 한국 투자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바탕으로 경제단체는 시행 시기 유예를 건의해 왔고, 산업계도 제조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노사 양측이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고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성 기준을 더 명확하고 정량적으로 제시하고, 법령 간 충돌 가능성을 정리하며, 교섭절차와 교섭단위를 구체화해야 한다. 또한 현장 중심의 안내와 교육을 강화하고, 분쟁 예방을 위한 실무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노사 모두가 동일한 규칙을 이해하고 적용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단계적 시행으로 연착륙 유도해야

시행령과 행정지침의 모호함, 판례 기준의 미비 상황에서 문서와 시스템을 사전에 정비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갈등과 소송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일정 기간 유예나 단계적 시행은 법안을 미루려는 의도가 아니라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

과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도 1997년 도입 이후 13년 유예와 보완 제도(2010년 타임오프 도입)를 거쳐 연착륙한 선례가 있다. 노조법도 이런 사례를 감안하여 현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실효성 있는 정착을 위해 시행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