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법왜곡죄 도입
피고인이 결과 불복해 재판부 고소 남발 땐 사법 체계 혼란 올 것
부작용 많은 추진보다 재판개입죄 신설이 올바른 방향이다

필자는 민주당 사법개혁 3대 입법 중 하나인 법왜곡죄를 반대한다. 대법원이 반대하는 이유와는 다르다. 대법원은 '사법부 독립 약화', '법관 직무 수행 위축' 등을 말한다. 그러나 법왜곡죄의 진짜 문제는 '독립성'이라는 방패 뒤에서 하나의 권력이 된 사법부를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리라는 것에 있다. '쓸모없는 법'이고 '사법개혁'에 반하는 효과만을 양산할 것이다.
먼저, 법왜곡죄란 무엇인가? 민주당의 '법왜곡죄'는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의 특칙으로 형법 제123조의2를 신설하는 것이다. 법관, 검사 등이 '타인에게 위법·부당한 이익 또는 해악을 줄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거나'(제1호), '증거를 인멸, 위조하거나, 위조된 증거를 알면서도 사용한 경우'(제2호), '폭행·협박 등으로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또는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제3호)에는 직권남용죄보다 가중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조항이다.
반대의 첫 번째 이유는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처벌조항으로서의 '명확성 원칙'을 벗어났음이 명백한 제3호 후단을 제외하면 법왜곡죄가 규정한 '범죄'는 이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모두 포섭이 가능한 행위다. 도입을 긍정하는 측은 독일 사례를 '마패'처럼 꺼내 보이지만 독일은 한국과 같은 포괄적 직권남용죄가 부재하다. 기존 법률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범죄를 이름만 새로 달면서 요란하기만 하다. '진짜' 사법개혁을 할 동력을 낭비하고 있다.
'그래도 법왜곡죄가 신설되면 법관들이 경각심을 가지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위조 증거임을 알면서도 채택할 때', '부정한 이익을 줄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할 때', 심지어 이 모든 것이 증거로 입증될 때 이미 직권남용죄로 처벌받는다. 이걸 모를 판사, 없다. 새로운 위하력(공포심), 발생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고 법률 엘리트인 판사를 견제하기(상대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하기엔 거칠고 투박할 뿐이다.
쓸모없기만 하다면 다행이다. '백래쉬'가 이어질 것이다. 판사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처벌'이라는 수단을 꺼냈지만, 처벌의 끝에는 다시 유·무죄를 판단하는 판사가 앉아있다. 앞서 살핀 법왜곡죄는 '목적'과 '고의'에 대한 입증 자체도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어찌 기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 우리는 사법농단, 재판거래 사건에서 판사에게 판사 사건의 판결을 맡기는 것의 문제점을 이미 확인하지 않았나. 사회적으로 비판받고, 공론장에서 숙고되어야 할 문제적 판결들이 불송치, 불기소, 무죄라는 이름과 함께 정당하고 정의로운 판결(행위)로 분식될 것이다.
독일 법왜곡죄 연원은 군주제 프로이센 형법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에는 없지만 러시아, 중국, 북한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은 모두 법왜곡죄를 두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법왜곡죄는 연혁적으로 현대 민주주의의 산물로 볼 수 없다" 진단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이후 피고인의 재판부 고소는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게 우리가 원하는 사법개혁인가? 권력화된 사법부를, 공동체에 대한 책임성이 부재한 판결들을 개혁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교하면서도 장기적 정책이 필요한데, 법왜곡죄는 정반대다.
차라리 '재판개입죄'를 신설하라. 사법농단이 공론화된 지 10년이 되어가고, 법원 판결로 그 부당한 사실관계가 밝혀졌음에도 전직 고위법관들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기에 재판에 개입해도 직권남용 무죄'라는 법리 앞에 '재판개입죄' 신설 필요성은 압도적이나 엉뚱하게 '법왜곡죄'가 사법개혁의 상징이 되었다. 민주당 사법개혁의 실력과 방향성 모두 의심받는 이유다.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연세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