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교도소 습격’의 진실 [전국 프리즘]


김용희 | 호남제주데스크
“우리는 달라.”
지난 12일 5·18단체의 승소로 끝난 전두환 회고록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며 9년 전 인터뷰했던 3공수특전여단 지휘관이었던 전직 소령의 말이 떠올랐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는 5월18일 7공수여단, 19일 11공수여단, 20일 3공수여단을 차례로 투입했다. 부대 창설 순에 따라 홀수로 명명했던 1·3·5·7·9·11·13공수여단 중에서 3공수여단은 1공수여단과 함께 최정예 부대로 꼽혔다. 전두환의 심복 최세창이 1977~1980년 여단장을 맡았던 3공수여단이 부마민주항쟁, 12·12 군사반란, 5·18 민주화운동에 투입되며 신군부의 ‘친위대’ 역할을 맡았던 배경에도 높은 전투력이 있다.
원래 신군부는 5·18 때 전북 익산에 있던 7공수여단 일부(774명)만 광주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자 11공수여단(1200명)을 추가 투입했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최정예 부대인 3공수여단(1392명)을 내려보낸 것이다.

광주 투입 초기 3공수여단은 비교적 절도 있는 모습이었지만 시위 분위기가 격화하자 시민에게 총을 쏘는 등 무자비한 야수로 돌변했다. 이들은 계엄군의 5·18 첫 집단발포였던 1980년 5월20일 밤 10시께 광주역 사건 때 시민 7명을 사살한 뒤 ‘중요한 지점을 끝까지 사수해 폭도의 의지를 좌절시켰다’고 자체 평가했다.
1980년 5월21일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이후 시민들이 무장하자 신군부는 광주 외곽 봉쇄작전을 펼친다. 전남대에 있던 3공수여단은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로 철수해 광주~담양 간 도로를, 조선대에 있던 7·11공수여단은 광주 동구 주남마을로 철수해 광주~화순 간 도로를 통제했다.
야산에 주둔한 7·11공수여단과 달리 3공수여단은 비교적 방비가 수월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사각형 모양의 광주교도소는 길이 230m 높이 5m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담장 모서리마다 높이 10m 감시탑이 있다.

3공수여단은 이곳에서 5월24일 새벽 1시까지 머물며 접근하는 모든 차량과 사람에 총격을 가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보고서에는 이때 5차례에 걸쳐 시민 14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고 나와 있다. 추가 피해도 예상됐지만 밝혀내지 못했다. 과거에 만났던 3공수여단 소속 하사였던 김아무개씨는 “감시탑에서 주변을 감시하던 중 시위대 트럭이 접근하자 기관총을 난사해 전복시켰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3공수여단의 피해는 광주교도소로 철수할 때 시민군이 쏜 총에 1명이 부상당한 게 전부다. 광주 시민들은 트럭을 타고 계엄군 동향을 살피던 중 군인들이 보여 총을 쐈을 뿐 교도소 습격은 하지 않았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3공수여단은 시민군이 교도소를 습격해 반격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전두환 군사반란 세력은 시민군이 간첩, 정치범 등을 풀어주려 했던 ‘광주교도소 습격사건’이라면서 민간인 학살을 정당화했고, 극우 논객 지만원씨는 ‘북한 특수군이 교도소를 습격했다’는 이야기로 발전시켰다.
1997년 대법원은 12·12 군사반란 등의 사건을 판결하며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때 숨진 18명만 내란목적 살인의 피해자로 인정했고 광주교도소 사건은 계엄군의 정당행위라고 판단했다. 전두환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 소송에서 1심은 광주교도소 습격을 허위라고 판단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사실이라고 했다.

높이 5m 담장 안에 엠16 등 최신 무기로 무장한 최정예 부대 1400여명이 있는 광주교도소를 한국전쟁 때나 쓰던 엠1 소총으로 무장한 민간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습격하는 게 가능할까. 5·18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했던 김희송 전남대 교수는 “3공수여단은 광주교도소 주변에 1~2차 차단선을 치고 있었다. 시민은 교도소 근처도 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0여년에 걸친 전두환과의 소송이 원고 승소로 마무리됐다. 이제 광주교도소 습격사건의 진실까지 바로잡히길 바란다.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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